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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공자 아닌 ‘진압자 명단’ 공개로 진상규명 첫걸음”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태극기를 단 택시와 버스가 39주년 전야제가 열리는 5.18민주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05.17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태극기를 단 택시와 버스가 39주년 전야제가 열리는 5.18민주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05.17ⓒ김철수 기자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오후 광주에서 보수단체가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최근 자유한국당 김진태·김순례 의원 등도 “가짜 유공자가 있다”라며 이러한 주장을 해 징계 대상이 됐다.

‘5·18 유공자 명단은 개인 정보로, 공개 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라는 법원 판결과 별개로, 이미 평가가 끝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정은 역사의 퇴행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대신 ‘5·18 가해자 명단 공개’를 통해 진실규명으로 한 발짝 나아가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같은 날 오전 서울에서 ‘5·18 진압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재판이 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동오)는 인권의학연구소(이하 연구소)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5·18 민주화운동 진압 등에 가담해 서훈이 취소된 공무원 등의 명단 공개 거부 처분 취소 사건을 심리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7월 제30회 국무회의에서 ‘부적절한 서훈 취소(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해당 결정으로 5·18 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7명과 관련 부대 2개 등에 수여된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9건이 취소됐다.

행정안전부의 2018년 7월 10일 ‘80년대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등 서훈 대대적 취소-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5.18민주화사건 관련자 등 53명,2단체’ 보도자료 중 5.18광주민주화운동 부분
행정안전부의 2018년 7월 10일 ‘80년대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등 서훈 대대적 취소-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5.18민주화사건 관련자 등 53명,2단체’ 보도자료 중 5.18광주민주화운동 부분ⓒ행정안전부

문제는 취소 대상자 성명이 ‘최ㅇㅇ’, ‘육군 ㅇㅇ 사단’ 등으로 익명 처리됐다는 것이다. 또 취소 사유에 대해 ‘거짓 공적’이라고만 공개됐을 뿐 진압 과정에서의 무력 탄압 등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취소 대상자를 선정한 기준도 알 수 없었다.

‘진압자 명단 공개’로 가해 행위 드러낼 수 있어

이에 연구소는 행안부에 서훈 취소 대상자 명단, 구체적인 취소 사유, 취소자 선정의 구체적 기준, 향후 서훈 취소 계획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고, 연구소는 정보 비공개 결정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박은성 연구소 사무국장은 “이러한 정보는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비공개는 오히려 국가가 공권력 남용을 정당화하거나 은폐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홍ㅇㅇ’이 아닌 ‘보안사령부 홍길동 특명부장’처럼 이름·소속·직위 등 구체적인 명단과 당시 어떤 행위를 했는지 등이 명시적으로 적힌 공적 조서는 진상규명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러 진압 관련자 중 취소 대상자가 특정된 기준을 통해 진실에 더욱 접근할 수도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11일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치고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11일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치고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정의철 기자

특히 이번 서훈 취소 대상자에 진압 지시자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 취소된 서훈은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으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이전에 취소된 훈·포장보다 높은 등급이다. 진압하는데 더 큰 ‘공적’을 쌓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최초 발포 지시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진실규명은 피해 위주였다. 피해 사실은 나오는데, 가해 사실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피해 내용을 바탕으로 유추할 뿐이다”라며 “서훈 취소 관련 정보공개를 통해 가해 위주의 진실규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박 사무국장은 “피해자 권리 구제에도 서훈 취소 관련 정보공개는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이야기하는 건 가해자 책임 문제다”라며 “가해자가 서훈의 혜택으로 잘 사는 건 정의의 측면에서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북한군 소행’ 등 5·18 망언이 계속되는 이유도 가해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박 사무국장은 지적했다. 그는 “유공자가 된다고 피해가 극복되는 건 아니다”라며 “배·보상과 별개로 사회 정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에 대한 의미는 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압자 명단 공개’가 사생활 침해?
공무원 직무는 국민 알 권리

정보공개의 근거로 취소 대상자들이 국가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공무원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한 행안부에 대해 원고 측 김성주 변호사는 “공무원의 직무는 공적 행위”라며 “개인의 정보로서 사익적 가치보다 국가의 중차대한 폭력을 알리는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개인 정보 보호 범위가 지나치다”라며 “개인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알고자 하는 게 아니다.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이번 정보공개 청구는) 알 권리의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5·18 최후 항쟁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39주년 전야제에서 80년 5월 당시를 재연하는 횃불을 밝히고 있다. 2019.05.17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5·18 최후 항쟁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39주년 전야제에서 80년 5월 당시를 재연하는 횃불을 밝히고 있다. 2019.05.17ⓒ김철수 기자

김 변호사는 “직무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는 정보 비공개 예외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와 함께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개할 수 있다.

또 행안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비공개를 주장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라며 “민주화 운동을 한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한 불법행위가 국가안보와 무슨 상관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합법 활동도 아니고 국가의 불법행위를 밝히라는 거다. 시민들이 요구하기 전에 국가 기관에서 먼저 (불법행위에 관해) 반성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3~40년 전과 같은 논리에 새롭지도 않다”라고 꼬집었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관련자의 명단 등을 공개하는 건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공소시효 등 문제로 처벌될 수 없는 거지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훈 취소는 상훈법에 따라 행안부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국가 기관의 조사로 (불법행위 등이) 확인됐으니 법적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명단 등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UN은 국가폭력 재발을 막기 위해 ‘진실의 완전하고 대중적인 공개’, ‘피해자의 존엄성·명예와 권리 회복을 위한 공적 선언이나 사법적 결정’, ‘가해자에게 법적·행정적 규제 가하기’, ‘사실인정과 공개적 사과하기’, ‘피해자를 기념하고 감사 표시하기’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박 사무국장은 “우리 현실은 첫 단계인 ‘진실의 완전하고 대중적인 공개’조차 안 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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