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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배달하는 것이 꿈”이었던 30대 비정규직 집배노동자의 죽음
공주우체국에서 무기계약직인 상시집배원으로 3년간 일했던 고(故) 이은장 집배원의 오는 7월 정규직 응시를 앞두고 쓴 자기소개서.
공주우체국에서 무기계약직인 상시집배원으로 3년간 일했던 고(故) 이은장 집배원의 오는 7월 정규직 응시를 앞두고 쓴 자기소개서.ⓒ이재홍 제공

34세의 젊은 비정규직 집배원이 지난 13일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공주우체국에서 무기계약직인 상시집배원으로 3년간 일했던 고(故) 이은장 집배원은 오는 7월 정규직 응시를 앞두고 있었다. 유족이 공개한, 고인의 정규직 응시원서에는 "정규직 집배원이 된다면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게 꿈"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된 노동에 시달린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고인이 하루 배달한 우편물량은 이동거리가 많은 농촌지역임에도 하루 1,200여 건에 달했다. 이는 집배원 평균물량인 1,000건보다 200건 가량 더 많은 양이었다.

특히 고인이 우편물을 배달했던 지역은 산지가 많아 차로 운행할 수 없는 곳이라 우편물을 짊어지고 나르는 경우가 많았다. 무거운 짐을 나르다 넘어지거나, 근육통에 시달려 파스나 약을 평소 가지고 다니거나, 집에 상비해두었다.

유족 등에 따르면, 고인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 출근후 오후 6시에 퇴근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지만, 실제는 이와 달랐다. 퇴근 등록을 미리 해두고, 매일 2~3시간 가량 연장 근무를 했다. 또 초과 노동을 하면서도, 수당을 받지 못하며 무료 노동을 감내해야 했다.

고인은 퇴근 후에도 다음날 근무를 준비하기 위해, 우편물을 집으로 가지고 와 분류작업을 했다고 한다. 매달 고인의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은 세금을 제하면 약 180만 원 남짓이었다.

23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 주최로 국회 정론관에서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집배노동자 과로사 순직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고 이은장 집배원 형인 이재홍 씨가 발언하고 있다.
23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 주최로 국회 정론관에서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집배노동자 과로사 순직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고 이은장 집배원 형인 이재홍 씨가 발언하고 있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제공

생전에 건강했던 고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유족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고 이은장 집배원의 형인 이재홍 씨는 23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동생은 평소에 술, 담배도 하지 않았고 지병도 없었다"면서, "지금 제 동생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것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도 하지 않는다면, 다른 직원들이 언제 또 죽을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특히 고인은 이삿짐 나르기, 사택에서 키우는 개똥 청소, 사료주기 등 상사의 개인적인 일까지 해달라는 지시를 받아, 평일은 물론 주말에 나와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비정규직이었던 고인은 오는 7월 정규직 채용을 앞두고 정규직이 될 꿈을 꾸고 있었다. 이재홍 씨는 "동생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을 앞두고 이를(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체국의 부조리나 갑질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번을 계기로 우정사업본부가 개혁이 돼서 다른 사람들이 안 다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동생처럼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우정사업본부는 주 52시간 지켰다는 말만 하고, 대책을 세울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이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 주최로 국회 정론관에서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집배노동자 과로사 순직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23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 주최로 국회 정론관에서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집배노동자 과로사 순직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제공

동료 집배원들과 유족은 고인의 죽음이 과도한 업무로 인한 과로사라며 '순직'을 인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노동부에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전국적인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23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이하, 집배노조),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 주최로 국회 정론관에서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집배노동자 과로사 순직인정을 촉구하는 '집배원 장시간-중노동 철폐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집배노조는 공주우체국 고 이은장 집배원 출/퇴근 기록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2017년 12월에 총23일 출근했다. 토요일 출근 제외한 모든 평일 출근 시간이 오전 7시 정각 및 1~2분 차이로 등록 돼 있다"며 "실제 출근시간은 더욱 일렀으나 특정시간 때 출근등록을 하라는 명령으로 해당 시간에 맞춰서 전산 등록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공주우체국은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인 4월까지 정규직 집배원의 실제 출/퇴근 시간을 임의 조정하고 있었다"며 "노동자가 등록한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조작된 출/퇴근 시간을 보고 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 이은장 집배원의 경우 한 달 내내 토요일을 제외한 평일 출근시간이 똑같은 경우가 있었다"면서 "출근은 일찍 했지만 특정한 시간대에 출근등록 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꼼수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무료노동을 유발하는 행위는 공주우체국의 경우에만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조는 경인지방우정청 소속 한 우체국의 비정규직 집배원 임금체불 의혹을 제시하며 "2018년 말까지 비정규직 집배원의 초과근무를 인정하지 않고 무료노동을 방관해 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2017년 노동부의 실태조사만 제대로 되었어도, 이같은 과로사와 무료노동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전국적인 특별근로감독이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료노동 증거를 바탕으로 이 집배원의 순직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공주우체국의 경우, 50명 가량의 집배원이 일하고 있는데, 이중에 비정규직 집배노동자가 5명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고 있지만 처우에는 현저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5년간 92명의 집배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 중에서 뇌심혈관 질환,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19명"이라며 "집배노동자는 업무량이 많은데 인력이 부족해, 식사를 하거나 휴게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다"고 밝혔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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