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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한 바퀴’ 끝낸 황교안의 고민, 악재 쌓이고 지지율 박스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 출정식에서 버스에 올라타 손을 흔들고 있다. 2019.05.22.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 출정식에서 버스에 올라타 손을 흔들고 있다. 2019.05.22.ⓒ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길에서 국민과 만나겠다”며 야심 차게 시작한 ‘민생투쟁 대장정’이 별다른 성과 없이 24일로 막을 내렸다.

황 대표의 장외투쟁 명목은 문재인 정부의 ‘좌파독재’에 맞서겠다는 것이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편 등 개혁법안 신속처리안건 지정이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에 대한 여론은 황 대표의 기대만큼 호응하지 않았다. 황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는 동안 당 안팎에서 여러 악재가 불거졌고, 결과적으로 지지층 확장도 이루지 못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부산 덕포시장 인근에서 ‘국민 속으로’를 외치며 민생투쟁 대장정에 나서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지지자와 인사를 나누는 황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부산 덕포시장 인근에서 ‘국민 속으로’를 외치며 민생투쟁 대장정에 나서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지지자와 인사를 나누는 황 대표.ⓒ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대안’ 없이 정부·여당 때리기 급급했던 자유한국당,
장외·장내 연신 헛발질에 ‘장외투쟁 반감’ 요동친 민심

황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이 민심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자유한국당의 지지도 변화 추이이다.

황 대표가 ‘민생투쟁 대장정’ 일정을 진행한 지난 2주간 자유한국당의 주간 정당 지지도(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기준)는 34.3%(7일~10일), 31.1%(13일~17일)로 오히려 하락했다. 대장정을 마친 24일 기준 주중 지지도는 32.8%에 머물렀다.

황 대표의 거리 행보로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떨어졌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상승’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먼저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마비시켜 놓고는 밖으로 나가 ‘정부 비판’ 외에 이렇다 할 정책적 대안을 내놓지 못한 점은 장외투쟁 효과를 반감시킨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거리에 나선 내내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황 대표가 전달한 대국민 메시지에는 ‘대안’이 없었다.

정부·여당 때리기에 혈안이 된 자유한국당은 경북 구미보 현장을 찾아(13일) 현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보 해체 지적에 여념이 없었고,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 고성을 찾았을 때(23일)도 정부 질책만 되풀이했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곳곳에서 “당 홍보하러 왔냐”는 주민들의 항의에 부닥쳤다.

황 대표의 잇따른 헛발질도 지지율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폐업 상황에 놓여 있던 경남 전통시장 내 청년몰을 찾아(8일) 폐업 요인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탓했고, 대구에서(11일) 쓰레기 수거 차량에 탑승했다가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차량에 매달려 이동하는 등 실정법을 위반해 시민으로부터 고발당했다.

부처님오신 날(12일)에는 경북 영천 은해사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으나 합장·반배·관불의식을 모두 거부해 결례 논란을 빚었고, 경기 남양주시의 한 중소기업을 찾았을 때(22일)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연신 비판하다가 중소기업을 위한 ‘노동 환경’ 개선책으로 “사내 카페를 멋지게 만들라”고 조언해 빈축을 샀다. 강원 철원군 GP(감시초소) 철거 현장을 찾은 날(23일)에는 현 정권이 “북한 눈치를 살피느라고 우리 군을 뇌사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해 비판을 받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자당 망언 의원들의 징계를 매듭짓지 않고,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은 내내 어깃장을 놓다가 기어코 5·18 기념식 일정을 강행한 것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 논란, 김현아 의원의 ‘한센병’ 발언 논란,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유출 논란 등 당 내부에서 각종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황 대표의 장외투쟁이 더 힘 받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야당으로서 반대 목소리도 내고 대안을 제시하면 좋았겠지만, 당·청의 정책을 지적하는 것에 그쳤다. 그 과정에서 거친 발언이나 막말 등이 노출돼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도 “자유한국당이 초반에는 대여투쟁을 통해 야당성을 부각시켜 보수층, 지지층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논란이 노출되고 누적되면서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윤 센터장은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이 지나치게 길어진 점 또한 지적하며 “초반의 효과와 달리 국회로 장기간 복귀하지 않으면서 국회를 외면한다는 인식, 인상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강경 발언들은 추가적인 지지율 (상승을) 제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3사단 철거된 GP 방문을 위해 비무장지대 통문 앞에서 철모를 쓰고 있다. 2019.05.23.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3사단 철거된 GP 방문을 위해 비무장지대 통문 앞에서 철모를 쓰고 있다. 2019.05.23.ⓒ황교안

중도층 등 돌린 ‘좌파독재’ 프레임...“자유한국당 지도부의 한계”
‘자유한국당 정상화’ 위해서라도 시급한 국회 복귀
김세연 “국회 안에서 건설적 논의할 것”

보수 지지층 결집에 급급한 나머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에 주력하는 자유한국당의 ‘좌파독재’ 프레임은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모으기엔 역부족이었다. 황 대표의 취임 이후 어느 정도 결집력을 보인 전통적 보수 지지층과 달리 중도 보수층은 자유한국당에 ‘개혁적’인 모습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통화에서 “전통 보수층에서 이탈한 중도 보수는 유동적”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지나치게 퇴행적이거나 이념적으로 간다면 자신들이 기대한 변화와 혁신이 없으니 또다시 이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중도·보수가 지지하기 어려운 ‘좌파독재’, ‘자유우파’ 등 이념적 용어를 쓰고 있다. 중도 보수층은 자유한국당의 변화를 기대하는데 그런 것이 없으니 지지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도 보수를 끌어들이기에는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한계를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택수 대표도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이 고정 지지층을 결집시켜 단기적으로는 지지율 상승효과를 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중도층 유입에 따른 지지율 확장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결국 장외든, 장내든 대안 제시 없이 ‘비난’ 공세에만 머문다면 자유한국당이 표명하는 ‘제1야당’ 행보는 분명한 한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장외투쟁이 길어질수록 당 내부에서 드러난 피로감과 별다른 변화·비전이 부각되지 못한 것도 황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명분 없는 장외투쟁’ 꼬리표를 내내 달고 다닌 자유한국당은 이제 국회 정상화뿐만 아니라 당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조속히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는 게 안팎의 목소리다.

당내 정책 업무를 지원하는 여의도연구원장 김세연 의원은 통화에서 “패스트트랙 여파로 여당의 후속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당의 뜻을 알리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장외집회를 시작했다”며 “일정이 끝나면 이후에는 국회 안에서 건설적인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장외집회를 통해 보수 지지층 결집은 이룰 수 있지만, 중도 확장을 위해서는 좀 더 다른 방법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도 확장성을 갖출 수 있도록 여러 정책, 메시지 조정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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