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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영남대는 대구경북도민의 것” 유림과 독립지사 후손이 함께하다
5월 21일 안동 병산서원에서 광복회 경북지부, 경북 종가·종손들의 모임인 영종회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백산무역100주년과 민립대학' 강연회가 열렸다.
5월 21일 안동 병산서원에서 광복회 경북지부, 경북 종가·종손들의 모임인 영종회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백산무역100주년과 민립대학' 강연회가 열렸다.ⓒ이원영

“이제 삼성그룹은 지난 과오를 뉘우쳐야 하고, 정부는 영남대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백산무역주식회사 설립 100주년이 되는 지금, 영남대의 뿌리 회복운동을 시작하자.”

21일 안동 병산서원에서 유림·독립운동가 후손 100여명이 함께 한 가운데 안동대 경북발전연구소, 영남대 교수회 주최로 ‘백산무역 설립 100주년과 민립대학’을 주제로 경주최씨중앙종친회 최염(87) 명예회장의 강연회가 열렸다.

경주최부자집 11세 주손(冑孫)인 최염 회장은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한 서애 선생을 배향(配享)한 뜻 깊은 병산서원에서 영남 문중의 종손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 바친 후손을 뵙게 되어 기쁘다”면서 영남대학의 전신인 (구)대구대학이 바로 그 ‘민립대학’임을 강조했다.

그는 “독립운동을 도와주려면 토지를 현금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할아버지는 고민 끝에 3.1운동을 앞두고 안희제 선생 등의 동지들과 백산무역주식회사를 창립했다”면서 “무역 거래를 한 다음에 현지에서 대금을 결손시키는 방법으로 현금을 전달했다. 이어 그는 “일제 초기부터 교육 사업을 했던 할아버지는 해방 이후 경북종합대학설립기성회를 만들어 대구경북 유지들의 동참을 이끌어내 대구대학을 설립했다. 백산무역의 이름으로 내려온 유산이 민립대학 설립으로 계승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염 회장은 “1980년대 들어서 박근혜 이사가 영남대에 오면서 ‘교주 박정희’라는 이름을 대학 최초로 쓰게 된다. 영남대 출범에서 가장 잘못된 것은 민립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며 “영남대의 뿌리는 유림의 선비 정신과 독립운동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에서 경주최부자11세 주손인 최염 경주최씨중앙종친회 명예회장(가장 왼쪽)와 12세주손인 최성길 변호사(오른쪽에 서있는 이)가 함께 증언을 진행했다.
강연에서 경주최부자11세 주손인 최염 경주최씨중앙종친회 명예회장(가장 왼쪽)와 12세주손인 최성길 변호사(오른쪽에 서있는 이)가 함께 증언을 진행했다.ⓒ이원영

해설자로 참석한 강윤정 경북독립운동기념관 연구부장은 “합자회사 백산상회는 1912년부터 활약한 기록이 있는데, 1919년 주식회사로 전환되고 1925년 부채에 시달리며 1928년 문을 닫았다. 당시 경기가 굉장히 좋았다. 부채를 굳이 질 일이 없었는데, 부채를 떠안았다면 독립운동 자금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기록으로 보면 인수 과정에서 최준이 담보를 제공했고, 해방 이후 자금을 일부 돌려받아서 학교 설립 자금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00여명 교수들의 손으로 선출된 영남대 교수회 이승렬 의장은 “영남대의 거대한 뿌리는 구 대구대학ㆍ청구대학에 있다. 민족정신으로 설립된 것이다. 제가 임기를 다하는 순간까지 영남대학의 거대한 뿌리를 되찾고 바로 잡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영남대는 1967년 옛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통합해 설립했다. 대구대학은 1947년 최준 등 유림들의 모금으로 출범했고, 청구대학은 최해청(1905~1977) 선생이 시민대학으로 설립했다. 1960년대 “한수(한강) 이남에서는 제일 좋은 학교로 가꾸겠다”는 삼성그룹 이병철의 제안에 대구대학 운영권을 넘겼다. 그런데 삼성그룹이 당시 ‘사카린밀수사건’으로 존폐의 위기에 몰리자 청구대학 경영권을 몰수한 박정희에게 넘기면서 영남대 설립자로 박정희가 등장했다. 영남학원 정관 1조에는 1981~2011년까지 박정희가 ‘교주’(현 설립자)로 명시돼 있었다.

서애 류성룡대감의 종손인 류창해 씨가 찬조발언에 나서 “조선시대의 서원은, 공립학교인 향교와 달리, 향촌 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설립한 ‘민립대학’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전통이 이어진 것이 바로 영남대학의 전신인 (구)대구대학”이라고 강조했다.
서애 류성룡대감의 종손인 류창해 씨가 찬조발언에 나서 “조선시대의 서원은, 공립학교인 향교와 달리, 향촌 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설립한 ‘민립대학’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전통이 이어진 것이 바로 영남대학의 전신인 (구)대구대학”이라고 강조했다.ⓒ이원영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80년 영남학원 이사장을 맡기도 했지만, 1988년 토지이면계약 등이 불거져 사립학교 최초로 영남대가 국정조사 대상에 오르자 자진 사퇴했다. 그럼에도 2009년 6월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설립자 유족이자 사립학교법의 ‘종전이사’라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에게 영남학원 이사 4명의 추천권을 주기도 했다. 현재 그 후임들이 그대로 있어서 박근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무리 발언에서 최염 회장은 “박정희 씨는 청구대학과 대구대학을 강제로 탈취하여 영남대학으로 합병한 것도 모자라 ‘교주(校主)’라는 이름을 대학 최초로 쓰게 된다. 바로 학교를 소유물로 바꾼 것”이라며 “그 여파가 아직도 영남대를 지배하고 있다. 권력의 힘으로 학교를 사유물로 만들면서 ‘민립’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지금 사립대학의 ‘소유’의식 때문에 혼란상태에 있다.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 민간이 설립한 교육기관일지라도 ‘민유’이자 ‘공유’로 내려오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현재의 우리나라만 ‘소유’의 의식이 강하다”면서 “그 출발점이 박정희 정권이 탈취하다시피 한 영남대학이라는 것이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최염 회장은 “민족의 유산을 가장 나쁜 본보기로 전환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탄식이 나온다. 우리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서원은 ‘민립’의 정신으로 세워지고 운영되던 곳”이라며 “그 개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영남대가 바로 잡혀야 우리나라 사립대학 문제도 개념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언하고 있는 영남대 교수회 이승렬의장(오른쪽 서 있는 이)와 최염회장(맨 왼쪽)
발언하고 있는 영남대 교수회 이승렬의장(오른쪽 서 있는 이)와 최염회장(맨 왼쪽)ⓒ이원영

그러면서 그는 “이병철 회장은 기업을 일으키고 경제발전에 기여하면서 나라에 많은 공헌도 했지만 (구)대구대학 문제는 다르다”면서 “한국의 여러 서원과 같은 ‘민립의 개념으로 대학을 바라보기만 했어도 오늘날과 같은 문제를 낳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삼성그룹은 지난 과오를 깊이 뉘우쳐야 하고, 정부는 영남대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참석한 인사들은 강연을 들은 후 “영남대는 (대구)경북도민의 것”이라고 구호를 함께 외치기도 하였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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