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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민주당은 ‘중산층의 분노’에 대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 센터 입지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람 이매뉴엘 전 비서실장. 2016.8.3
오바마 대통령 센터 입지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람 이매뉴엘 전 비서실장. 2016.8.3ⓒAP/뉴시스

편집자주/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정권을 탈환하리라 보는 이들도 많지 않다.

시카고 시장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람 이매뉴얼은 민주당이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의제로 ‘엘리트에 대한 중산층의 분노’를 들었다. 이매뉴얼은 애틀랜틱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의 대학 부정입학 스캔들을 거론하면서 지금은 미국의 엘리트들이 자신의 반칙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것이 민주당이 정권을 찾는 가장 중요한 초점이라면서.

이매뉴얼은 민주당의 ‘주류’답게 “사회주의는 대안이 아니”라고 확언한다. 그러니까 이 글은 전통적 민주당 주류의 위기감과 해법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원문은 It’s Time to Hold American Elites Accountable for Their Abuse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자들이 뇌물을 써서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입학시켰다는 스캔들이 이렇게 요란하게 언론을 뒤덮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자녀를 펜실베니아 대학교에 입학시킬 때 큰 기부금을 약속한 것이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지금의 부정입학 스캔들은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우리는 현 시대에 가장 중요하지만 잘 이해되지 못하며, 과소평가되는 정치적 동력을 완벽하게 볼 수 있다.

그것은 사회 엘리트와 그들이 독식하고 있는 특권에 대한 중산층의 터질듯한 반감이다.

불평등과 사회 정의가 이슈가 되는 모든 문제에서, 중산층의 반감은 민주당이 집권으로 가까이가는 데 가장 큰 장벽이다. 민주당은 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지난 15년간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보자.

미국은 거짓말에 기반한 전쟁, 악성 부채 발행을 통한 은행의 구제, 그리고 팔리지 않는 차를 만드는 자동차 회사들을 살리기 위한 대대적인 공적자금 투입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중산층 납세자들이 엘리트에게 분개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산층은 계속해서 잘못을 저지른 엘리트들을 구제했지만, 막상 구제받은 엘리트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사과 한마디조차 없었다.

미국의 중산층은 신데렐라였고, 엘리트들은 신데렐라의 사악한 의붓 언니들이었다. 하지만 (동화와는 달리) 왕자님과 결혼한 건 의붓 언니들이다.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민주당은 2016년 대선에서의 석패 이래 유권자들이 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게 되었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여왔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득표수가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트럼프보다 1000배나 자격이 있었고, 인간적인 매력은 10000배 더 있었다. 그러니 힐러리는 트럼프를 완전히 눌러버렸어야 했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많은 유권자들을 트럼프로 가게 만들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인종차별이나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여성차별도 물론 한 몫 했다. 과거에 대한 향수 또한 분명히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기저에는 [거짓말로 전쟁을 일으킨] 도널드 럼스펠드들이나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딕 펄드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정입학 스캔들에 연루된 여배우들인] 로리 러프린과 펠리시티 허프먼들에게는 보통 사람에게 적용되는 규칙이 예외라는 미국 중산층의 믿음이 있었다.

엘리트들만 봐주고 엘리트들에게만 모든 지름길이 열려 있다. 반면 평범한 사람들은 모든 것에 제 값을 다 지불해야한다는 믿음 말이다.

바로 이것이 핵심이다. 그가 개인적으로 아무리 불건전한 사람이고, 게다가 그가 엘리트 특권의 완벽한 예라는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반격하려는 국민의 열망’을 상징하는 사람이 됐다. 정의는 책에나 나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가장 먼저 보인 명백한 징후는 아마 이라크 전쟁이었을 것이다. 9/11 테러 이후 워싱턴의 엘리트들은 미국이 사담 후세인의 대량 살상 무기를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와 언론은 대부분 여기에 기꺼이 동조했다.

하지만 1조 달러를 쓰고 5000명의 생명이 희생되고 나서, 국민은 그 대량 살상 무기들이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타격을 입지 않았다. 부시 정권의 어떤 인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중산층 가정들은 피와 돈으로 대가를 치렀지만, 미국 역사상 가장 잘못된 외교적 결정을 내린 사람들은 한번도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똑같은 일이 금융위기 이후의 대불황 중에도 일어났다. 미국 금융권의 엘리트들은 현실적으로 돌려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알면서도 주택 구입자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대출해 줬다. 이들의 무책임한 대출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촉발했을 뿐만 아니라, 안 그래도 재정적으로 어려운 미국의 중산층 납세자들에게 구제 금융을 짊어지게 했다.

그러나 구제 금융을 받은 이후에도 미국의 금융권 엘리트들은 실질적인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 아무도 부실 대출로 인해 번 어마어마한 개인 재산을 토해내지 않았다.

중산층은 다시 한 번 엘리트들을 구제해야 했다.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엘리트들 말이다.

그리고 자동차업계의 구제금융 때 똑같은 이야기가 또다시 반복됐다.

자동차 3사 최고경영자들과 노조대표가 연방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릭 왜고너 GM CEO, 론 게텔핑거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앨런 멀렐리 포드 CEO,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CEO. 2008.12.5
자동차 3사 최고경영자들과 노조대표가 연방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릭 왜고너 GM CEO, 론 게텔핑거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앨런 멀렐리 포드 CEO,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CEO. 2008.12.5ⓒ신화/뉴시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회사 중역들은 수십 년간 변명할 수 없는 결정들을 내렸다. 그들은 믿을만 하지 않은 차를 팔았고 외국 업체들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것을 지켜봤다.

하지만 결국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중산층 납세자들에게 구제 금융을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도 이들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고위 임원들은 해고되지 않았다. 그리고 업황이 회복되자마자 그들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태연하게 일했다.

워싱턴이 세계적 금융 붕괴를 막은 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 오바마가 국내 자동차업계를 살린 것 또한 옳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 결정들에는 큰 대가가 따랐다.

경기부양법이 통과되고 자동차 업계에 대한 구제가 이뤄지고 있던 시점이었다. 우리는 백악관에서 보건의료와 기후변화, 그리고 금융개혁을 놓고 어떤 순서로 일을 추진할지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나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나라를 이 꼴로 만든 금융계 거물들에게 책임을 물어 미국 국민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야 한다고, 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성서의 약속대로 정의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가 졌다.

다른 이들은 월가를 공격하면 경기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들이 이겼다.

경제학적으로는 그들이 옳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정이 가진 정치적 함의는 엄청났고 우리는 여전히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산층이 오늘날까지도 미국은 엘리트들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허용되는 사회라고 믿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많은 학교들이 절실하게 지원을 필요로 하고 보건 의료비가 오르고 있는 지금, 트럼프 정권이 어떤 이슈들을 강조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트럼프는 관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존하는 무역협정들이 부유층에게 유리하도록 고안됐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권은 이민 문제를 자꾸 건드린다. 민주당 의원이 유리한 지역구들이 뭔가 이민 문제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이슈 모두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이미 지난 10년간 불붙은 중산층의 반란에 기름을 붓는다.

민주당도 점점 중산층의 분노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결론이 틀릴 때가 너무 잦다.

사회주의는 분명히 해답이 아니다. 중산층 유권자들은 엘리트들이 이미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회주의적 방식으로) 정부에게 더 많은 권력을 주고 싶겠는가?

오히려 민주당은 정의의 정당(party of justice)이 돼야 한다. 민주당은 나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공화당이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봐주려고 하는지를 지적해야 한다.

일부가 제안하듯 특정 업계 전체를 거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못된 전쟁을 열렬히 성원하거나 복잡한 금융 상품을 만들어내는 등 죄 없는 구경꾼들에게 영향을 미칠 결정을 내릴 때, 민주당은 중산층의 이해와 가치를 지키는 정당이 돼야 한다.

민주당은 어떤 문제를 볼 때마다 정책안을 고민한다. 이런 정책안들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은 맞다.

그러나 민주당이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달리 있다. 그것은 민주당이 중산층에게 중산층의 경제적 이해만이 아니라 중산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에게는 자기 호주머니 이상의 무엇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산층에게 민주당이 옳고 그름의 차이를 안다는 점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책임(accountability)’이라는 용어를 구현하려고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은 특권층이어도 잘못을 했으면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

우리 모두 똑같은 도덕적, 윤리적 규범을 적용 받아야 한다. 엘리트라고 해서 쉬운 길로 빠져나갈 수 있는 특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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