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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산업재해 몰라도 된다”는 선생님, 학생들이 제자이긴 한가요?
세월호 리본모양 구름
세월호 리본모양 구름ⓒ제공 = 뉴시스

잊지 못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

2017년 3월 22일 강원도 원주시 하늘에 ‘노란리본 모양’의 구름이 걸렸다. 우연히도 이 날은 세월호가 인양되기 시작한 날이었다. 당시 이 구름 사진을 본 많은 사람들은 “하늘에서 아이들이 세월호 인양 소식을 들었나보다”, “세월호 무사인양을 바라는 뜻” 등의 댓글이 달았다.

기상적 특이점에 해당할 수 있는 이 구름에 대해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의미 부여하며 눈물 찔끔했던 1인으로서, 돌이켜 보면 ‘남아 있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진실을 인양하겠다고, 다시는 위험한 사회로 아이들을 내몰지 않겠다는 책임감 말이다.

하지만, 이 책임의 여정은 녹록치 않은 듯하다. 수많은 청년·청소년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억울한 죽음을 당했지만, 여전히 학교에선 청소년 노동자에게 “사망사고, 산업재해는 알려 하지 말라”고 한다. 학교에서 청소년 노동자에게 이런식으로 교육하는 이유는 더욱 기막히다. ‘취업률 하락’, ‘특성화고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등과 같은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이러한 속 터지는 발언은 지난 30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생애 첫 노동을 인간답게! 청년·청소년 노동권익 증진 토론회’에서 도중에 나왔다. “사망사고, 산업재해와 같은 예민한 주제를 학생들에게 얘기해서 ‘충격’을 줘야 하냐”며 학교 측이 토론회 개최를 20여 분간 막아섰다. 충격이라니? 본인들 발언이야말로, ‘상식 밖의 충격적인 발언’이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들의 논리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제 막 취업할 고3 학생들에게 사망사고나 산업재해에 대해 알려주면, 공포심에 취업하려 하겠냐는 것이다. 특성화고등학교 입장에서는 취업률이 곧 학교 법인 성장과 직결되어 있음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취업할수록 학교에도 유리한 셈이다. 애초에 취업을 목표로 만든 학교이니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럼에도 ‘제자’들이 노동현장에서 다치고 죽는데, ‘선생’으로서 그 현실은 다 가리고 취업률에 목메는 모습이 ‘상식적’일까?

두 번째 논리는 교묘하다. 고3학생이 아닌 졸업생 위주로 사망사고, 산업재해에 대해 알려주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 수 있겠네’싶다. 하지만,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현실을 대입해 보면, ‘노동권 교육을 하지 말자’는 말과 같다. 취재 중 만난 졸업생노조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전해왔다. “특성화고 졸업생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 학교도 졸업생들이 어디로 취업했는지조차 파악을 하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졸업생들에게 ‘노동권 토론회를 한다’고 알릴 것인가?” 이 뿐만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대체로 비정규직, 하청업체, 계약직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게 된다. 내가 계약직 노동자인데, 사장에게 ‘오늘 노동권 토론회 있으니 다녀오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기도 청년·청소년 노동권익증진 토론회
경기도 청년·청소년 노동권익증진 토론회ⓒ민중의소리

결국 학교 측은 주최 측이 ‘사망사고, 산업재해’에 대한 내용을 빼지 않았다며 토론회 시작 45분여 만에 학생들을 강제 퇴장시켰다. 한 선생은 학생들에게 퇴장하라며 동요 옹달샘의 가사 “물만 먹고 가지요~”라고 흥얼거리기도 했다. 학생들이 주최 측에서 제공한 물만 먹고, 토론회는 거의 듣지 않고 간다는 일종의 조롱으로 들렸다. 동심을 담은 옹달샘 노래를 누가, 어떤 상황에 부르느냐에 따라 ‘충격’적으로 들리기도 하나보다.

토론회에서 퇴장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 사람이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언제나 응원한다”, “다치지 않고 일하는 게 중요해” 이 어른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다.

문득 다시 ‘위험한 사회로 아이들을 내몰지 않겠다’고 외치는 이들이 떠올랐다. 컨베이어 벨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억울하게 고인이 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앞으로 내 아들과 같은 참상은 막겠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 중이다.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현장실습 노동자 ‘구의역 김군’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이들의 싸움 덕분에 ‘2인 1조’ 원칙이 현장에서 움트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구의역 김군, 고 김용균 씨가 억울하게 사망한 사건을 가슴 아파하며, 후회 한 가지를 덧붙여 봤다. 학교 현장에서 노동 현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응할 노동자의 권리는 무엇인지를 제대로 가르쳤다면 어땠을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의 움직임도 중요하다고, 격려해줄 선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학교에서 제대로 된 ‘노동권 교육’이 이뤄졌더라면 어땠을까.

‘내쫓김 당한 학생들’에 대한 기사를 마감하고 경기도의회를 나서는 길. 하늘에선 눈물 방울같은 비가 뚝뚝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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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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