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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한반도 비핵화와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정의 세우기

1945년 일본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은 과연 당시 미국의 입장표명처럼 전쟁을 종식시켜 이후의 생명들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어쩌면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국민들 상당수가 ‘원자폭탄은 해방의 상징’이라고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수많은 권위 있는 문서와 증언에서 그렇지 않다는 중대한 사실들을 증명해왔는데도 말이다.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일본의 민간인을 비롯하여 한국의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생명을 무참히 짓밟았던, 명백한 국제정치외교의 살인폭력이었다. 다시 말해, 전쟁 후 소련보다 외교적 우위에 서기 위한 미국의 정략에 일본 민간인들과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명이 제물로 바쳐졌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 학살극의 진상을 확연히 인식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이 많이 없어 보인다.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일이다.

원폭피해자 2세 등의 모임인 푸른하늘 공동행동 회원들이 원자폭탄의 위험성을 알리는 집회를 열고 있다.
원폭피해자 2세 등의 모임인 푸른하늘 공동행동 회원들이 원자폭탄의 위험성을 알리는 집회를 열고 있다.ⓒ김철수 기자

사실상 해방에 필요하지 않았던 원자폭탄

해군 작전을 책임졌던 미국의 리히(William Daniel Leahy) 제독은 1950년 회고록에서 아래와 같이 밝혔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이 야만스러운 무기의 사용은 대일전에 전혀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일본은 이미 패배했고, 해상봉쇄와 재래식 무기로 인한 폭격에 의해 항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원폭이 투하되었을 때 내 감정은 우리가 야만적인 중세 암흑시대의 윤리 기준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난 전쟁을 이렇게 하라고 배우지 않았고, 여성과 어린이들을 이렇게 죽여서 승리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 전쟁 당시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도 1963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그가 관련 사실을 설명하는 동안 나는 암울해졌으며, 그래서 그에게 나의 심각한 걱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째는 일본은 이미 패배했고 원폭 투하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었으며, 둘째는 더 이상 미국인의 생명을 구하는데 필요해 보이지 않는 그 무기를 사용해서 전 세계 여론에 충격을 주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당시 일본은 최소한의 체면을 유지하면서 항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 밖에도 1946년 미 전략폭격조사국(U.S. Strategic Bombing Survey)의 보고서에서도 원자탄이 투하되지 않았더라도 일본이 1245년 11~12월에는 확실히 항복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제 정치·외교의 폭력에 의해 짓밟힌 인간 생명

그렇다면 왜 미국은 원자폭탄을 일본에 투하하였을까. 맨해튼 프로젝트(핵폭탄 개발 프로그램)의 책임자 그로브즈(Groves)가 미국 원자력 위원회에서 한 증언은, “내가 이 계획을 책임진 약 2주일 후부터 러시아(당시 소련)가 우리의 적이고 원자탄 계획이 이를 토대로 수행되고 있다는 것 외에 나로서는 더 설명할 것이 없다”였다. 이처럼 소련 견제 목적으로 원폭이 사용되었다는 결정적 정황들은 또 있다. 트루먼 대통령이 원폭 실험 날짜에 맞추기 위해 포츠담 회담 날짜를 연기했다는 점, 당시 트루먼 대통령이 아내에게 쓴 편지에서 원폭을 암시하고 비유하는 내용을 발견했다는 점, 미국이 본래 침공하기로 계획한 11월보다 3개월 빨리 원폭을 투하함으로써 같은 시기에 참전하기로 한 소련을 견제할 수 있었던 점 등등.

당시 원자학, 우주 분야에 이바지한 공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블랙킷(Patrick Maynard Stuart Blackett)은 이렇게 주장했다고 한다. “원폭투하는 2차대전의 마지막 군사적 행동이었다기보다 지금 진행중인 러시아와의 외교적 냉전의 주요한 최초의 행동이었다.”

즉, 종전 이후 세계질서에서 힘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수십만 상관없는 일반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이것은 용서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70만 명 이상의 사상자, 피폭자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74년이 지난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거의 확실히 우리는 그 방사능 피폭과 유전이라는 너무나도 가혹한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 이는 어떤 국가의 무력행사라는 것이 타국의 침략을 방위한다는 개념을 훨씬 넘어서 민간인들의 생명, 나아가 인류의 생명과 생존 자체를 위협한 것이나 다름없다. 난 이 사건을 계기로 현대에서 말하는 국가 무력의 성격이 이전과는 완전히 이질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를 보유하는 한, 국가가 무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이미 상실해버린 것이다.

오늘날, 핵군비를 해야 한다며 날뛰는 사람들이 한국에 있다. 일본에도 있다. 한국의 일부 극단적인 수구세력들과 극좌 일부에서 나오는 발언들을 난 목격하였다. 일본에서는 아베정권이 평화헌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참으로 전쟁과 핵무기의 참상을 잊어버린 시대의 치매들이자 악마들이다. 우리는 결코 핵무기로 인한, 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잊어선 안 된다. 위정자들의 논리에 숨어있는 그 악마의 발톱에 또 다시 다칠 수는 없다.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원폭피해자 2세 등의 모임인 푸른하늘 공동행동 회원들이 비핵화 등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원폭피해자 2세 등의 모임인 푸른하늘 공동행동 회원들이 비핵화 등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한반도 비핵화와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정의 세우기

우리는 통일에 있어서 한반도 비핵화가,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정의 세움이란 관문을 거치는 것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한국인 피폭자는 일본과 미국은 물론 한국 국내에서조차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범 실태조사, 미일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통해 그 정의를 세우고, 한반도 비핵화와 나아가 국제 핵폐기 운동의 세계 선두에 서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통일 시대의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그것에 핵무기와 인간 생명 존엄성이 양립할 수 없음의 자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이미 그 피해자들로부터 증명되었다. 이 경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핵무기라는 존재의 비인간성을 일반론적 관념이 아닌, 확고한 시각으로 보고 주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던 미국이 그에 대해 어떠한 사죄와 배상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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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석 길벗 한의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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