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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은 강사들의 구명조끼...대학은 외면말라”
11일 오후 민중의소리는 분노의강사들 김어진 공동대표(한국비정규교수노조 서울경기인천강원지역분회장)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11일 오후 민중의소리는 분노의강사들 김어진 공동대표(한국비정규교수노조 서울경기인천강원지역분회장)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민중의소리

"제게 강사법을 어떻게 생각하냐 묻는다면 '구명조끼'라고 대답할 것이다. 강사법은 강사들의 열악한 현재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잔인하게도 대학들은 그조차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 2011년부터 경기대에서 시간강사 생활을 해 온 김어진 박사(경제학)는 올해 초 해고됐다. 연초에 연락이 없어 직접 문의하니, 학교 당국은 그제서야 수업이 전임교수에게 넘어갔다고 답했다.

오는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에서 강사들이 쫓겨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2019년 1학기에만 최소 1만4천여명 강사가 해고됐으며 6,655개 강좌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물론 강사들의 대량해고 사태는 강사법 때문은 아니다. 강사법 적용을 피하려는 대학들의 꼼수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강사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해 대학에 어떠한 불이익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기나긴 고용불안의 그늘
"강사법이 시행되면 1년짜리 계약서라도.."

강사공대위가 11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강사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는 학생·강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6.11.
강사공대위가 11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강사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는 학생·강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6.11.ⓒ뉴시스

이른바 '강사법'으로 불리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은 법 제14조의2(강사) 조항을 신설해 대학 교원으로서 강사의 지위에 대한 규정을 넣었다. 강사들에게 1년 이상의 계약 기간과 3년 간의 재임용 기간을 보장하고, 재임용 거부 처분에 불복하는 강사의 소청 심사권을 명시했다. 지난 4일엔 해당 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강사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러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분노의강사들' 김어진 공동대표(한국비정규교수노조 서울경기인천강원지역분회장)를 만났다.

'분노의 강사들'은 김 씨가 경기대에서 해고되고 1인 시위를 시작하자, 이틀 만에 스무 명의 시간 강사들이 연대 지지 서명을 해 준 일을 계기로 만들게 된 단체다.

김 대표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강사법의 긍정적인 점을 먼저 꼽았다. 그는 "강사법이 시행되면, 1년짜리 계약서를 쓸 수 있다"며, "강사들의 계약은 보통 15주"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16주였는데 1주 깎였다. 왜냐면 티나지 않게 사이즈를 줄여야 하니까 그렇다. 대학이 은근히 구조조정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강사법에 따라, 2학기부터 강사 채용방식이 '공개채용'으로 바뀌었다.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이지만, 강사들이 대학으로 들어가는 문은 좁아졌다. 이 역시 강사법 때문이 아니다. 대학이 강사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강사들의 고용과 처우를 책임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김 대표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금이 시간 강사들이 가장 힘든 시기다. 시험 채점도 해야하고, 공개 채용도 곧 시작하는데 채용 규모가 어찌 될지 몰라 불안할 거다"며 "강사법이 만들어져서 강사들에게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여전히 상황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 '호출 노동자'
'대학의 유령'인 시간 강사들의 열악한 처우

대학은 기업이 아니라, 고등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 강사들은 필요하면 뽑아 쓰다가 버리는 휴지같은 '일회용품'으로 치부됐다. 대학이 필요로 해 개설한 강의를 맡은 것인데도, 부르면 곧장 달려가야하는 '호출 노동자'로 여겨졌다. 이유 없이 해고 통지를 받거나, 갑자기 강의가 사라지기도 했다.

대학 내 교원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게 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다. 정부는 1962년 '국립대 시간강사 강의료 지급규정'을 도입해, 강사를 시급노동자로 전락시켰다. 강사를 '전임강사'와 '시간강사'로 나눴다. 유신시대인 1977년엔 시간강사의 법적 교원 지위를 박탈했다. 그 결과 강사들은 고용형태, 임금수준, 의사결정권, 강좌개설권, 노동 강도 등에서 차별을 받게 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강사들은 강의와 연구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들은 대게 투잡, 쓰리잡인 경우가 많다. 직장건강보험증조차 없어 은행 대출마저 쉽지 않다고 한다. 김 대표는 "우리는 연구하고 강의하는 게 좋아서 대학에 붙어 있으려고 투잡, 쓰리잡을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강사들은 '대학의 유령'이라고 불린다. 대부분 사립대학의 경우 강사들을 위한 연구 공간은 고사하고, 휴게실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창고로 사용하는 사무실을 수업 대기 장소로 사용하도록 한 대학도 있었다. 강사들은 자동차나 건물 복도, 교내 벤치와 휴게실을 전전하며 수업 준비를 하고 학생을 지도한다. 심지어 방학 중엔 도서관에서 도서 대출도 불가하다.

예체능, 이공계 계열 강사들은 실험 실습 수업을 맡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한국의 숙련 노동자층을 형성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실험실습은 한 사람 한 사람 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넘게 강의를 해왔는데 해고되면, 그 노하우, 경험을 사장시킬 것이냐"며 "국가와 사회, 지역 공동체가 수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자산이다. 이들에게 강의와 연구가 지속 가능한 조건, 환경, 터전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 축소·대형 강의 확대... 학습권 침해받는 대학생들
"3천만원짜리 독서실 온 게 아냐"

대학들은 개설과목과 졸업필수 이수학점을 줄이고 전임교수의 강의시수를 늘리고 있다. 또 폐강 기준을 완화하고 대형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늘리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간강사의 고용불안, 전임교수들의 과로, 학문후속세대의 실업 문제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런 문제들은 고스란히 대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게 된다.

그는 학 한생의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는 3천만원짜리 독서실을 온 것은 아니다. 우리가 대학교 와서 교육방송 들어야 하냐."

그는 "대형 강의 하면 옆에서 애들이 방티(?)해도 되는거냐고 말한다. 너무 좁게 앉으니까"라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온라인 강의라고 하는 것은, 유명한 강의를 멀리있는 사람들도 듣게 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강의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정규교육 과정이어야 한다? 그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강의로는 글쓰기 수업이나 토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으로 강사 해고 막을 수 있을까?
쫓겨나는 박사들,"해고 규모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강사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국 대학원생 노동조합 강태경 수석부지부장, 전국 대학강사 노동조합 김영곤 대표,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김용섭 위원장, 박백범 차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헌영 회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회 이기우 회장.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강사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국 대학원생 노동조합 강태경 수석부지부장, 전국 대학강사 노동조합 김영곤 대표,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김용섭 위원장, 박백범 차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헌영 회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회 이기우 회장.ⓒ뉴시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교육부는 대학평가와 정부재정지원사업에 '강사 고용안전지표'를 반영하고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지표 중 '강의 규모의 적절성' 지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핵심 성과지표에도 관련 내용을 포함해 재정을 차등 지원하며,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은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 대표는 "그렇게 하는 것은 좋지만 얼마 만큼 강제력이 있는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고 강사에 대한 대책으로 2천명에게 1년 간 1천4백만원의 연구비를 제공하는 계획을 내놨다. 김 대표는 "이조차 우리가 싸워서 얻은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해고 규모에 비해서는 너무 부족하다. 해고 강사들끼리도 또 경쟁해야 하나?"고 탄식했다.

교육부는 추경에 책정한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비 280억 원을 해고 강사 등 연구경력 단절 우려가 있는 연구자들에게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강사들은 이런 대책이 실질적으로 강사의 대량 해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공개채용 결과가 나오는 7월부터 9월 초까지 강사들의 해고가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해고 강사에게 지역사회 평생학습 프로그램, 고교학점제 프로그램 강의 기회 부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주민센터에서 강의하는게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 일회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언제 할 지, 예산이 배정될 지 모르는 모호한 상태로 그냥 기다리라는 것밖에 안되니까, 희망고문보다 못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두 달 방학 중의 임금을 2주로 계산해 예산을 책정하겠다는 정부 대책에 대해서는 "장난하냐"며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실소를 터트렸다. 이는 강사들의 고용과 임금 안정을 위한 실질적 해결책이 아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시행령 발표 이후, 강사들의 모임인 '분노의강사'들에서는 성명을 냈다. 그 성명 내용에는 한 해직교사의 말이 담겨 있다.

"교육부의 시행령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자, 수영 잘 해서 여기까지 오실 분들을 위해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 된 구명조끼를 준비해 놓았으니 여기까지 헤엄쳐 오면 됩니다!'. 어차피 대학 갈 아이들 수는 줄고 대학도 정리될 판이라 강사 해고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니, 이 판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빨리 다른 일자리를 구하라는 신호로 들린다"

강사법에는 강사 처우 개선이 강사 해고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충분한 예산 지원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 또 강사법 적용을 피하고자 강사를 해고하거나 꼼수 계약을 강요하는 대학들을 규제하는 내용도 담겨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여전히 문제가 적지 않다.

대학 '구조조정'이 아니라 '구조개혁'으로...
"사립대 국공립화...대학 살리기 위해 정부가 결단해야 할 때"

강사공대위가 11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강사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는 학생·강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6.11.
강사공대위가 11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강사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는 학생·강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6.11.ⓒ뉴시스

강사법은 무려 7년 동안 유예됐다. 정부가 강사법 시행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2011년 대학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토록 한 법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하지만 대학의 행·재정 부담과 강사의 일자리 감소에 따른 대량해고 우려로 양측 모두 반발해 4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됐다. 지난해 국회는 더 이상 유예는 없다는 조건으로 1년의 유예기간을 추가로 주면서 교육부에 개선안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올해 3월, 강사측 대표 4인, 대학측 대표 4인, 국회 추천 전문위원 4인으로 구성된 '강사제도개선협의회'를 발족해, 5개월에 걸쳐 총 20차 례의 회의를 통해 강사법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다. 이처럼 강사법은 정부와 강사, 대학이 약속한 법이다.

현재 대학들은 학령 인구의 급감과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정부가 '강사법 연착륙'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학'구조조정'이 아닌 '구조개혁'의 방향으로 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김 대표는 "돈이 많은 사립대도 있지만, 진짜 재정이 열악한 사립대도 많다"며 "그런 곳은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 너희들 알아서 자율적으로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사립대 비중이 많은 나라가 세상에 어딨냐"며 "사립대가 재정적 열악함에 빠졌을 때 국공립화 하는 것으로 대학을 살리는 쪽으로 갈 수 있다는 거다. 그것을 결단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게 단지 저희의 일자리 문제가 아니다"며 "대학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이냐. 대학 운영 기준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정부와 대학이 답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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