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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앞으로’를 고민하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의 집담회가 10일 서울연극센터 아카데미룸에서 열렸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의 집담회가 10일 서울연극센터 아카데미룸에서 열렸다.ⓒ민중의소리

공연계에 ‘미투운동’이 일어난지 1년 6개월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시간 동안 긍정적인 변화가 포착됐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여전히 존재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현장에 발을 들이려 하고 있다. 최근 ‘미투’에 연루된 극작가가 이름을 숨기고 대한민국연극제에 작품을 제출하면서 논란을 빚은 일도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 극단 신세계에서는 “앞으로 불미스러운 사태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 기간 중 발생했던 일을 용기 있게 공론화했다.

성폭력에 대응하고자 하는 연극인들의 자발적인 연대체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이하 성반연)은 10일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집담회를 열었다. 성반연은 “가해자는 돌아오고 있고 우리는 이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며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고 현재를 점검하고 지속 가능성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보고자 이런 자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집담회에는 기획자, 배우, 작가, 연출, 스텝 등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이 모였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는 홍은지 신촌문화발전소 문화발전소장이 맡았다.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나

토론 내용은 △미투 이후 생겨난 많은 움직임, 발견된 변화와 여전히 바뀌지 않은 점은 무엇인가 △‘나’는 바뀌었는가 △성반연의 확장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등이었다.

‘미투 이후의 변화와 바뀌지 않은 점’에 대해 조원들의 내용을 정리 발표한 홍예원 움직임 연출가는 “성폭력에 대처하는 우리의 메뉴얼이 바뀌고 메뉴얼이 생겼다는 점이 변화”라며 “여전히 ‘다’ 말할 수 없지만 이젠 불편하다고 조금은 ‘더’ 말할 수 있게 된 점” 등을 변화로 언급했다.

또한 “성인지와 관련한 이야기의 질이 늘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우리 일상의 대화 안에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 혹은 성인지가 함유된 이야기들을 더 많이 하게 된 것도 변화 중 하나”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어서 “이러한 구체적인 것들 말고 전반적으로 변한 것 같진 않은데 사실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자체도 우리가 변한 점 같다”며 “앞으로 변화가 생기려면 굉장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는 것에서 동의했고 동시에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나는 바뀌었는가’라는 질문에 조원들의 의견을 정리해 발표한 연극인 김보은 씨는 “작업을 할 때 내부 규칙, 어떤 것들을 할지에 대한 것, 외모에 대한 것, 우리는 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친근함이라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 해소됐다고 하신 분이 있었다”며 “인식은 바뀐 것 같지만 현장 상황은 안 바뀌었다고 말한 의견도 있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다양한 폭력과 관련해) 관점이 바뀌었고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며 “예전엔 개인의 문제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 인식을 잘 못 했다가 지금은 다양한 발화들로 인해서 그런 것들의 문제를 인식하게 됐고 발화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한 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 비하면 불편함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이 생겼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여기 이곳에서 한발만 나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고 ‘나는 이 안에만 있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다들 한다고 생각한다. 연극계를 바꿔 나갈 행동이 무엇이고 그것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집담회가 10일 서울연극센터 아카데미룸에서 열렸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집담회가 10일 서울연극센터 아카데미룸에서 열렸다.ⓒ민중의소리

건강한 공연 생태계 만들기
여전히 어렵게 다가오는 점들

건강한 공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행동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게 다가오는 점들에 대해서 참여자들은 공유했다. 송경화 연출가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것은 잘못 말한 거다,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쉽게 말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작업을 함께 하는 동료들에겐 말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친밀한 관계일수록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예원 움직임 연출가는 “프로덕션 내에서 주도하는 사람이 CTS(건강한 극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카고 연극인들이 만든 자치규약) 등 예시가 될 만한 것들을 읽어보자고는 할 수 있는데 저는 보통 그런 입장이 아니다. 그걸 읽어보자는 말을 못하겠다”며 “읽어보자고 했을 때 두려움과 상처가 있다. 물꼬를 트는 게 어렵다”고 털어놨다.

송경화 연출가는 “공동의 작업을 표방하고 있으면서 창작자로서 말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최샘이 기획자는 “자신들이 느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추상적이긴 하지만 제일 필요한 것 같다”며 “극단 내에서도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작은 단위가 많아야 하는데, 관계나 입장에 있어서 그것도 쉽지 않다고 하시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편함에 대해 발화하는 연습을 해본 것인 바로 성반연이었다”면서 “성반연의 ‘월요모임’ 등 이야기 할 수 있는 단위들을 만들었고 경험했다.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경 결성된 성반연은 ‘미투’와 관련해 피해자를 지지하고 가해자에겐 대응하는 행동들을 이어왔다. 이들은 ‘이윤택 성폭력 사건’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연극인들의 개인탄원서를 수합 하기도 했고,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극단 목화 오태석 대표의 작품이 해외 공연을 나가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스웨덴의 미투운동을 이끈 배우 수잔나 딜버를 초청해 국제포럼을 진행하기도 했다. 건강한 극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카고 연극인들이 만든 자치규약 ‘CTS’를 반영해 한국의 ‘KTS’를 만드는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이 밖에도 ‘월요모임’, ‘연속 포럼’을 이어나가며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발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성반연은, 성반연과 연극인들 사이에 경계를 지우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서 팔찌나 배지를 제작해 연극인들이 특정 자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방법, 로고 제작을 위한 공모 진행, 타 축제 부스에 참여하거나 혹은 축제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도 ‘쉽게’, ‘빨리’,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등의 의견들이 제시됐다. 성반연은 앞으로도 건강한 공연 환경을 만들기 위한 행동들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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