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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속세 특혜 달라는 생떼에 끌려다닌 정부 여당

정부와 여당이 11일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업상속공제는 이른바 ‘100년 전통의 명품 장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로 지난 1997년 도입됐다. 현재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기초공제를 해준다.

개편안은 이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였다. 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이 업종을 변경할 수 있는 범위가 기존의 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 내에서 ‘중분류’까지 확대되고, 위원회 판단에 따라 ‘대분류’ 내에서도 가능해진다. 고용유지 의무도 기존에 비해 느슨해졌다. 큰 폭으로 완화됐다고 봐야 한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예전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상속세를 상당 부분 면제해주는 것이어서 ‘편법 상속’으로 이용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기초공제 한도와 적용 대상도 꾸준히 확대됐다. 제도 도입 당시 1억원이던 기초공제 한도는 2014년 500억원으로 무려 500배나 급격히 늘어났다. 중소기업으로 한정됐던 대상기업도 3년 평균 매출액이 3천억원 이하인 중견기업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은 전체 중견기업의 86.5%에 달하니 대부분의 중견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세금감면 대신 세금 낼 돈을 마련할 때까지 기한만 연기해주거나, 비상장기업이나 수공업, 농업 등 특정 업종에 대해서만 상속세 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이나 프랑스에 비해 상속세 혜택이 매우 크다. 이것만 보더라도 불합리하고 부당한 특혜다.

사정이 이런데도 재계는 그동안 가업상속공제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일반 국민의 상속세 기초공제한도가 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공제한도 500억원은 ‘250배'의 특혜인데, 이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얘기다. 재계의 요구대로 대상기간이나 업종 등 사후관리 요건이 완화된다면, 상속하는 기업의 성격이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 기업은 더 이상 보존해야 할 ‘장수기업’이라 할 수 없다. 여기에 특별히 세금 혜택까지 주며 지원해줄 이유가 없다. ‘100년 기업’을 내세우면서 대상 기간 10년을 채우기 어렵다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가업상속공제 완화 주장은 ‘오랜 가업’을 이어받겠다는 게 아니다. 평범한 국민들은 다 내는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막대한 자산을 부당하게 상속받겠다는 몰염치일 뿐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그 자체가 이미 과세 형평이나 조세 정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이마저도 완화해 달라는 것은 자신들만 특혜를 달라는 떼쓰기나 다름없다. 불공정에 대한 분노와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국민의 열망이 문재인 정부 집권의 근본동력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도 다른 정부도 아닌 문재인 정부가 이를 수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안은 전면 철회돼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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