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리뷰]혁명가 체 게바라의 피와 땀과 눈물과 신념, 영화 ‘체 게바라’
영화 ‘체 게바라’
영화 ‘체 게바라’ⓒ스틸컷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체 게바라를 ‘20세기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쿠바의 사진가 알베르토 코르다가 찍은 한 장의 얼굴 사진에 대중들은 열광하고 있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 가운데 하나다. 혁명이 사라진 시대. 혁명을 말하는 것이 어색해진 시대에 혁명가가 유행하는 건 어딘지 씁쓸하다. 체 게바라는 혁명가가 아닌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그가 던진 메시지와 그가 걸어온 여정에 남아있는 수많이 피와 땀과 눈물은 사라졌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2부작으로 만든 영화 ‘체 게바라’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던 체 게바라의 본 모습을 전해준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체 게바라 자신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체 게바라:1부 아르헨티나’는 그의 저서 ‘쿠바 혁명 전쟁의 기억’을 ‘체 게바라:2부 게릴라’는 ‘체 게바라의 볼리비아 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1부는 멕시코에서 남미 민중의 가난한 삶을 변화시키자는 신념으로 뭉친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를 비롯한 86명의 동지가 배를 타고 쿠바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이후 게릴라들이 군사 훈련을 하고 투쟁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천식에 고통스러워하는 체 게바라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 아울러 체 게바라가 쿠바 혁명 이후 1964년 뉴욕을 방문해 유엔에서 한 연설과 언론 인터뷰 모습을 번갈아 보여준다. 연설과 인터뷰를 통해 체 게바라는 단호한 어조로 미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혁명의 주체는 민중임을 강조한다. 이런 발언들과 함께 등장하는 전투 당시의 상황들은 체 게바라가 이런 생각과 신념을 어떻게 가지게 된 것인지 설명해주고 있다. 전쟁을 하면서도 동료에게 글을 가르치고, 아픈 이들을 치료했다. 이런 그의 신념은 후에 쿠바의 교육과 의료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낸 원동력이었다.

영화 ‘체 게바라’
영화 ‘체 게바라’ⓒ스틸컷

영화는 쿠바 혁명의 과정을 어떠한 과장도 없이 담담하게 그려낸다. 천식으로 고생하는 체 게바라와 중대한 선택을 두고 고민하는 그와 때론 잔인해 보이기까지 한 냉혹한 모습, 인간적인 고뇌 등을 복합적으로 전달하며 이 영화는 체 게바라라는 영웅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아니라 다층적인 모습으로 혁명의 과정을 그려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체 게바라가 믿었던 공산주의를 강조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의 육신은 20세기에 죽었지만 21세기까지 살아있는 신념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극 중 체 게바라는 일반적인 전기영화의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지만 때로는 잔혹하고 무자비한 모습도 보여준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투쟁의 한복판에서 체 게바라 주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관객들이 몸소 느끼게 하고 싶었다”라며 심혈을 기울였던 캐릭터 구축에 관해 설명했다.

2부는 볼리비아로 떠난 체 게바라의 모습을 담고 있다. 1부의 첫 장면에서 생략됐던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가 멕시코에서 한 대화가 나온다. 쿠바혁명을 마치면 남미의 다른 나라의 혁명에 나설 것이란 체 게바라의 약속을 보여준다. 그리고, 카스트로에게 편지를 남기고 쿠바를 떠난다. 체 게바라는 쿠바를 떠나 콩고에서 실패를 겪고 볼리비아에서 혁명을 시도하다 1967년 10월 9일 볼리비아 정부군에 잡혀 총살당했다. 영화는 콩고에서의 기간은 서술하지 않고, 볼리비아에서 게릴라전을 벌이며 혁명을 시도하다 좌절한 과정만을 담고 있다.

영화 ‘체 게바라’
영화 ‘체 게바라’ⓒ스틸컷

이 영화의 1부와 2부는 매우 닮아있다. 체 게바라가 참여한 쿠바와 볼리비아에서의 혁명 시도는 겉으로 보면 거의 비슷한 과정이었음이 영화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맞물린다. 소수의 정예 부대가 게릴라 투쟁을 벌이며 혁명에 나서고, 노동자와 급진정당, 농민들을 조직해 전선을 키우려 했던 시도는 비슷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체 게바라의 말처럼 혁명의 주체는 민중이다. 쿠바 민중은 주체로 나섰지만, 볼리비아에선 외국인들이 아직 준비조차 되지 않은 민중들을 혁명대오로 이끌지 못했고, 공산당도 폭력은 싫다며 투쟁에 함께하지 않았다. 농민들은 게릴라들을 경계했고, 오히려 정부군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혁명은 절대 수출할 수도, 수입할 수도 없는 것임을 영화는 처절하게 확인시켜준다.

1959년 쿠바 혁명에 성공했지만 1964년 체 게바라는 “쿠바에서는 모든 일이 끝났다”며 새로운 혁명의 길을 나섰다. 길을 나서며 그는 ‘Hasta la victoria siempre’라는 말을 남겼다. ‘영원한 승리의 그 날까지’라는 말이다. 혁명은 끝이 없고, 영원히 승리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는 굳은 다짐이었다. 이 영화 1부 마지막에서 체 게바라는 혁명에 성공한 후 아바나로 가는 도로에서 정부군의 고급 오픈카를 타고 달리는 한 무리의 군인들을 멈춰 세운다. 독재 정권의 유산을 훔쳐 타느니 걸어가라고 단호히 명령한다. 승리에 도취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할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걸 몸소 보여준 것이다. 영화 속에서 체 게바라는 마지막 전투를 승리를 이끈 뒤 “혁명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2부는 정부군에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체 게바라의 모습과 함께 멕시코에서 쿠바로 떠나는 배 위의 체 게바라의 모습으로 영화가 끝난다. 처음과 끝이 한결같았던 체 게바라를 이 영화는 보여준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