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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이 진에어에 끼친 손해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해 5월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울먹이며 답변하고 있다.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해 5월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울먹이며 답변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지난 10일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했다. 한진그룹 측은 조 전무가 이른바 ‘물컵 갑질’의 법적 절차가 끝났기 때문에 경영 복귀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등기이사로 있던 진에어에 끼친 피해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가 경영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이유다.

지난해 국토부는 ‘조 에밀리 리’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인 조현민이 등기이사로 재직했던 진에어에 제재를 결정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국 국민이 아닌 자는 국적 항공사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징계 수위를 심사했고 지난해 8월, 진에어의 신규 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을 결정했다. 당시 국토부는 해제 시점도 정하지 않았는데, 때문에 진에어는 지금도 신규 노선 확보, 비행기 추가 등록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진에어는 올해 진행된 중국 운수권 신규 배분에서 단 하나의 노선도 챙기지 못했다. 지난 5월 국토부는 중국을 오가는 9개 신규 노선 및 기존 14개 노선에 대한 운수권을 각 항공사에 배분했다. 당시 경쟁사인 티웨이와 제주항공은 각각 주당 35회의 운수권을 확보했다. 이스타항공도 27회의 운수권을 따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신규 운수권 배분에서도 진에어는 배제됐다.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과 몽골 운수권을 나눠 가졌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싱가포르 노선을 신규 취득했다. 진에어는 경쟁사들이 사업을 넓혀가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싱가포르 등 운수권 배분 지역은 수요 대비 한정적인 경쟁으로 수익창출에 유리할 수 있다”며 “따라서 운수권 하나하나가 항공사의 큰 자산”이라며 “진에어 입장에서는 노선을 선점할 수 없다는 점도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항공기 도입이 막힌 점도 큰 타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상 항공기 한대 당 매출을 300억원 정도로 잡는다”며 “항공기 대수와 노선수는 비례한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보를 병행해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항공기 26대를 운용 중인 진에어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 신규 항공기 4대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보류했다. 진에어가 멈춰 선 사이 제주항공은 8대의 항공기를 추가해 보유 대수를 42대로 늘렸다. 에어부산도 최근 신규 항공기를 도입해 진에어와 보유 대수가 같아졌다.

진에어 자료사진
진에어 자료사진ⓒ뉴시스

“조현민 일탈로 한진 주가 폭락…그룹 복귀, 책임경영에 반해”

조 전무의 각종 범법행위가 그룹 계열사 주가를 떨어트려 주주 손실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12일 조 전무의 경영복귀에 대한 입장문에서 “‘물컵 갑질’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이후 6개월간 한진칼·대한항공·진에어·한진·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계열 상장사 5곳의 시가총액은 약 20% 폭락했다”며 “조 전무의 일탈행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진그룹 주주들에게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로 인한 한진그룹 임직원 사기저하와 그룹 이미지 저하로 인한 손실은 숫자로 환산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 진에어 주가는 ‘물컵 갑질’이 보도된 지난해 4월 12일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락해 국토부 제재 등을 거치며 최근에는 반토막이 났다. 국토부 제재 이전 1조원에 달하던 시가총액은 12일 종가 기준 6720억원으로 3천억원 이상 줄었다.

KCGI는 “한진그룹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해 주주와 임직원 등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전력이 있는 조현민 전무가 자신이 야기한 각종 문제에 대한 수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룹에 복귀하는 건 책임경영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KCGI는 한진칼 이사들에게 ▲조 전무의 행위로 발생한 진에어 등 한진칼 보유 계열사 주가 폭락에 대한 대응 조치 ▲조 전무 재선임이 이루어진 배경과 재선임 관련 이사회 역할 ▲조 전무 보수 및 퇴직금 지급 기준 등을 묻는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전무의 복귀 소식에 진에어와 대한항공 노동자들은 입을 모아 사퇴를 촉구했다.

진에어 노조는 12일 성명을 내 “조현민은 회사와 직원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일언반구 사과도 없이 퇴직금 17억원을 챙겨 나간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경영자”라며 “조현민은 경영복귀를 철회하고 총수일가는 국토부 제재를 책임지고 해소하라”고 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도 박창진 지부장 명의로 낸 성명서에서 “작년 조현민 씨가 던진 물컵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업 이미지와 미래 가치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며 “어떠한 반성도 없이 경영복귀는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대한항공 조종사 새 노조는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가치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금전적 손실은 물론 직원들이 감내한 자괴감, 언젠가 본인도 갑질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채기로 남아있다”며 “조현민은 한진그룹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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