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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SNS 시대, 범람하는 고독을 포착해낸 하네케 감독의 ‘해피엔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해피엔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해피엔드’ⓒ스틸컷

SNS와 유튜브가 활개 치는 새로운 물결 속에서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영화 ‘해피엔드’를 통해서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SNS로 인해 인간 관계와 소통 방식마저 잠식당해 버린 인간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해피엔드’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영화 ‘아무르’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선보이는 신작이다. ‘아무르’와 ‘하얀 리본’으로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적이 있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가장 동시대적이고 첨예한 소재로 관객에게 말 걸기를 시작한다.

영화는 ‘로랑’ 가문에 10대 소녀 에브가 새로운 가족으로 합류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에브의 등장과 함께 부족할 것 없는 부르주아 ‘로랑’ 가문의 거짓과 위선이 드러난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조르주 로랑, 외과 의사이자 에브의 아빠인 토마스 로랑, 건설 회사 CEO인 앤 로랑 등 화려한 직업과 가문을 가진 이들의 불편한 지점들이 스크린 위로 드러난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인간의 위선을 들춰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우리 삶에서 SNS와 유튜브를 뗄 수 없듯, 영화 속 주인공 삶 속에도 이러한 매체들이 깊이 잠식해 있으며 관여하고 있다. 사랑하는 엄마, 사랑하는 아내를 곁에 두고도 SNS와 유튜브에 가장 진솔하고 깊은 속내를 꺼내놓는 모습은 쓸쓸한 현대인의 모습을 복기한다. 감독이 곳곳에 삽입해 놓은 이러한 연출적 부분은 위태롭게 존재하던 가족의 의미조차 지워버린다.

감독은 이러한 매체들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소셜 미디어가 우리에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휴대폰, 인터넷, SNS는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만지는 것은 휴대폰이고 업무를 볼 때도 휴대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인간관계도 인터넷 속에서 두터워지고 얇아지기를 반복한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말처럼 소셜 미디어는 교회와 종교의 역할도 대신하고 있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에 고해성사하듯 자신의 일상과 번뇌를 고백한다. 소셜 미디어는 전 세계 네트워크를 연결시켜준 것 같지만 사실 개인을 개인의 울타리 속으로 단단하게 가두는데에도 역할 했다. 타인보다 개인이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으며 단절된 관계 속에서 고독이 범람하고 있음을 ‘해피엔드’는 보여준다.

‘인간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든다’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지금 현재 이해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오는 6월 20일 개봉된다.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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