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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알앤비로 쓴 젊음의 멜로 드라마
콜드 'Love Part 1'
콜드 'Love Part 1'ⓒ콜드(Colde)

특정한 나이에서만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아니, 특정한 나이에서 더 잘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예외는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첫사랑의 설렘이나 죽음의 공포를 어떤 나이에서 더 잘 말할 수 있는지는 대체로 분명하다. 예술작품은 삶과 무관하지 않고, 창작자 본인과 별개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스몰은 역작 ‘뮤지킹 음악하기’에서 ‘우리가 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존재는 작곡가 자신이거나 작곡가 당대에 살았던 실제 인물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낸 신화적 인물이다. 그의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 즉 주인공뿐 아니라 작품의 과정에서 마주치거나 정복당할 수 있는 어떤 상대라도 모두 작곡가 자신이 지닌 여러 모습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만드는 이는 자신이나 자신이 아는 이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계급/나이/성별/성적지향/지역 등의 정체성을 뛰어넘기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젊음이 가득한 콜드의 첫 번째 정규 음반 ‘Love Part 1’

오프온오프(offonoff)에서 보컬로 활동하는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콜드(Colde)의 음악 역시 마찬가지이다. 콜드가 지난 5월 31일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음반 ‘Love Part 1’에는 젊음이 가득하다. 콜드의 실제 나이와 다르지 않은 젊음은 사랑에 빠진 젊음이다. 사랑을 통과하는 젊음이다. 젊음은 목소리로, 리듬으로, 사운드로 스며들고 은근하게 뿜어 나온다. 음반의 제목부터 ‘Love Part 1’인 음반은 사랑이 싹트고, 피어오르고, 시들고, 다시 뿌리내리는 이야기를 드라마처럼 엮었다.

첫 곡 ‘Love Is A Flower’는 ‘사랑이라는 건’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사랑을 모르는 이의 막연한 질문이 아니다. 지금 사랑에 빠진 이의 설렘 가득한 질문이다. 사랑을 시작한 순간부터 보여주는 콜드의 멜로 드라마는 두 번째 곡 ‘휴지통’에서 사랑에 빠진 이의 마음으로 직진한다. ‘너의 슬픔을 내게 줘’라고, ‘아픈 상처도 내게 줘’라고 노래하는 마음은 상대를 위하고 싶은 마음, 상대의 전부가 되고 싶은 열망을 질투심과 함께 죄다 옮긴다. 당연히 ‘사랑해’라고 노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흔한 사랑의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은 ‘I Fxxking Love You’라고 노래할 정도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사랑이 그렇듯 이 음반의 사랑도 평화롭거나 에로틱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네 번째 곡 ‘와르르’는 멈칫거리고 무너지는 사랑을 기록한다. ‘때론 날 무심하게 내팽개친 채/불안함이란 벌을 내려줘/그럴 때면 난 길을 잃은 강아지가 돼/고개를 푹 숙인 채 걷네’라는 노랫말은 사랑하는 관계의 권력과 차이를 그려 현실 사랑의 양면성을 핍진하게 제시한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관계에서 노래의 주인공은 결국 사랑을 사정한다. 그리고 ‘향’은 향기라는 접점으로 상대의 영향과 공백을 형상화한다. 콜드는 사랑의 변곡점 같은 순간의 진실을 잡아채고 다르게 표현해 음악 멜로드라마의 굴곡을 선명하게 한다. 덕분에 노래를 듣는 이들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 들떴다가 가라앉고 쓸쓸해진다.

급기야 ‘없어도 돼’에서는 ‘너가 나를 진짜 과연/사랑하긴 했을까/그때 우리 나눴던 건/어디 갔을까/말은 뱉기 쉽고/상처는 더 깊어/서로를 밀어내기에 바쁘네’라고 식어버린 마음밭에서 서성인다. 하지만 이 음반의 끝은 비감한 사랑의 종말이 아니다. 콜드는 ‘Endless Love’에서 끝나지 않을 사랑을 염원하며 계속 노래한다. 이 사랑이 처음의 사랑인지, 새로 시작한 사랑인지가 중요하지는 않다. 영원한 사랑에 대한 갈망과 의지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마음을 노래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마음 덕분에 이 음반에서 유일하게 콜드가 쓰지 않은 ‘빛과소금’의 곡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의 서사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음악 자체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앨범

8곡의 노래로 사랑의 드라마를 노래하는 콜드는 현란한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하거나 화려하고 다양한 악기 사운드를 전시하지 않는다. ‘Love Is A Flower’에서는 건반과 현을 휘파람 소리에 정갈하게 버무려 몽환적으로 노래하고, ‘휴지통’에서는 신시사이저 연주와 나른한 비트로 몽롱한 질감을 이어간다. 보컬을 제외한 다른 연주가 보컬을 추월하지 않는 노래는 랩을 결합시켜 속내를 더 과감하게 노출한다. 반면 ‘사랑해’에서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에 샤우팅 창법으로 청량하게 노래하는데, 이 곡에서도 사운드는 단출하다. 덕분에 노래에 담은 마음은 더 투명하게 들리고 날렵하게 스며든다.

하지만 콜드는 보컬에 가미한 리듬감과 옅은 끈적임으로 장르적 지향을 계속 드러낸다. ‘와르르’의 건반 연주와 슬로우 템포의 리듬을 끌고 변주하는 과정에서도 장르의 고유한 매력은 온전하다. ‘향’에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만드는 맑은 리듬감과 드러밍의 조화, 보컬에 밴 공간감과 울림은 이 곡이 알앤비임을 분명히 한다. 알앤비 특유의 리듬감과 농염함은 사랑에 빠진 이의 나른함과 설렘, 슬픔을 표현하기 제격이다. 콜드는 사운드의 농도를 낮추고, 멜로디의 힘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만든다. 특히 ‘없어도 돼’에서는 멜로디가 노랫말의 서사를 센티멘털하게 끌고 간다. 그리고 휘파람을 비롯한 사운드를 적절하게 연출해 곡과 곡의 차이를 만든다. 건반과 현을 부각시킨 ‘Endless Love’ 역시 우아한 연주로 서정성을 극대화해 음반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정갈하게 리메이크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도 원곡의 품격을 훼손하지 않는 차분함이 돋보인다. 콜드는 8곡의 노래로 사랑의 다양한 국면들을 다채롭게 노래하면서 국면마다의 본질과 무드를 자신의 담담한 보컬 스타일과 악기로 다르게 표현했다.

덕분에 이 음반은 다른 좋은 음반들이 그러했듯 음반에 담은 정서와 관계를 들여다보게 할 뿐 아니라, 음악 자체의 매력을 즐기게 한다. 이 두 가지 행위는 분리되지 않고 연결된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복무한다. 매력적이지 않은 음악은 들여다보게 하지 못하며, 들여다보게 하지 못하는 음악은 매력조차 반감된다. 좋은 멜로디와 사운드를 만들 뿐 아니라, 보편적인 이야기의 본질을 선명하게 포착해내는 솜씨는 그 순간의 감정에 안착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감정 안팎의 더 많은 관계까지 보여주지는 않지만, 노랫말 속 짙은 감정의 농도는 재현이라는 노래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한다. 누군가에게는 과거였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재인 이야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야기.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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