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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내란음모’ 재판과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의 소름 돋는 연결고리

내란음모 등 혐의로 징역 9년을 확정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측이 지난 5일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피해 사건 중 첫 번째 재심청구다. 과연 법원은 이 전 의원 측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을 열까?

지난 13일 ‘사법정의 회복을 위한 내란조작 사건 재심청구 변호인단’은 서울 중구 세실극장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재심 설명회’를 열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사회로 진행된 설명회에는 재심청구 변호인단인 천낙붕 변호사(민변 사법농단 TF 단장), 조지훈 변호사, 하주희 변호사가 참석했다.

1. ‘이석기 내란음모’ 재판과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의 소름 돋는 연결고리
2. “이석기 재심, 법리만 따지면 충분히 가능” 변호인단의 이유 있는 자신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청와대와 ‘재판거래’한 정황이 법원행정처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문건에서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에 ‘협조한 사례’로 이 사건을 언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과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의 관계는 원인과 결과, 가해와 피해 등으로 인식된다. 동시에 상반된 두 사건의 재판은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많다고 이 전 의원 변호인단은 입을 모았다.

내란음모·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정으로 들어 서며 가족들과 인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내란선동 혐의는 징역 9년 확정 됐다.
내란음모·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정으로 들어 서며 가족들과 인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내란선동 혐의는 징역 9년 확정 됐다.ⓒ사진공동취재단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양승태, 피고인 돼서야 외면했던 이석기 주장 이해해

‘주 4회 재판’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농단 사건 핵심 피고인들은 “주 4회 재판은 방어권을 침해한다”라며 재판부에 주 2회 재판을 요청했다. 재판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천낙붕 변호사는 “내란음모 사건도 일주일에 4번씩 재판했다. 게다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재판을 했다. 당시 변호인단 20여 명이 수원에서(당시 수원지법이 1심 심리를 맡았다) 합숙소를 마련해 밤새 재판 준비를 했다. 그렇게 재판을 50회 했다”라고 말했다.

하주희 변호사는 “주 4회 재판은 실제로 방어권을 침해했다. 구속된 피고인들을 접견하면서 재판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방어권 침해를 주장하면서도 구속 기간 만료일 전에 재판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그대로 강행했다”라고 말했다.

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주 2회 재판’ 주장에 대해 구속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재판을 지연시킬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 기간이 8월에 만료된다. 구속 기간 만료 전까지 1심 선고가 안 나면 석방하겠다는 소문이 들린다. 주 2회 재판을 하면 8월에 양 전 대법원장이 활개를 치고 돌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양심수 주장 따라 하는 양승태
“억울한 피해자인 척…어처구니없어”

사법농단 피고인마다 제기한 ‘공소장일본주의’ 문제도 내란음모 사건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법원에 제출하는 것은 공소장 하나이며,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는 물론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것은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공소장에 ‘언제 어디서 살인을 저질렀다’ 등 기소된 혐의 관련 사실관계만 적시해야 하며, 피고인의 평소 행실 등 재판부가 편견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을 써서는 안 된다.

천 변호사는 “공소장일본주의가 가장 문제가 됐던 건 공안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7~80년대 공안 사건은 공소장이 100~200쪽이다. 공소장엔 피고인이 어떤 학생 운동을 했고, 어떤 책을 읽었고, 누구한테 지도를 받았는지 등이 쓰여 있었다. 특히 북한이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도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결국 혐의는 ‘책 ‘역사란 무엇인가’(군사독재정권 시절 불온서적) 한 권 소지했다’가 끝이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 공안 사건인 내란음모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란음모 혐의에서 RO(Revolution Organization)를 말할 이유가 없다. 반국가단체를 조직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면 모를까. 1심 재판부도 처음엔 RO는 공소사실과 관계없으니 빼자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판결문에서 RO를 전제로 검찰의 공소장을 모두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라고 설명했다.

조지훈 변호사는 “내란음모 사건 공소장이 200~300쪽가량 됐다. 변호인단 중 한 명이 RO, 북한 등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을 지우니 5~7쪽이었다. 또 이 사건 공소장에는 원칙을 위반하고 증거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판사들은 공소장일본주의 위배 원칙을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취급했다. 그런데 자신들이 사법농단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니 공안 사건의 양심수들이 주장하던 공소장일본주의를 말한다. 자신이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주장하는 게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마크
검찰마크ⓒ뉴시스

내란음모 수사 검사가 사법농단 수사해
“피의자가 ‘셀프 수사’하니 진상규명 안 될 수밖에”

이뿐만 아니라 두 사건 재판은 검사, 판사 등 재판 주체도 일치했다.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사법농단 피해 사건 기소를 주도한 사람이 자기 흑역사를 ‘셀프 수사’한 셈이다.

하 변호사는 사법농단 피해자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내란음모 사건 공판 검사를 담당 검사로 만난 일화를 전했다. 그는 “사법농단 피해자 신분으로 검찰에 조사받으러 갔는데, 당시 수사검사가 이재만 검사(내란음모 사건 2심 공판 검사)였다. 얼마나 아이러니하던지, 서로 뜨악했다. 제가 ‘수사 잘 할 수 있겠냐, 수사 열심히 할 거냐’라고 묻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법농단 수사가 판사들이 영장을 자꾸 기각해서 못 한 부분도 있지만, 검사들이 자신과 관련 있는 수사는 잘 안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 역시 사법농단 재판에서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농단 공판 검사 중 최재훈 검사(내란음모 사건 2심 공판 검사)를 봤다. 최 검사는 당시 재판에서 제일 말이 많던 젊은 검사였다. 최 검사는 임 전 차장 재판에서 과거 저희한테 했던 얘기를 똑같이 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 검사를 보니 사법농단 수사에서 내란음모 사건이 제대로 드러날 수 없었던 한계를 느꼈다. 검찰이 모든 칼자루를 쥐고 있지 않냐. 그래서 민변이 사법농단 사태에서 특검, 특별재판부, 특별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가 강제 징용 사건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강제 징용 사건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재판장이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됐는데
재판거래 아니라고?

검사뿐 아니라 판사도 겹쳤다. 내란음모 사건 2심 재판부가 대표적이다. 이 사건 2심은 2014년 2월 법원 인사이동으로 양승태 대법원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로 새롭게 구성된 서울고법 제9형사부에 배당됐다. 재판장 이민걸 부장판사는 2007년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2009년 행정처 사법등기국장 등을 역임했고, 2011년 11월부터 행정처 사법정책실장으로 일하던 중 2014년 2월 이 재판부로 발령받았다.

재판장과 같이 발령받은 주심 우배석 진상훈 판사는 2012년 2월부터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으로 근무하다가 이 사건을 맡았다. 2014년 8월 11일 이 전 의원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이민걸 부장판사와 진상훈 판사는 다음 해 각각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창원지법 진주지원 부장판사로 발령받았다.

천 변호사는 “(이 사건 2심 재판에서) 재판장이 사법농단과 연결돼 있다. 실제로 이 사건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대신 이민걸 부장판사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재판부 배당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음모 사건에서도) 똑같은 수법을 썼을 것이다. 사건을 어느 재판부에 배당해야 행정처가 관리하기 쉬울지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음모 사건이 재판거래 결과임을 입증할 직접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이 합리적 의심을 부르기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천 변호사는 “1심 재판부는 순리대로 했다. 변호인들 의견을 상당히 받아주는 편이었다. 기대를 갖고 밤새 재판을 열심히 준비한 것도 있다. 그런데 재판 종결 2~3주 전부터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에 따르면 강제징용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등이 처음 만난 시점이 딱 1심 판결 직전”이라고 말했다. 2013년 12월 1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당시 차 처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을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징용 소송 관련 합동 대책 회의를 한 사실이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그는 “내란음모 사건은 김 전 비서실장의 가장 큰 관심사로 알려졌다”라며 “추정컨대 이 사건도 당연히 (당시 회의 자리에서) 나오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들의 회동이 있고 약 두 달 뒤인 2014년 2월 17일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이 전 의원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막연한 추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재판거래로 대표되는 ‘사법농단’이라는 의심이 현실이 된 지금 상황에서는 ‘합리적 추정’에 가까워 보인다.

박진 활동가는 “변호사들이 추정을 잘 안 하는데 이렇게 말하는 건 당시 너무나도 합리적이지 않은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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