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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는 종북’, 명예훼손 아니다” 재확인한 대법원이 간과한 것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양지웅 기자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종북’이라고 표현한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편적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최근 이 전 대표와 심재환 변호사 부부가 채널A와 시사평론과 이봉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종북이라고 표현하고 채널A가 이를 방송한 것은 이 전 대표 부부의 정치적 행보나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어 “그럼에도 이를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누군가를 단순히 종북이나 주사파, 극우, 극좌, 보수우익 등 표현으로 지칭했다고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런 표현을 한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1심은 “이 전 대표가 종북 활동과 관련됐다고 볼 만한 자료를 발견하기 어렵다”며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전 대표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지난해 있었던 전원합의체 판단을 따른 것이다. 작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전 대표 부부가 자신들을 상대로 ‘종북’, ‘주사파’ 등의 표현을 쓴 보수논객 변희재씨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상고심에서 ‘정치적 표현에 대해 명예훼손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8명의 다수의견으로 “정치적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정치적 의견 표명이나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종북’, ‘주사파’ 등의 표현을 분단 현실에 따른 맹목적인 이념 공세의 목적으로 사용되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를 단순히 일반적인 정치적 표현으로 본 대법원 판단이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그러한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적인 판단에 얽매인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전원합의체 대법관 5명이 낸 반대의견은 논의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당시 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우리 사회에서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용어는 그러한 입장으로 규정된 사람 등을 민주적 토론의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공격 수단으로 사용돼 온 측면이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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