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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난 여론에도 ‘셀프 좋아요’ 누르는 제1야당 대변인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김슬찬 기자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 먹은 것도 아닌데”

지난 2014년 청와대 대변인이던 현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당일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이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응급치료가 이뤄지던 탁자 위 의약품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컵라면을 먹은’ 상식 밖 행동을 두둔하며 이같이 말했다.

굳이 논란에 부채질을 자처한 민 대변인은 정녕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던 걸까. 발을 동동 구르며 노심초사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 추위에 젖은 몸을 담요 한 장으로 감싼 채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던 구조 학생, 이들을 진료하느라 발에 땀이 나도록 분주했던 의료진.

모두가 비극에 잠기고 긴박했던 순간, 그 자리에서 교육부 장관이 꼭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어야만 ‘잘못된 행동’이라고 깨달을 수 있을까. 민 대변인의 언어에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었다.

대변인은 한 집단을 대신해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의견이나 태도를 표하는 일을 맡는다. 2014년 2월 하루아침에 KBS 앵커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깜짝’ 변신한 그는 5년여가 지난 지금 제1야당 대변인으로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민 대변인의 공감 능력은 늘 논란의 대상이다. 그는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참사가 일어났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5월 31일)이라 말해 막말 논란을 빚었고, 그보다 앞선 4월에는 강원도 일대에 발생한 산불을 두고 “오늘만 인제, 포항, 아산, 파주 네 곳에서 산불. 이틀 전에는 해운대에 큰 산불.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4월 4일)라는 글을 올렸다가 비판이 쇄도하자 삭제했다.

이튿날인 5일에는 강원 산불이 북쪽으로 계속 번질 경우 북한 측과 협의해 함께 대비하라고 주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는 “빨갱이 맞다”며 조롱한 네티즌의 글을 공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슬쩍 삭제했다. 재난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정쟁의 소재로만 삼는 민 대변인에게 ‘과연 추모할 자격이 있냐’는 쓴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민 대변인은 게시물마다 셀프로 ‘좋아요’를 눌렀다. 그는 아직 부끄러운 감정은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페이스북 글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페이스북 글ⓒ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페이스북

민 대변인이 문 대통령 북유럽 3개국 순방과 관련해 내뱉은 언어들도 점입가경이다.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9일 논평)이라는 비유로 딴죽을 걸다 못해 “나도 피오르 해안 관광하고 싶다”(11일 페이스북 게시글)며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비하하기까지 했다.

보통 명사 뒤에 ‘~질’이라는 접미사를 붙일 땐, 좋지 않은 행위를 낮잡는 뜻으로 쓴다. 대통령 순방이 천렵질이면, 몇 개월째 놀고 있는 국회 상황은 어떤 단어에 비유할 텐가. 보다 못한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 선배이자 KBS 선배인 민 대변인에게 “청와대 대변인이셨기 때문에 순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작심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대변인은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자리는 아니다. 자신이 대변하는 곳을 대신해 말하는 자리”라며 “그래서 저도 굉장히 신중히 단어를 선정하고 기자들 앞에 나선다. 그분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민 대변인에 일침을 가했다.

막말, 비아냥이 점철된 민 대변인의 메시지에 비판 여론이 들끓지만, 그를 옹호하기에 급급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아무거나 막말이라고 말하는 그 말이 바로 막말”(11일)이라며 굳이 당에 내린 ‘막말 금지령’을 봉인 해제하고 나섰다.

제1야당 대변인과 대표가 “천렵질이 왜 막말”이냐며 반박한다. 나아가 민 대변인은 “정당한 비판을 꼬투리 잡고, 막말로 몰아 입에 재갈을 물린다”며 “제1야당 대변인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앞으로 더욱 가열차고 합리적인 정부·여당 비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식어가던 자유한국당 막말 논란에 재차 불씨를 지핀 민 대변인은 제1야당 대변인으로서 할 일을 했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에 올린 몇 자의 글이 뭐가 문제냐는 태도도 보였다. 다수 네티즌의 반응을 ‘제1야당 대변인’이 순화해 페이스북에 올린 것뿐이라는 억지도 부렸다.

민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그의 입을 거쳐 나오는 말,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문구들은 곧 자유한국당의 입장과 다름없다. 하지만 ‘막말’ 논란이 불거질 때면 이미 게시한 페이스북 글을 몇 차례 수정하거나 삭제하기도 한 민 대변인의 행동을 볼 때 그가 얼마나 우발적으로 글을 올려왔는지 알 수 있다. 공당의 대변인이 글을 올리는 게 ‘뭐가 문제냐’는 그의 당당함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민 대변인을 비롯한 ‘막말’ 논란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의 고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 3일 당 회의에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겠냐고 꼬집은 바 있다.

박 최고위원은 “공감 능력은 권력과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자 필수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거듭되는 ‘막말’ 논란에도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자유한국당의 ‘막말 불감증’, 자유한국당 지지율 하락세가 보여주듯 국민 정서에 반감만 일으킬 뿐이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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