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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권리 침해” 주장만 있고 피해자료 없는 이상한 헌재 변론
헌법재판소 자료사진
헌법재판소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위헌이냐’를 두고 13일 헌법재판소에서는 공개변론이 열렸다. 청구인 사단법인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 협회’(대구 소재) 측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고 어떤 권리가 침해당했는지 사례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학자들의 의견만을 제시하기에 바빴다. 또 “자유경제시장만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 “최저임금제도는 없는 게 제일 좋다”,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이단적 실험이다” 등의 극단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이에 재판관들이 재차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설명해달라고 요구해야만 했다.

반대로, 피청구인(고용노동부) 측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줄었다’는 청구인 측 주장에 반박하는 각종 실증분석 자료를 제시했다. 더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타난 긍정적 효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일부 재판관이 ‘모든 긍정적 경제적 효과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보는 것도 정확한 분석은 아닌 것 같다’는 지적을 했지만, 청구인 측은 “모든 것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주장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위헌 여부 공개변론을 시작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소상공인협회가 고용노동부의 2018년·2019년 최저임금 고시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다. 2019.6.13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위헌 여부 공개변론을 시작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소상공인협회가 고용노동부의 2018년·2019년 최저임금 고시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다. 2019.6.13ⓒ뉴스1

“청구인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떤 피해 보았나?”

이날 공개변론에서 다룬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처음 접수된 때는 2017년 12월. 최저임금위원회가 전년도보다 16.4%(6470원→7530원) 상승한 2018년 최저시급을 결정하자, 사단법인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 협회’를 포함한 150여명의 청구인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업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듬해에도, 이들은 2019년 최저임금이 전년도보다 10.3%(7530원→8350원) 인상된 것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요구했다.

사건을 처음 접수한 날로부터 1년하고도 보름의 시간이 있었지만, 청구인 측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구체적으로 청구인들이 어떤 고통과 불편을 겪었는지 실질적인 사례 및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보통 헌법에 명시된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받았고 그 피해가 청구인의 어떤 권리와 연결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증거자료는 제시하지 않고,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주장만 한 셈이다.

이에 재판관들은 “침해받았다는 내용을 구체화해서 주장해주시고, 이를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자료들을 제출해 달라”, “겪은 사례가 있다면 말해 달라”고 요구해야만 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당초 2017년 사건 등록 과정에서 자료를 내지 못했다. 경우에 따라선 사업자 등록이 있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그 사이 상당수가 폐업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그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관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중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한 일자리 안정자금을 언급했다. 이 재판관은 “정부 지원을 받으면 최저임금 인상의 폭을 완화되는 측면이 있는데, (지원을 받지 못한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청구인 대리인은 “물론,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지원을 받으려면 ‘4대 보험’을 들어야 한다. (노동자를 고용하려면) 4대 보험을 들어야 하는 게 맞지만, 소규모 영세자영업자는 4대 보험 없이 고용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를)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지원금을 받으면, 4대 보험으로 나가는 돈 때문에 지원금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일부 중소상공인들이 관행적으로 해 온 불법행위 때문에 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었고, 그런 이유로 돈을 지원받지 못해 폐업했다는 말이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정부가 이런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어 청구인 측 참고인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쫓겨나고 있다”며 “이런 과격한 정책을 쓰는 나라는 지구상에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청구인 측 주장은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이야기 할 때 주로 하는 주장과 같았다.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 줄었다?”

피청구인 측 참고인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통계수치를 제시하면서, 청구인 측 주장을 반박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영업자가 줄어든다고 했는데, 자영업자 감소 추이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02년 9월부터 자영업자는 계속해서 감소해왔다. 그리고 (2017-2018년 사이에) 자영업자가 8만7천명 줄긴 했다. 그런데 여기서 줄어든 자영업자는 모두 아무도 고용하지 않고 혼자서 일하는 자영업자다. 오히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4만7천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김 이사장이 제시한 통계자료에서 줄어든 집단은 주로 1인 자영업자로 최저임금 지급 의무와 무관했다.

또 김 이사장은 줄어든 1인 자영업자들이 모두 실직자가 된 것도 아니라고 추정했다. 그는 “이중 상당수는 임금노동자로 옮겨 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2017-2018년 사이 증가한 임금노동자 추이를 제시했다.

그는 “작년 초 언론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에 관한 보도를 쏟아냈는데, 당시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다. 작년 말 정도 되어서야 작년에 임금노동자들의 임금이 어느 정도 올랐는지 판단할 수 있는 원자료들이 공개되기 시작했다”며 자신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불평등 축소에 끼친 영향’을 소개했다. 이는 올해 2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이슈페이퍼 내용이다.

2017-2018년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본 임금불평등 추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와 지역고용조사에서 모두 임금불평등이 소폭 해소됐다.
2017-2018년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본 임금불평등 추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와 지역고용조사에서 모두 임금불평등이 소폭 해소됐다.ⓒ한국노동사회연구

이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각종 임금불평등에 관한 수치(시간당·월평균 임금 기준)가 2017년에 비해 2018년엔 낮아졌다. 저임금 계층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8년 시간당 임금인상률은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고임금 노동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저임금노동자들의 애초 임금 수준이 워낙 낮기 때문에, 이들의 시간당 임금인상액은 전체 노동자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이사장은 “저임금 계층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히려 실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체적으로 임금노동자 수와 취업자 수는 증가했고, 오히려 저임금 계층이 중간 계층으로 옮겨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로자가구를 10분위로 나눠서 봤을 때, 하위(저소득) 1~3분위에서 특징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2015년에서 2017년까지 매년 전년에 비해 근로소득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2018년에 일제히 플러스로 돌아선다”며 “저임금 계층의 임금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보존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최저임금 고용참사’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고용참사가 벌어졌다는 언론보도가 많은데, 고용률 추이에서 15~64세로 놓고 봤을 때 66.6%로 2017년도와 똑같고, 우리나라에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 “15세 이상으로 봐도 60.8%에서 60.7%로 0.1% 줄어든 수준”이라며 “이조차 2017년 이전까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게 어떻게 고용참사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고시의 헌법 위배 여부 공개변론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2019.06.13.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고시의 헌법 위배 여부 공개변론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2019.06.13.ⓒ뉴시스

“여전히 많은 사람, 비혼 1인 가구 생계비로 가족생계 책임”

한편, 피청구인 측 대리인인 김진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최후 변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저임금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사회가 일하는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해야 할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가장 힘들고 열악한 사람들의 소득 수준과 그 임금을 주는 것도 힘든 사람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에 관해 관심을 갖고 열과 성의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귀하고 소중한 기회다. 그래서 매우 반갑다.”

“다른 한편으론, 최저임금이 주인공이 되는 게 불편하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에서 최저임금이 전부인 것처럼,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오로지 최저임금 때문인 것처럼, 최저임금만 없으면 우리 모두가 괜찮을 것처럼, 최저임금이 정책 실패를 문제 삼는 정치적 공격수단이 되고,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제도이자 정치적 반대자의 이념 편향적 증거처럼 매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 나온 얘기 중 전체 임금노동자의 20% 이상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말이 있었다. 이 수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한다. 청구인 측에선 그로 인해 부당하다고 하는데, 다른 한편으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인상되어야만 임금인상이 되는 지독한 저임금노동자라는 것이기도 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비혼 1인 가구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서 가구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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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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