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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법 개정에 복잡해진 주류기업들의 속내
오비 맥주 카스
오비 맥주 카스ⓒ뉴시스

국내 주류업계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맥주판매 부동의 1위 카스 가격 인상을 언제 따라갈 것인지, 주세법 개정으로 발생한 제품 가격 조정 여지를 얼마나 활용할 것인지,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점유율을 늘릴 것인가, 아니면 수익률 회복을 우선할 것인가. 국내 주류 업계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지난 5월 정부는 50여년 만에 주세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맥주의 과세 기준은 ‘출고가격(종가세)’에서 ‘알코올 도수와 주류의 양(종량세)’으로 바뀌는데, 이로 인해 캔맥주는 415원의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긴다. 반면 생맥주는 455원, 페트맥주는 39원, 병맥주는 23원 정도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다만 정부는 생맥주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제맥주 및 일부 맥주 업계 등을 감안해 한시적 경감을 통해 종량세 전환에 따른 적응 기간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국내 맥주업계는 2~3년에 한 번씩 제조단가와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그 시기가 주세법 개편안 발표 시기와 겹쳤다. 원래라면 기업의 특성상 당연히 가격을 올리겠지만, 문제는 주세법 개편으로 오히려 맥주 가격을 내려야 할 요인이 생겼다는 것이다.

자칫 특정 기업만 가격을 인상할 경우 경쟁기업과의 가격경쟁에서 뒤처지며 도태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내년 1월부터 개편안이 적용될 예정인 만큼 올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아 발생하는 손실을 기업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하이트'
하이트진로 '하이트'ⓒ하이트진로 제공

‘요금 인상’ 칼 빼 든 오비맥주... 하이트진로·롯데주류 반응은?

업계 1위인 ‘오비맥주’는 개편안 발표 2달 전쯤인 지난 4월26일 오비맥주는 카스와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과거 사례에 비추어보면 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나머지 기업들이 뒤따라 가격을 인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주류업계는 점유율 1위 기업이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기업들도 따라 가격을 인상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오비맥주와 함께 국내 맥주업계를 삼분하고 있는 ‘하이트진로(하이트)’와 ‘롯데주류(피츠)’ 등이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50%가 넘는 업계 점유율을 기록 중인 오비맥주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들의 반응에 오비맥주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우리가 가격을 올리면) 원래 비슷하게 따라 올리는 건데, 이번엔 안 따라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격 인상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얘기인 만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오비맥주에 밀려 ‘만년 2위’인 하이트진로에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에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올해 초 신제품 ‘테라’를 출시한 하이트진로는 공식 석상에서 오비맥주에 빼앗긴 1위 자리를 되찾아 오겠다고 선언했던 만큼 이번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에 대해 “자사는 판매 확대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아직 가격 인상을 고려하거나 논의되고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롯데주류도 마찬가지다. 이번 기회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롯데주류는 이달 1일 고가의 프리미엄 맥주인 클라우드의 판매 가격을 인상했지만 ‘카스’, ‘하이트’, ‘테라’ 등과 경쟁해야 하는 ‘피츠’는 가격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피츠가 가격 인상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판매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적 판단”이라며 “현재 상황이 지속한다면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주류 '피츠'
롯데주류 '피츠'ⓒ뉴시스

또 한번의 선택... 맥주 3사의 결정은?

맥주업계는 주세법 개편안이 적용되는 내년 1월 또 한 번의 선택을 해야 한다. 인하 여력이 생긴 캔맥주의 가격을 얼마나 내릴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물론 기존의 가격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병·페트맥주에 대해서도 얼마나 가격을 인상할 것인지, 혹은 가격을 유지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이 같은 선택 역시 가격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올해 안에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가격을 인상한다면 모르지만, 변함없이 유지할 경우 오비맥주가 느낄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다른 경쟁업체보다 더 과감한 선택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반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올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겠지만, 차후 개편안 적용에 대한 대응에서 오비맥주에 비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와 함께 하이트진로의 주력상품으로 성장하고 있는 '테라'는 올해 3월 출시된 만큼 개편안이 적용되는 내년 1월에도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새로 출시된 제품의 경우 소비자 반감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것이 업계 불문율 같은 것이라고 보면 개편안이 적용되더라도 테라 병맥주 가격은 인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테라는 아직까진 캔맥주와 병맥주만 생산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의 경우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격 인상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서도 “통상 신제품의 경우 가격 인상에서 제외되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테라'
하이트진로 '테라'ⓒ뉴시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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