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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민중가수 문진오의 한결같은 30년
문진오
문진오ⓒ문진오

역사는 한 사람만 쓰지 않는다. 유명한 사람만 쓰지 않는다. 역사는 이름 높은 사람, 이름 낮은 사람, 이름 없는 사람, 이름 잃은 사람 모두 함께 쓴다. 대중음악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톱스타와 히트곡만으로 대중음악의 역사가 채워지지는 않는다. 유명 뮤지션이 있으면 그를 돕는 이들이 있고, 아직 유명해지지 않았으나 곧 유명해질 이들도 있다. 유명하지 않으나 좋은 작품을 만드는 뮤지션들이 있고, 유명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쓰지 못했지만 계속 음악을 하는 이들도 무수히 많다.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채 아마추어로만 활동하는 뮤지션들도 적지 않다. 대중음악의 역사와 생태계는 이 모든 이들이 함께 쓴다.

‘노찾사’ 활동 시절 문진오(오른쪽에서 두번째)
‘노찾사’ 활동 시절 문진오(오른쪽에서 두번째)ⓒ문진오

삶과 음악을 껴안고 노래한 문진오

민중가요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히트곡으로만 치면 꽃다지, 노래를 찾는 사람들, 박은옥정태춘, 안치환, 천지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민중가요는 히트곡을 만들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 물론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노래들이 있지만, 그 노래들 역시 한 두 사람이 다 해낸 일이 아니다. 게다다 노래가 유명해지건 유명해지지 않건 신경 쓰지 않고 수도권 밖에서, 학교와 공장만이 아닌 교회와 성당과 철거촌 등지에서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전한 이들이 더 많았다. 일일이 다 거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신념과 예술혼으로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전했다. TV에 안 나오고, 라디오에 안 나와도 괘념치 않았다. 몇몇 동료들만이 노래운동을 대표하고, 음악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도 어떤 이들은 계속 노래했다. 혁명의 시대가 끝나고, 저항마저 상품이 될 때에도 그들은 계속 노래했다. 트렌디한 스타일을 만들지 못하고, 대중적인 반향을 얻지 못하더라도 노래를 쉬지 않았다. 세상 어딘가에서는 항상 이들의 노래가 필요했다. 사람들이 대통령 한 사람에 모든 기대를 쏟아 붓고, 피눈물 흘리는 이들을 잊었을 때에도 이들은 삶의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로했고, 끝낼 수 없는 싸움을 함께 이어갔다. 그새 시간이 흘러 30년이 되고, 40년이 되었다. 삶과 음악을 껴안고 노래한 사람들, 자신의 삶을 민중가요로 채운 이들. 우리가 민중가수라 부르는 이들 중에 문진오가 있다.

문진오
문진오ⓒ문진오

대학을 졸업할 무렵 노래운동을 하는 인생을 꿈꾼 문진오는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며 노래를 찾는 사람들 오디션을 통과했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뜨거웠고 가장 고단했던 시간을 짊어졌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전설적인 음반 2집을 내고 활동했던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문진오는 많을 때는 한 달에 23번 공연도 다녔다. 민중가수에게는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개런티를 이야기하기도 어색했던 그 때 문진오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일원이었을 뿐,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빛내지 않았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날들이었다. 그 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전문/비전문 활동에 대한 이견으로 팀 활동이 정체되자, 문진오는 산돌노동자합창단과 햇빛세상 활동을 하면서 노래패 활동을 이어갔다. 전업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노래의 진심을 믿고 노래를 통해 세상에 말을 걸고 싶은 순수한 이들과 활동하면서 문진오는 비로소 뒤늦게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보컬리스트와 산돌노동자합창단과 햇빛세상의 일원에서 싱어송라이터 문진오로 홀로 선 것이다.

묵묵한 민중가수 문진오를 위한 ‘데뷔 30년 프로젝트’

2005년 첫 솔로 음반 [길 위의 하루]를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 활동을 시작한 문진오의 노래는 예전에 불렀던 노래와 달랐다. 그의 노래는 대개의 민중가요들처럼 옳고 그름이나 꿈과 방향을 원칙적으로 노래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자신이 지금 살아가는 날들을 노래하고, 아직도 도착하지 못한 좋은 세상의 막막함을 솔직하게 노래했다. 그의 노래에는 한 번도 관념의 언어와 싸움의 언어가 곧장 스며들지 않았다. 자신의 목소리를 통과한 후에야 노래가 된 문진오의 노래는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노래였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만 하기보다 당연한 진실조차 때로는 잊고 외면하는 자신을 드러내는 묵직한 노래는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 오래도록 걷는 길을 떠나지 않았다.

문진오
문진오ⓒ문진오

문진오는 그렇게 2016년까지 다섯 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 그 사이 다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고, 민중가요 프로젝트 그룹 삶․뜻․소리의 일원으로 일본에 여러 번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아직 사람들이 다 아는 노래를 만들지는 못했고, 음악만으로 생계를 꾸리지도 못한다. 하지만 문진오는 여전히 자신의 노래가 있어야 할 곳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자기 삶에서 쫓겨난 이들 곁에서 노래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빛내거나 자신의 노래를 빛내기 위해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노래보다 간절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리기를 바라는 뮤지션이고, 자신이 인기를 누리거나 대접받지 않아도 좋은 뮤지션이다. 그는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세상을 원망한 적이 없고, 유명해진 동료들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일을 하고, 일을 하고 돌아와 연습할 따름이다. 무대가 허름해도 노래하고 무대가 없어도 노래한다. 자신을 기획하고 내보여야 지속할 수 있는 시대, 586인 문진오는 돌직구 같은 노래를 부를 뿐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그 때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산돌노동자합창단과 햇빛세상에 문진오가 있어 노래의 화음이 더 튼실해졌음을. 민중가요를 부르는 이들 곁에는 든든한 동료이자 기댈 수 있는 묵묵한 벗이 있음을.

가수 문진오 데뷔 30년 프로젝트
가수 문진오 데뷔 30년 프로젝트ⓒ문진오

이제 그새 30년이 된 문진오의 음악 인생이 앞으로 30년은 더 이어질 수 있도록, 이 묵묵한 민중가수를 위해 동료, 선후배 음악인들과 지인들이 ‘가수 문진오 데뷔 30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6집 음반 [듣지 않는 노래]와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독립운동가의 노래] 음반을 만들고, 구로아트밸리에서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하는 계획이다.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텀블벅(바로가기)도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 3,000만 원 중 1,000만 원을 펀딩하기 위해서이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문진오의 노래를 한 번만이라도 들어본다면 그의 목소리와 노래에 깃든 진득하고 사려 깊은 성찰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절창의 보컬리스트이자 한 생을 다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아름드리나무 같은 민중가수에게 오래 미룬 박수를 보내야 할 때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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