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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경찰·종로구청, 트럼프 방한 맞춰 청와대 앞 노조·시민단체 천막 철거(종합)
29일 오전 종로구청과 경찰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노조 시민단체 천막 9동을 철거했다. 철거가 끝난 뒤 환경미화원들이 보도 위를 청소하고 있다. 2019.06.29
29일 오전 종로구청과 경찰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노조 시민단체 천막 9동을 철거했다. 철거가 끝난 뒤 환경미화원들이 보도 위를 청소하고 있다. 2019.06.29ⓒ민중의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일인 29일, 경찰과 종로구청이 청와대 진입로에 설치되어 있었던 노조와 시민단체 천막을 모두 강제 철거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하, 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조합원들은 천막을 지키기 위해 저항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혔다.

29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과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 인근 농성장에 나타났다. 구청 측은 용역업체 직원과 구청직원 30명을 대동했고, 경찰은 병력 240명을 대기시켰다.

종로구청은 전날인 28일 오후 6시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 인근 천막 9동을 돌며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붙였다. 해당 계고장엔 종로구청장 명의로 "보도를 통행하는 시민의 보행에 지장을 주고 있는 천막 등 집회 시설물을 도로 기능회복을 위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29일 오전 8시까지 반드시 철거하라 "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시에는 "행정대집행법 2조에 따라 종로구청에서 대집행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대집행하게 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이후 15시간여만인 29일 오전 9시 25분 경, 현장에 나타난 구청 직원들과 경찰은 바로 천막을 철거해 들어갔다. 지키는 인원이 없거나 적은 천막부터 차례로 철거했다.

현장에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이하, 회복투위)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노조, 이석기 전 의원 석방위원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천막 등이 있었다. 또 각 노조 조합원 등 50여명이 천막을 지키려고 했다.

종로구청 관계자가 행정대집행 영장을 천막 관계자들에게 읽어준 후, 바로 구청 용역직원을 투입해 천막과 관련 기물을 철거했고 이를 청소차와 트럭 등에 싣었다. 저항하는 사람이 있는 천막에는 경찰 병력이 투입돼 이를 먼저 제지하고 끌어낸 뒤, 용역 직원들을 투입해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29일 오전 종로구청과 경찰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노조 시민단체 천막 9동을 철거했다. 경찰이 공무원노조의 방송차량을 견인하려 하자 조합원들이 차 앞에 앉아 저항하고 있다. 2019.06.29
29일 오전 종로구청과 경찰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노조 시민단체 천막 9동을 철거했다. 경찰이 공무원노조의 방송차량을 견인하려 하자 조합원들이 차 앞에 앉아 저항하고 있다. 2019.06.29ⓒ민중의소리

철거 시작 1시간이 지난 10시 25분 경 남은 천막은 공무원노조 회복투위와 전교조의 것뿐이었다. 경찰과 구청 측은 견인차를 동원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방송차량부터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차 앞에 누웠지만, 경찰 병력이 순식간에 이들을 들어냈다. 또 사람이 탑승하고 있음에도 견인차에 차를 매달고 이동했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천막 앞을 가로막고 서고, 천막 안에 앉아 저항했지만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한 조합원이 파라솔 기둥을 잡고 저항했지만 건장한 경찰 병력에 제압돼 끌려나갔다. 10여분만에 천막은 철거됐다. 용역직원들은 천막 농성 집기를 남김없이 트럭에 실었다. 심지어는 마시려고 둔 생수 묶음까지 차에 던져넣었다.

공무원노조 회복투위는 해직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이날로 313일째 청와대 앞 농성을 진행했다. 이들은 1년 가까이 투쟁하면서 여러 해외 정상들이 청와대를 찾았지만, 이같이 구청과 경찰이 대처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백형준 조직실장은 "그동안 해외 정상이 한 두번 청와대를 방문한 게 아니다. 최근에 사우디 왕세자도 왔었고 그 앞에 인도 총리도 왔었다. 그럴 때 우리가 경호에 문제없이 늘 협조를 해줬다. 천막 높이도 낮줘주고 주변 기물도 정리했다. 심지어 잠시 천막을 비워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1년 가까이 해 왔는데 이렇게 천막을 철거하다니 기가 막힌다. 트럼프에게 잘 보이려고 국민에게 이렇게 해도 되냐. 사대굴종외교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통탄했다.

29일 오전 종로구청과 경찰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노조 시민단체 천막 9동을 철거했다. 종로구청 건설관리과 공무원이 전교조 천막 앞에서 행정대집행 영장을 읽고 있다. 2019.06.29
29일 오전 종로구청과 경찰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노조 시민단체 천막 9동을 철거했다. 종로구청 건설관리과 공무원이 전교조 천막 앞에서 행정대집행 영장을 읽고 있다. 2019.06.29ⓒ민중의소리

뒤이어 10시 42분 쯤 전교조 천막에 대한 철거가 진행됐다. 여성 조합원들이 천막 앞을 가로막자 경찰은 여경을 투입해 사지를 들고 끌어냈다. 한꺼번에 조합원들을 덮쳤는데, 권정오 위원장과 조연희 서울지부장, 송재혁 전 대변인도 이 자리에 있었다.

11시경엔 전교조 천막에 대한 철거도 모두 끝났다. 경찰은 끌어낸 조합원들을 옆 골목으로 끌고 가서야 자유롭게 해주었다. 한 여성 조합원은 "이게 나라냐! 우린 아무것도 안 하고 거기 있기만 했는데, 트럼프에게 아름답게 보이려고 우리를 끌어내는 거냐"며 울분을 통해냈다.

전교조는 정부의 법외노조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이 자리에서 41일째 농성중이었다. 권정오 위원장은 천막이 철거된 자리를 바라보며 서 있다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외국 국빈 방한 의전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철거하고 싶었으면 농성자들과 대화하고 이야기를 들으려는 노력을 하면 된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과거 정권식 방법을 사용해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늘 국빈 경호 문제에 대해 협조해 왔다. 이동 시간엔 천막에 사람이 없게 비워주겠다고도 했다. 경찰에서는 천막이 보이지 않게 가림막 설치하는 안도 제시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철거를 한 것은 보면, 이것은 청와대의 지시로 밖에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종로구청과 경찰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노조 시민단체 천막 9동을 철거했다. 경찰에 전교조 천막에 들어와 버티는 조합원들을 힘으로 끌어내고 있다. 2019.06.29
29일 오전 종로구청과 경찰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노조 시민단체 천막 9동을 철거했다. 경찰에 전교조 천막에 들어와 버티는 조합원들을 힘으로 끌어내고 있다. 2019.06.29ⓒ민중의소리

모든 천막을 철거한 구청 측은 용역 직원들과 미화원등을 동원해 현장을 청소했다. 두시간 전까지 천막이 있었던 자리는 텅 비었다.

천막 철거 과정동안 해당 방향으로의 시민 통행은 통제됐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조합원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지나갈 수 없었다. 경찰은 천막 전방 수십 미터 앞부터 출입을 통제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연행자나 병원으로 옮겨진 응급 환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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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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