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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회 내 성폭력, 솜방망이 징계론 막을 수 없다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 9일 개신교 내부의 은폐된 성폭력 사건을 고발한 ‘나는 폭로한다 교회 성폭력’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외면되고,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도 솜방망이 징계만 내려질 뿐 목사 직분이 그대로 유지되는 교회의 현실은 이곳이 진정 ‘교회’가 맞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이날 방송에 한 목사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요양보호사로 일하러 들어갔다가 성폭행을 당하고 8년간을 요양원에 갇혀 노예처럼 일한 50대 여성의 증언이 등장했다. 이 여성은 요양원과 교회를 운영하던 목사가 “나는 하나님의 종이기 때문에 내 말에 무조건 복종하라”고 요구하며 자신을 성폭행하고 폭행과 협박도 수시로 했다고 폭로했다. 2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상담 치료를 해 준다며 수시로 성추행한 목사도 있었다. 이 목사는 여성 신도를 성추행한 혐의로 한 교회를 떠난 뒤 다시 교회를 세워 상담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나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교회 내 성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목회자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특성상 교회는 이른바 ‘그루밍 성폭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경제 또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든 뒤 성폭력을 가하는 범죄를 말하는 것으로 성직자가 평신도들에게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종교계에서 이러한 형태의 성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 내부에선 성폭력 범죄를 쉬쉬하며 감추거나, 솜방망이 처벌만 되풀이하고 있다.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 목사는 과거 성추행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평양노회에서 재판을 받았다. 전 목사에게 평양노회는 지난 2016년 공직정지 2년, 강도권 정지 2개월 징계를 내렸다. 지난 2009년 성추행 불거진 뒤 7년여 만에 나온 당시 판결을 두고 전 목사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예장합동 등 보수교단이 여성 목회자나 여성 장로를 인정하지 않는 등 남성중심적인 구시대적 교회를 고집하는 것과도 연관이 깊다. 예장합동 소속 1천 5백 명이 넘는 총회 대의원 가운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신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60~70%에 이르지만, 장로와 목사로 구성되는 총회 대의원은 여성안수 금지로 인해 전원 남성으로만 채워진다. 이런 남성중심적 교회문화와 현실은 남성 목사에 의한 성폭력 등이 만연하고, 이를 바로 잡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남성중심적 교회문화는 성폭력이 발생하면 이를 공론화하는 것이 아니라 숨기도록 한다. 용기를 내 가해자를 고발하면 ‘거룩한 교회를 욕되게 한다’며 피해자들을 오히려 ‘이단’과 ‘꽃뱀’ 취급한다.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교회 내 성폭력은 결코 막을 수 없다. 교회 내 성폭력을 교회 스스로 나서 처벌하고, 막지 못한다면 성폭력 예방은커녕 오히려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교회 스스로 만들게 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교회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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