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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 60만 원 증가가 세금 폭탄이라고?

재산세 납부의 계절이 돌아왔다. 부동산 등에 매겨지는 재산세는 매년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부과된다.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이 다소(!) 오르면서 재산세 납부액도 인상됐다. 예상대로 보수 언론은 ‘세금폭탄’이나 ‘쇼크’니 하는 자극적인 단어로 여론선동에 나섰다. 《매일경제》 11일자 실린 기사 제목을 보자.

재산세 30% 더 내라니…마·용·성(마포, 용산, 성동)만 3만 가구 ‘쇼크’

혹시 사람들이 쇼크를 덜 받을까봐 그 단어 잘 보이라고 ‘쇼크’라며 작은따옴표까지 붙였다. 게다가 이 기사의 부제는 ‘공시가 폭등 이은 세금폭탄’이다. 쇼크에 폭탄까지, 거의 전쟁 수준이다.

60만 원 오늘 것이 정말로 쇼크인가?

그렇다면 30% 인상된 재산세가 진짜로 세금 폭탄이고 쇼크일까? 《매일경제》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해보자.

용산구의 한 공동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이 지난해 약 5억 원에서 올해 6억 원으로 오르면서 재산세가 7월 부과액 기준 110만 원에서 143만 원으로 30% 늘었다. 9월에도 같은 금액이 부과되는 만큼 1년 만에 보유 주택에 대한 재산세가 220만 원에서 286만 원으로 60만 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내용인즉슨 공시지가 6억 원짜리 주택에 사는 주민의 재산세가 작년보다 60만 원 더 올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진짜로 세금 폭탄인가? 그리고 이게 그렇게 쇼킹한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은 여전히 시세의 70%에 못 미친다. 심지어 용산의 한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시세의 30% 선에 머무는 곳도 있었다. 공시지가 6억 원짜리 주택의 실거래가는 최소 9억 원은 된다는 이야기다. 9억 원짜리 집에서 살면서 1년에 재산세 60만 원 더 내는 게 그렇게 끔찍한가?

《매일경제》는 올해 3월 31일에도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 쇼크:강남 1주택자 재산세·종부세 폭탄 덜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강남 주택 보유자들이 재산세 때문에 ‘덜덜덜덜’ 떨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기사에 나오는 케이스는 코미디에 가깝다.

15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15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김슬찬 기자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거주하는 이 모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보이자 그는 최근 1~2년 새 서울 마포구, 경기도 평촌신도시 30평대 아파트를 갭투자해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가 됐다. 하지만 정부가 아파트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데다 부동산 경기도 침체돼 이참에 한두 채를 팔아야 할지 걱정이다.

수도권에 아파트를 무려 세 채나 보유한 인물이 지금 밤잠을 설친단다. 도대체 왜? 집이 세 채라서 너무 좋아서 밤잠을 설치나? 이 따위 케이스가 전부라면 《매일경제》가 아무리 “무섭지? 세금 폭탄이지?”라며 위협해도 무서워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정당한 세금, 토지세

“토지 임대료는 주택 임대료보다도 더 적합한 과세의 대상이다. 토지 임대료에 대한 세금은 주택의 임대료를 증가시키지 않는다. 세금은 토지 소유자가 전적으로 부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부작용이 작은 세금은 개발되지 않은 토지 자체의 가치에 부과하는 재산세다. 헨리 조지가 아주 오래 전에 주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말은 좌파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아니다. 앞의 것은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이자 보수 경제학의 아버지로 꼽히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말이다. 뒤의 것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신(神)으로 떠받드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주장이다. 프리드먼은 “모든 세금은 악이다”라고 규정할 정도로 세금을 싫어했던 학자다.

부동산에 부과하는 재산세에는 두 가지 성격이 포함돼 있다. 하나는 땅에 부과되는 토지세이고, 다른 하는 건축물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그런데 보수 경제학의 대부들조차도 적어도 토지에 매기는 토지세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보수 경제학자들이 세금을 싫어하는 이유는 세금이 공급을 위축시켜 시장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동소득에 세금을 매기면 사람들은 일을 안 한다(일 해봐야 세금으로 다 뜯기는데!). 자본소득에 세금을 매기면 사람들은 투자를 꺼린다(투자해서 돈 벌어봐야 세금으로 다 뜯기는데!).

그런데 토지에는 아무리 세금을 물려도 공급이 줄어들지 않는다. 땅은 그 자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미스나 프리드먼이 토지세에 대해 긍정적인 이유가 이것이다. 토지세는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다.

게다가 토지세를 제대로 매기지 않으면 다른 시장이 왜곡된다. 노동자들이 일을 해서 돈을 벌려 하지 않고, 자본가들이 투자를 해서 돈을 벌려 하지 않는다. 땅에 투자한 뒤 돈을 벌면 세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자본가들조차 토지세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자동차 왕’으로 불렸던 헨리 포드(Henry Ford)는 “놀리는 모든 땅에 높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 그래야 땅 소유자들이 땅을 가지고 생산적인 일을 한다”라고 일갈했다.

‘철강 왕’으로 불렸던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는 “자본가가 수고하지 않고 가장 쉽게 자기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방법은 돈을 모두 털어 땅을 산 뒤, 땅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이다”라며 토지 불로소득을 비판했다.

“자본가가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해야지 땅 투기로 돈 벌면 되겠냐”는 게 카네기의 주장이었다. 요약하자면 토지에 매기는 세금은 보수 주류경제학자들과 자본가조차 전혀 반대하지 않는 세금이었다.

고가(高價) 주택에 부과하는 재산세는 정당하다

그렇다면 건축물은 어떨까? 총량이 정해진 땅과 달리 건축물은 세금이 부과되면 공급이 줄어든다. “세금 내기 싫으니 건물 안 지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부동산 보유세는 가급적 건물이 아니라 땅에 부과되는 것이 옳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한국에서는 어떤 부동산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 적절할까? 서울 강남 일대에 몰려있는 고가(高價) 주택과 아파트들이다. 이곳 30평 대 아파트가 30억 원을 호가하는 이유는 건축물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강남이라는 땅의 가치 때문이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의 30평 대 아파트가 3억 원쯤 하는 것은 땅값 때문이 아니라 건축물에 든 비용 때문이다. 지방의 땅값은 얼마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재산세는 강남 일대에 몰려있는 고가의 주택이나 아파트에 더 부과되는 것이 맞다. 주류경제학자들조차도 토지세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보수 주류경제학자들조차 찬성하는 토지세에 보수 언론이 게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런 전술로 참여정부를 무너뜨렸던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민중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다.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는 경제학적으로도 옳고, 돈을 제대로 돌게 한다는 관점에서도 옳다. 보수 언론의 공격에 흔들리지 않는 여론이 필요하다. 토지 보유자에게 토지세를! 이 경제학적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가 더 빨리, 더 가까워져야 한다.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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