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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옥죄고, 기업은 세금 감면? 한국당이 ‘중점 추진’하는 법안의 실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6월 임시국회가 지각 개원을 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이번 임시국회와 향후 정기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법안 목록을 뒤늦게 공개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9일 ▲국민부담경감 3법 ▲소득주도성장 폐기 3법 ▲기업경영활성화법 ▲노동유연성 강화법 ▲국가재정건전화법 ▲건강보험기금 정상화 관련법 ▲생명안전 뉴딜법 등으로 이름 붙인 '7대 중점 추진분야' 25개 법안과 당론 법안 3개를 처리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위기의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한 법안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노동자들은 옥죄고 기업에게는 혜택을 몰아주는 내용을 전면 배치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면 합의만 있으면 유급 휴일이 무급 휴일로?
쪼개기 알바 방지하겠다는 취지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타격 불가피

아르바이트생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아르바이트생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우선, '소득주도 성장 폐기 3법'에는 노사가 서면 합의 시 유급휴일을 무급으로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포함돼 있다.

해당 법안은 자유한국당 청년 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것으로,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짧은 시간(15시간 미만)만 일하는 노동자들을 여러 명 고용하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를 줄이기 위한 취지라는 게 신 의원 측의 설명이다.

자유한국당은 이 법안을 두고 '쪼개기 알바 방지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만 보면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주휴수당을 확보해주는 법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정 반대의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주 1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주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서는 "휴일을 무급으로 하되 근로자와의 서면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우선 적용하며, 무급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주에게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인 것이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가 다수인 사업장은 노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사측이 내미는 무급 휴일 합의서를 노동자가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파업했다는 이유로 해고해도 형사처벌 말자?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기본권마저 침해한 법안도

노동3권의 완전 보장을 촉구하는 노동자들 모습. 자료사진.
노동3권의 완전 보장을 촉구하는 노동자들 모습.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노동자들의 임금을 빼앗는 법안만 있는 게 아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는 법안도 자유한국당이 중점 처리하겠다는 법안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추경호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안'은 노동자가 파업 등 투쟁할 경우 현행법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대체 근로를 허용하도록 길을 터주는 내용이다.

또한 노동자가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당해도 사업주가 받는 처벌의 수준을 현행보다 대폭 낮추도록 했다. 현행법에서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 하고 있는데, 형사처벌은 "과도하다"며 이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헌법에서는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사측과 대등한 관계에서 노동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추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러한 권리들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도 낳게 된다.

법인세 깎아 주고, 상속세 깎아주고
감세 법안 통해 기업에게 주는 혜택만 수두룩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회의실 배경막에는 자유한국당이 중점 처리하겠다는 법안들의 주제가 담겨 있다. 2019.07.09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회의실 배경막에는 자유한국당이 중점 처리하겠다는 법안들의 주제가 담겨 있다. 2019.07.09ⓒ정의철 기자

반면, 기업을 겨냥한 법안들의 내용은 180도 달라진다. '기업 경영의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9개의 법안에는 감세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어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직 구체적인 법안들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이 지난 5월 패키지로 내놓은 법안들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 의원이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기업 상속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최고세율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세율구간을 3개로 줄이고, 세율을 낮춰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인세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추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인상된 법인세율이 기업에게 부담이 된다며, 현행 4개인 과표구간을 2개로 줄이고 모든 기업의 법인세율을 인하해 주는 게 골자다.

추 의원은 기업에게 감세 혜택을 주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 경제 활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사실상 자유한국당이 중점 처리하겠다고 벼르는 법안들은 기업들의 '민원'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이러한 법안들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데, 반노동적인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연설이었다는 혹평이 쏟아진 바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죽도록 일할 의무와 마음껏 해고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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