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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공약’ 무산에 청와대 “소득주도성장 포기 아냐”
김상조 정책실장이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7.14.
김상조 정책실장이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7.14.ⓒ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결정되면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보완대책을 주문했다. 다만, 청와대는 임금의 직접적인 인상이 현재 경제 상황에서 쉽지 않을 뿐이지, 정부가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 지난 12일 아침 청와대 참모진과 가진 회의에서 "(취임 후)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라고 밝혔다고 김상조 정책실장이 14일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환경, 고용상황, 시장수용성 등을 고려해서 최저임금위가 고심에 찬 결정을 내렸지만, 어찌됐든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에게 "진솔하게 설명하고 경제부총리와 협의해서 보완 대책을 차질 없이 꼼꼼하게 준비하라"라고 지시했다.

"소득주도성장은 현금 소득 올리고, 생활비용 낮추고, 사회안전망 넓히는 정책 종합 패키지"
"대책 마련해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에도 충실히 반영할 것"

이에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비서로서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점에 송구스럽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다만 국가 정책을 살펴볼 정책실장으로서 국민들께 간곡하게 양해를 구하고자 한 바 있다"라며 "경제는 순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의 소득, 또 다른 누군가의 비용"이라며 "그 소득과 비용이 균형을 이룰 때 국민 경제 전체가 선순환하지만 어느 일방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때에는 악순환의 함정에 빠진다"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필요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김 실장은 "지난 2년 간 최저임금 기조는 표준적인 고용계약 기준 틀 안에 있는 분들께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게 맞다"라며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감소하는 등 임금격차가 축소되고 고용구조 개선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성과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반면 표준적인 고용 기준 틀 밖에 있는 분들, 특히 경제적으로 실질적인 임금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영세자영업자와 소기업에게 큰 부담이 됐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 건강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구석구석 다 살펴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한다"라고 덧붙였다.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2020년 최저임금이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최임위원장이 결정된 최저임금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07.12.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2020년 최저임금이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최임위원장이 결정된 최저임금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07.12.ⓒ뉴시스

김 실장은 또 "최저임금 정책이 이른바 '을과 을의 전쟁'으로 사회적 갈등의 요인이 되고 정쟁의 빌미 된 건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 아픈 상황이라는 점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이번 최저임금이 최저임금위에서 모든 주체가 전원 참석한 가운데 결정된 점에 대해 "갈등 관리의 모범적 사례"라며 "더 이상 최저임금이 정쟁의 요인이 되어선 안 된다는 국민의 공감대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실장은 "차제에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라며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소득주도성장의 폐기 내지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오해는 소득주도성장이 곧 최저임금 인상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누차 강조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현금 소득을 올리고, 생활비용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다양한 정책들의 종합 패키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가 확인된 부분은 더욱 더 강화하고, 시장의 기대를 넘는 부분은 조정・보완하는 것은 정책 집행의 기본 중 기본"이라며 "이번 최저임금위의 결정은 지난 2년간의 최저임금 인상이 시장의 기대를 넘는 부분이 있었다는 국민의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며, 동시에 최저임금만이 아니라 생활비용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넓힘으로써 포용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국민의 명령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와 명령을 겸허히 받아들여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패키지를 세밀하게 다듬고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여 갈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이 혁신성장 및 공정경제와 선순환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천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경제부총리와 협의해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하여 발표할 것"이라며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에도 충실히 반영하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조만간 확정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난 2년과는 크게 차이가 났기 때문에 기존의 직접적 지원 정책의 내용들도 좀 다듬고 보완해야 될 필요가 있다"라고 부연했다. 특히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한 대책과 예산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정 관계의 신뢰 다지는 장기적 노력에 장애되지 않길"
"단순히 사용자 측 의견만 받은 게 아니다"

한편, 김 실장은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노정 관계의 신뢰를 다지는 장기적 노력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기도 하다며 "이를 위해서 당정청 차원에서 여러 가지 대화의 노력들을 이어갈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청와대는 최저임금위에서 사용자 측이 제시한 방안에 힘을 실어줬던 공익위원들의 결정에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익위원들의 표결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6대3이 맞다고 한다면, 그 자체가 정부의 어떤 의지를 반영하는 투표 결과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정부 또는 최저임금위가 사용자 측의 의견만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최근에 있었다"라며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그는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을 크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자영업자 측에서 말 그대로 사용자 측 의견이라고 할 수 있는 '동결' 주장이 상당히 높은 비율이 나온 것은 당연히 이해가 되지만, 최저임금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동결' 내지는 '소폭' 인상이 굉장히 높은 비율로 나왔다"라며 "저희들도 깜짝 놀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특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이니 이것을 조작했을 리는 없을 것 같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최저임금위의 어떤 결정이 사용자 측의 의견만 과잉 반영된 결정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우리 사회 전체의 어떤 명시적,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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