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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유한국당의 막말 마약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트위터가 열어젖히고 페이스북이 전성기를 만들었던,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는 그야말로 소셜미디어의 시대다. 홈페이지와는 완전히 다른 소통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하루에 몇 시간을 소셜미디어에서 보냈다.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의 지식과 능력이 모이고, 공유되면서 ‘진실과 올바름’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입에 익을 때 즈음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시대가 낳은 대표적 ‘문제’로 떠올랐다.

인터넷은 때론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한다. 사회적 문제나 쟁점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가설과 반론이 오가고 ‘증거’들이 제출되면서 ‘진실’을 향할 때가 있다. ‘확증편향’으로 진영이 나뉘어 자기 주변에 ‘반론’은 온데간데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과 증거만 넘쳐나기도 한다. 이 단계가 ‘맹목’이다. 사용자가 정보를 얼마나 ‘골고루 섭취’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건강한 ‘생각’을 유지하느냐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경우는 드물고 확증편향은 나타나기 쉽다.

나도 확증편향을 많이 겪는다. 타임라인에 흘러다니는 글을 보고 있노라면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의 글이 넘쳐난다. 아무래도 나와 댓글을 주고 받거나 ‘좋아요’를 나눴던 사람들의 글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라도 ‘다른 생각’을 접할 때가 반갑다. 그래서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른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타인의 생각을 ‘골고루 섭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확증편향’은 자칫 ‘마약’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 ‘도덕’을 넘어서는 순간이다. 생각이라는 것이 미각과 비슷해서 자기 생각과 비슷한 의견과 주장들만 접하다보면 점점 그 강도가 ‘센’ 주장을 좋아하게 된다. 더 자극적이고 더 확신에 찬 표현들에 손이 간다. 그리고 ‘도덕’을 넘어서는 주장들에 박수를 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렇게 확증편향으로 가득찬 공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기거’하면 너른 공간으로 나왔을 때 ‘비정상’ 취급을 받게 된다. 자신이 쓰는 표현이 ‘도덕’을 넘어선 상태기 때문에 그렇다.

그나마 자신의 ‘생활공간’이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사는 공간이면 ‘비정상’을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들어 회사에서 혹은 학교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 일베하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끼는 서늘함은 자신을 돌아보게 할 수 있다. 이 때 사람들은 문득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본 게 황당한 주장이구나.’

만약 그 생활공간마저 ‘확증편향’ 돼 있다면 문제는 좀 심각해진다. ‘도덕’을 넘어서는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집단은 완전히 타락한 상태다. 어쩌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보통사람들이야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믿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이러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유한국당 정미경 의원의 ‘세월호 한 척’ 발언은 그 자체로 문제다. 가족들은 물론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로 남은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스갯소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심지어 ‘댓글’을 읽은 것이었다. 정 의원이 어떤 인터넷 생활을 하는지 대략 짐작이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발언을 들은 다른 의원들의 반응이다. 키득거렸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 없었단 말인가. 게다가 ‘막말’이 아니라고 되받아쳤다. 이쯤 되면 이 집단 자체에 대한 의심을 해야 한다. 이미 올해만도 수차례 ‘막말’논란에 휩싸였던 대변인은 ‘더 세게’를 주문했다. ‘막말마약’이 아니고 무엇인가.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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