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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인 듯 정상화 아닌 6월 국회, 한국당은 어떻게 추경을 발목 잡았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정의철 기자

우여곡절 끝에 열린 6월 임시국회가 정상화인 듯, 정상화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각종 민생법안들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할 국회 본회의 일정이 여전히 합의되지 못한 채 '빈칸'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국회는 오는 19일에 종료되기 때문에 이제 3일 정도 남은 건데요. 본회의가 언제 열릴지, 심지어 본회의가 열릴 수는 있을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각 개원에 반성하며 '열일'해도 모자랄 판에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요. 그 원인을 따져보면 자유한국당의 과도한 추경 발목 잡기가 있습니다.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4월 25일)한 지 벌써 석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자당이 원하는 협상 조건들을 관철하기 위해 추경을 볼모로 삼는 전략을 내세워 왔습니다.

한마디로 '추경을 처리하려면 우리 당이 요구하는 조건을 들어달라'고 협상을 시도하는 식인데요. 6월 임시국회만 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이 추경과 연계시킨 조건이 수두룩합니다.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이 어떤 방식으로 추경을 발목 잡아 왔는지 한번 보시죠.

패스트트랙 사과, 철회로
시작됐던 추경 발목 잡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여당에게 경제청문회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여당에게 경제청문회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이 초기 내세운 조건은 패스트트랙 사과와 철회 그리고 경제청문회였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이 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한 지난달 17일 "실질적으로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가 있어야 국회 정상화의 출발이 이뤄진다"며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추경이 사실상 소득주도성장의 기조하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경제청문회 요구 역시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요구한 '경제청문회'가 문희상 국회의장의 중재로 '경제원탁토론회'로 절충됐고, 추경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했습니다. 사실상 여당이 자유한국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추경 처리에도 파란불이 켜진 것이었죠.

그러나 상황은 반나절 만에 반전됐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여야 3당 교섭단체 합의문이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했고, 또다시 여야 협상이 이어졌기 때문이죠. 결국 자유한국당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혹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중 한 석을 얻는 조건으로 국회에 복귀했고, 국회 역시 본격적으로 추경 심사에 나설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북한 목선 입항 사건 국정조사와
경제원탁토론회 모두 받아야
추경 처리하겠다는 자유한국당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지난 6월 열린 ‘구멍 난 군사경계! 청와대 은폐조작! 文정권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조경태 최고위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원들이 ‘안보불안 무능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지난 6월 열린 ‘구멍 난 군사경계! 청와대 은폐조작! 文정권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조경태 최고위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원들이 ‘안보불안 무능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중간중간 삐걱거리긴 했지만, 추경을 심사할 국회 예결특별위원회가 구성된 후 여야는 구체적인 추경안 심사 일정까지 잠정 합의했습니다. 12일과 15일에는 종합정책질의에 나서고,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예산소위의 정밀 심사를 거쳐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19일 본회의를 열고 추경을 의결하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또다시 새로운 조건을 들고나옵니다. 이번에는 보수 야당으로 한 데 묶이는 바른미래당까지 합세해 북한 목선 입항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개최하자고 요구한 것입니다.

나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전히 산적한 현안과 과제들이 많이 있는데 여당은 '묻지마 추경'만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며 "(북한 목선 입항 사건) 국정조사 그리고 경제원탁토론회 모두 즉각 받아주시라. 그리고 추경안 처리는 우리가 정말 면밀하게 제대로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발언만 놓고 보면 국정조사와 추경 처리를 직접적으로 연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추경을 통과시키려면 국정조사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겁니다.

이번엔 바른미래당과 손잡고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처리할
본회의 추가 개최 요구까지

문희상 국회의장(왼쪽 두 번째)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8일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2019.07.08
문희상 국회의장(왼쪽 두 번째)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8일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2019.07.08ⓒ정의철 기자

이뿐만이 아닙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 15일 북한 목선 입항 사건 등을 빌미로 군의 기강이 해이해진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해임건의안까지 제출했습니다.

국회법상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는데요, 이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를 이틀간 열어야 한다는 게 두 당의 주장입니다. 앞서 여야가 19일 하루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는데, 이 합의를 뒤집고 18일과 19일 본회의를 열자는 것이죠.

더군다나 자유한국당은 자당이 요구한 대로 본회의를 열지 않는다면 추경 협조도 하지 않고, 아예 본회의 없이 6월 임시국회를 끝낼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상황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6일 "본회의 일자가 최소한 이틀 잡혀야 하는 데 본회의 일정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저희로서는 본회의 일정을 하루로 합의하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쟁의 목적이 분명한 본회의 소집에는 절대 응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민주당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일부러 추경 심사를 지연 시켜 7월 임시국회 소집을 유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 대부분은 패스트트랙 대치 과정에서 고소·고발당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데요. 헌법상 국회가 열려 있을 때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만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 특권을 악용해 7월 임시국회를 '방탄국회'로 이용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는 겁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방탄국회 소집을 위해 추경을 다시 볼모로 잡으려 하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할 정도였습니다.

이대로 본회의 일정을 합의하지 못한다면 6월 임시국회는 '빈손 국회'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분명한 것은 자유한국당의 추경 발목 잡기가 계속될 경우 추경의 집행 시기는 '적기'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추경에는 경기 대응을 비롯한 포항 지진, 강원 산불 등의 대책을 위한 예산이 포함돼 있는데요. 과연 6월 임시국회는 추경을 제대로 매듭짓고 막을 내릴 수 있을까요. 여야에 남은 시간은 이제 3일밖에 없습니다.

* ‘정치톡’은 정치팀 기자들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슈의 전말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기사입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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