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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읽은 거라 막말 아니다? 정미경 ‘주어 없는’ 막말도 문제 되는 이유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김슬찬 기자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12척 배로 나라 지킨 이순신’ 발언을 비난하려다 세월호 참사를 정쟁에 끌어들여 거센 ‘막말’ 파장을 불러왔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물론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해당 발언의 문제 소지에 동감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논란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정 최고위원 발언의 근원이 온라인 기사에 달린 ‘댓글’이라는 이유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내 말이 아니니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인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타인의 말의 인용했다는 자유한국당의 변명이 막말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정미경 최고위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2019.07.01.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정미경 최고위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2019.07.01.ⓒ뉴시스

논란 불거지자
8시간 만에 입장문 내놓은 자유한국당 “막말 아냐”

정 최고위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12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을 찾아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고 발언한 것을 지적하며 “이 (내용이 담긴) 기사를 보신 국민들께서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고 말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모두 읽어봤다는 정 최고위원은 “눈에 띄는 댓글”이라며 “어찌 보면 문 통(문 대통령)이 낫다더라. 세월호 한 척 갖고 이긴”이라는 막말성 댓글까지 거론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이 ‘세월호 한 척’이라는 발언을 내뱉었을 때는 이날 회의에 참석한 지도부 일부가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있은 뒤 자유한국당은 ‘문제 될 것 없다’는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황교안 대표는 회의 직후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문제 있다고 보지 않냐’는 물음에 “예. (정 최고위원) 말씀 그대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나 원내대표도 동일한 질문에 “내용을 자세히 듣지 못했다. 나중에”라며 즉답을 피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나온 지 8시간여가 지난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막말이 아니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 사이 막말 논란이 커지자 공식 대응을 한 것인데, 자유한국당 미디어국 명의로 배포된 자료에는 “정 최고위원 세월호 발언 관련, 해당 발언은 막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입장입니다. 관련 보도 30여 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 보도를 신청할 계획임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박성중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19.7.12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박성중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19.7.12ⓒ뉴스1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 위원장 박성중 “팩트는 댓글을 옮긴 것”
“자유한국당이 막말했다? 잘못된 표현”

하지만 막말이 아니라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회 박성중 위원장은 16일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정 최고위원이 여러 가지 댓글을 전한 것인데, 이걸 마치 자유한국당이 막말한 것처럼 표현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정 최고위원을 비호했다.

박 위원장은 “정 최고위원은 말을 지어낸 것도 아니고 인터넷 기사에 그런 내용의 댓글이 있다는 걸 얘기한 것”이라며 “정 최고위원이 한 막말이나 자유한국당의 막말 등 개념으로 나온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팩트를 정확히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기자들한테 알린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여러 가지 댓글이라든지 말을 옮겼다는 개념으로 (기사에) 써야 한다. (마치) 우리가 막말한 것 같이 표현돼 있다”며 답답해했다.

정미경, “뭐가 막말이냐” 발끈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네티즌 언급 말한 것”

발언의 당사자인 정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기자에게 “뭐가 막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댓글 내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도 “뭐가 부도덕하냐”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당연히 막말이 아니다”라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왜 이순신을 감히 입에 오르내리냐’였다”고 강변했다.

또한 “내가 댓글을 다 봤다”며 “유독 한 댓글이 딱 떠 있더라. 이렇게 보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내가 소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그 네티즌의 속내를 100% (모르지만), 그 사람도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 쓴 것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 최고위원은 오히려 자신이야말로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는 게 싫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 달라는 네티즌의 언급을 말한 것”이라며 “나도 같은 생각”이라고 내세웠다.

아울러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하면,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내 말에 동의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세월호가 언급되는 것이 과연 적절했냐’는 지적에 정 최고위원은 “갑자기 내가 그 이야기를 왜 했겠나. 댓글에 있으니 그 댓글을 소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월호를 정쟁에 이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에는 “세월호를 막말 논쟁 프레임으로 씌워서 더불어민주당이 백선백승했다”며 “듣기 싫은 이야기니 자기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정의철 기자

“제1야당 최고위원이 댓글 말하는 순간 정당 의견이라고 인식”
박주민 “본인 생각 표현하려 댓글 인용한 것”

하지만, ‘댓글’을 읽었다는 게 잘못을 면피하는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통화에서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그 댓글을 말하는 순간 정당의 의견이라고 인식된다”며 “발언할 때는 이 말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분석하고 판단해 그 말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글을 올린 사람은 기사의 댓글에 그쳐 타인에게 노출될 기회가 제한되지만, 공당의 최고위원이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발언하는 순간 파급력, 영향력은 훨씬 더 커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개인이 댓글을 다는 것과 공당 최고위원 발언의 무게감은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망언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며 “사회적 파장이 고려돼서 옮겨져야지 아무 말이나 옮기면 안 된다. 면피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최고위원은 공인이다. 공식적인 정당의 회의장에서 단순히 ‘다른 사람의 댓글을 얘기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직에 있는 사람이 어느 인터넷에 있는 말도 안 되는 글을 옮기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는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세월호 참사 당시 느꼈던 국민적 슬픔과 아픔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이 암담하다”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댓글이기 때문에 막말이 아니다’라는 정 최고위원의 태도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 뒤 “본인의 말을 표현하기 위해, 본인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댓글을 인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댓글을 소개했다. 그래서 빠져나갈 수 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의 ‘주어 없는’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3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한 뒤 논란이 불거지자 “외신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정진석 의원은 지난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이제 징글징글하다’는 글을 올린 뒤 “친구가 보내준 짧은 글을 무심코 올렸다”고 변명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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