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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 사실상 동결, 남은 수단은 재정 뿐이다

지난 14일 2020년 최저시급이 859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시간당 240원, 2.87% 오른 수치다. 현 정부가 출범한 첫해의 16.4%, 지난해의 10.9%에 비교하면 동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가상승과 산입 범위 조정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삭감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고통으로 내모는 가혹한 결과다. 법정 최저임금이 사실상 삭감 수준으로 결정된 지금, 남은 수단은 이제 재정이다. 적극적인 재정에 마지막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만은 아니다. 최저임금은 소득주도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다. 복지 확대를 비롯한 적극적이고 확장적인 재정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적 정책수단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 두 해 동안 최저임금 인상에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재정정책은 그렇지 않았다. 추경을 포함하면 문재인 정부의 예산 증가율은 두 차례의 보수 정부를 포함해 때보다 오히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사실상 ‘긴축재정’을 펼친 셈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겉으로 공언한 바와 달리 소득주도성장을 ‘왜곡’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기대와 다른 소극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최저임금이라도 올랐기 때문에 그나마 서민경제가 버텨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번에 고작 2.87% 인상되면서 ‘최저임금 1만원’은 불가능해졌다. ‘촛불혁명을 계승한 정부’라면서 최저임금을 이런 식으로 결정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제 남은 것은 재정의 역할이다. 임금을 통한 분배가 여의치 않다면 정부가 나서 적극적인 재분배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더 이상 과거의 긴축 기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부양의무제 폐지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그동안 정책 방향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실행하지 않은 사업이 많다. 여기에 과감하게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전체적인 예산 규모도 크게 늘려야 한다.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거친 뒤 지금은 각 부처의 예산요구서를 기획재정부가 검토하며 예산을 편성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의 예산안 편성이 최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최저임금 소폭 인상된 사정을 반영해 예산 편성 기조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세수 여건도 대체로 양호하고 재정여력도 충분한 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여느 해에 비해 국회의 예산안 통과도 비교적 유리한 상황이다. 적극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은 물론 조건까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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