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살찐 고양이법’ 도입, 논의할 때 됐다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에 대한 논쟁은 이어지지만 재벌 총수 등이 받아 가는 거액의 연봉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장 만능주의자들은 “고액 연봉은 시장에서 형성된 정당한 가격이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편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고액 연봉은 결코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특히 재벌 총수들이 받아 가는 연봉은 시장 원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60억 원을 연봉으로 받아갔다. 이게 CJ의 이사회가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이 회장의 능력을 높이 사서 내린 결정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이 회장은 회사에 수백억원대 손해를 끼쳐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 그런 이에게 160억 원의 연봉을 안겨준 이유는 그가 그룹의 총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도 95억 83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대한항공 조양호 전 회장 자식들은 대한항공에서만 아버지의 퇴직금을 400억 원 받아 갔다. 대한항공 외 나머지 8개 계열사에서 퇴직금을 다 받으면 조 전 회장 일가가 챙기는 퇴직금은 2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거액을 챙길 수 있는 이유도 시장 원리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재벌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등에서 설문조사를 해보면 “저소득자와 고소득자의 평균 임금 격차는 2~4배가 적당하다”는 대답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현실에서 임금 격차는 적게는 수백 배, 많게는 1000배를 넘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재현 회장이 받은 연봉은 작년 최저임금 노동자의 연소득 보다 800배가 많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경제를 망친다”고 비난했던 전경련의 허창수 회장은 지난해 78억여 원을, 경총의 손경식 회장은 89억여 원을 받았다. 이제 이들의 적정임금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살찐 고양이법’이라고 부르건 다른 이름으로 부르건, 임금의 상한액을 규정하는 최고임금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