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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2019년 여름 최고의 BGM
까데호 ‘Freesummer’
까데호 ‘Freesummer’ⓒ까데호

여름음악이다. 까데호의 음반 ‘Freesummer’와 시에이취에스의 음반 ‘정글사우나’ 모두 여름음악이다. 음악도 사람의 일이라 계절을 타고 시절을 탄다. 여름에는 ‘Surfin’ USA’나 ‘해변으로 가요’, 혹은 쿨의 노래를 들어야 할 것 같고, 겨울에는 캐롤송과 ‘하얀 겨울’ 같은 노래를 들어야 할 것만 같다. 여름음악은 시원하거나 뜨거워야 제격이다. 습하고 더운 날씨를 잊게 해줄 상쾌함이나, 열기마저 사랑하게 만들어버리는 강렬함이 여름음악의 미덕이다.

까데호의 음반과 시에이취에스(CHS)의 음반은 음반 제목부터 여름이 묻어난다. ‘여름방학’, ‘폭염’, ‘땡볕’, ‘샤워’, ‘자유수영’ 같은 곡 제목도 여름을 가리킨다. 밴드 활동의 경험이 많은 뮤지션들이 결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팀의 음악은 똑같이 7월 11일에 나왔다. 까데호는 밴드 세컨세션에서 활동하는 이태훈과 윈디시티 출시의 김재호, 드러머 김다빈이 결성했다. 지난 해 5월 첫 EP ‘MIXTAPE’이 시작이다. 시에이취에스는 아폴로 18 출신의 최현석, 장기하와 얼굴들과 노선택과 소울소스에 몸 담은 이종민, 전국비둘기연합 출신의 김동훈과 박영목, 그리고 송진호, 최송아가 결성했는데, 마찬가지로 지난해부터 활동했다. 시에이취에스는 지난 해부터 꾸준히 싱글을 발표했는데, 첫 음반에는 그간 발표한 싱글들을 포함해 6곡을 실었다. 오래도록 밴드 음악을 선보였던 이들이 비슷한 때 활동을 시작해 같은 날 음반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음반의 분위기도 닮은꼴인데 연주곡이 많다는 점도 동일하다.

쾌적한 공간에서 바라보는 여름풍경 같은 까데호의 ‘Freesummer’

노래보다는 연주가 더 많은 두 밴드의 음악은 여름을 불태워버리기보다 시원하고 평화롭게 쉬는 순간의 BGM에 가깝다. 까데호의 음악이 좀 더 단순하고 청량하다면, 시에이취에스의 음악은 좀 더 풍성하고 멜로딕하다. 두 밴드의 음악 모두 어쿠스틱한 연주와 사운드를 활용해 선선한 기운을 만들어내는데, 음악의 여유로움은 자주 몽롱하고 사이키델릭하게 흐른다. 여름의 더위와 실내의 편안함이 만들어내는 나른함까지 껴안은 음악은 뻔하고 단순한 음악과 달리 호흡이 깊다. 표피적인 평화와 안식에서 멈추지 않고 더 깊은 내면의 목소리로 향하는 음악은 구조에서도 범상한 기승전결을 반복하지 않는다.

까데호의 타이틀 곡인 ‘여름방학’은 편안하고 상쾌한 리듬감에 일렉트릭 기타가 연주하는 시원한 멜로디를 얹어 쾌적한 공간에서 바라보는 여름풍경을 떠올리게 하는데, 까데호는 여기에 느린 숨결 같은 보컬을 실어 만든 변화로 평화로움을 강조한다. 연주자들의 밴드이자 연주곡이 많은 음반답게 까데호의 음반은 리듬과 멜로디, 연주의 톤과 보컬만으로 여름에 근접한다. ‘닮은 사람’ 역시 기타가 만드는 멜로디와 드럼과 베이스 기타의 리듬에 얹은 퍼커션 연주로 공기를 환하게 할 뿐 아니라, 편안하고 즐겁게 한다. 하지만 이 곡에서도 까데호는 같은 멜로디와 리듬을 반복하지 않고 재치 있는 변주를 더함으로써 듣는 재미를 부풀린다. 변주는 처음의 멜로디와 리듬이 만든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고, 그 질감 위에서 음악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좋은 멜로디와 그루브한 리듬으로 판을 깔아 놓고, 잼 연주처럼 자유로운 흐름으로 나아가는 음악은 한 곡의 이야기가 선사하는 이야기의 쾌감을 최대한 포획해서 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음악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의 가능성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오직 음악으로 설명한다. 심야열차의 느긋함과 곤한 고요함을 표현한 ‘심야열차’는 밤 깊은 시간과 열차라는 공간의 속도감에 어리는 공기를 지속적인 변주로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덕분에 음악을 듣고 난 후에도 열차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까데호는 랩을 활용하거나 노래를 더하는 방식을 병행함으로써 연주곡을 더욱 친절하고 다채롭게 다듬는다. 전반부의 곡들이 청량했다면 중반부의 곡들은 농염하고 몽롱해진 연주와 사운드로 더욱 침잠할 수 있도록 조율한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리듬의 파노라마와 보컬과 연주에 밴 울림의 공간감, 즉흥성이 느껴지는 서사의 전개는 찰나의 휴가처럼 듣는 이들을 탈주하게 한다. 노랫말과 사운드가 표상하는 이야기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음악의 사운드는 그 이야기 밖으로 너울너울 날아가게 할 만큼 거침없는데, 복잡하지 않은 구성과 연주로 자유로운 여운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까데호 음악의 핵심이다. 그래서 까데호의 음악은 듣는 이의 긴장과 피로를 풀고, 여름의 눅눅함과 끈적임마저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에이취에스(CHS)의 음반 ‘정글사우나’
시에이취에스(CHS)의 음반 ‘정글사우나’ⓒ시에이취에스

올해 경험할 여름을 아련하게 만드는 시에이취에스 ‘정글사우나’

반면 시에이취에스의 음악은 까데오와 다르지 않은 편안함을 선사하면서도 더 화려하고 선명하다. 이는 최현석이 만든 곡들이 품은 멜로디의 또렷한 아름다움과 더 많은 악기들의 협연 때문이다. 시에이취에스의 음악 역시 다급하거나 요란하지 않아 느슨하게 그루브한 리듬 위에서 펼쳐지는데, 시에이취에스는 키보드, 색소폰, 플루트 등의 악기를 활용해 사이키델릭한 질감을 진하게 불어넣는다. ‘땡볕’이 땡볕 밖의 한가로움에 젖어들게 한다면, ‘영혼과적’에 더한 연주의 앙상블이 만드는 멜로딕하고 펑키하며 몽롱한 연주의 맛과 변화무쌍한 전개는 다른 곡들에서도 시에이취에스의 음악을 단순하게 규정할 수 없는 음악으로 살아 움직이게 한다. 리듬을 변주하고 악기를 등퇴장 시키며 순간의 주연을 바꾸고, 다른 소리들을 연결해 하나의 곡으로 이을 때, ‘서울몽’ 같은 곡은 자연스러움과 변화로움, 그리고 풍부하고 짙은 장르와 소리의 드라마와 파장으로 충만하다. 무엇보다 그 순간마다 인상적인 멜로디를 놓치지 않는 창작력은 이 모든 변화와 차이들을 일관되게 연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힘이 있다. 펑키한 경쾌함과 팝의 매끄러움을 잇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얹은 ‘Lady’ 같은 곡은 아찔하다. 또한 펑키한 그루브의 향연에 속도감을 내장한 ‘샤워’는 여름 드라이브의 BGM으로 더할 나위 없을 만큼 친근한 멜로디와 드라마틱한 구성이 매혹적이다. 단단한 내공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음악은 들을 때는 어떠한 부담과 압박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매끄럽다. 물 안에서 눈을 감고 유영햐듯 몽환적인 ‘자유수영’ 역시 곡과 연주의 힘만으로 물 안에서 물과 교감하며 느끼는 평화로움과 감각의 확장을 온전히 전달한다.

음악은 시에이취에스의 음악이지만 음악을 들을 때 떠올리는 것은 각자의 여름이며, 서울이며 샤워이며, 수영이다. 특별한 경험이나 추억이 없더라도 상관없다. 이제 시에이취에스의 음악은 앞으로 경험할 여름과, 서울과, 여성과, 샤워와, 수영을 아련하게 바꿔줄 것이다. 좋은 음악은 평범한 순간을 평범하지 않게 하고, 특별한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한다. 2019년 여름 까데호와 시에이취에스의 음악은 이 여름을 다른 여름이 아닌 오직 한 번뿐인 여름으로 바꿔줄 것이다. 모든 계절은 음악으로 완성을 마친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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