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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선학교 유치원 아동들을 겨냥한 아베 정부의 칼날

일본정부는 올해 5월 17일, ‘아동·보육 지원법’의 일부개정안을 공포하고, 10월 1일부터 소비세 인상(8%→10%)에 따라 확보되는 세수 중 약 15%(7,764억 엔)를 0세~5세 보육비 지원에 쓴다는 방침 아래 소비세 인상시기에 맞춰 보육료 무상화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급격해진 저출산화를 막고, 맞벌이부부와 싱글맘 양육세대의 부담을 줄여 ‘모든 어린이’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증세 된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한다며 시행취지를 밝혔다. 한 마디로, 부모의 소득기준과 상관없이 주민세를 납부하는 모든 세대의 해당연령 유아에게 보육료 무상화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사회보장제도다.

주요지원대상은 3세~5세 유아(0세~2세는 일부 제한)이고, 지원금액은 보육소, 어린이집, 장애아통원시설 이용료는 무상, 인가 외 보육시설은 시설에 따라 실비(통학료, 식비, 행사비)를 제외한 월 25,700~37,000엔(약 26만원~38만원)까지 보조금이 지급된다. 특히 장애아동은 유치원과 통원보육시설 이용료 모두를 무상화 대상에 넣고 있다.

일본 오사카 조호쿠 조선초급학교 교실에서 어린이가 학예회 발표 전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일본 오사카 조호쿠 조선초급학교 교실에서 어린이가 학예회 발표 전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자료사진)ⓒ뉴시스

조선학교 아동들까지 차별한 아베 정부

그런데, 법률적 근거와 시행기준이 모순된 예외조항을 두어 제외시킨 대상이 있다. 전체 대상시설은 5만 5천여 곳, 이중 외국인학교가 88곳이고, 여기에 조선학교 유치원 40곳이 포함되어 있다. 전체의 0.16%에 해당하는 곳 중 조선학교 유치원이 절반이다.(2010년부터 시행된 고등학교 무상화 혜택에서도 10곳의 조선학교만 제외시켰다) 조선학교 유아들도 무상화 혜택에서 배제시키려는 정치적의도가 다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본교육법에서 조선학교와 외국인학교는 ‘각종학교’로 분류된다. 정부 측은 제외방침에 대해 각종학교 기준에 무게를 두고 작년 12월 각료합의를 거쳐 올해 4월에는 후생성(보건복지부에 해당)이 각 지자체에 지침을 내렸는데, 이는 보호자와 관계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명백한 차별이다.

일본인과 똑같은 주민세를 납부하면서도 혜택은 받지 못하는 예외방침이 문제다. 지원대상에는 인가 외 보육시설도 포함되어 있다. 후생성은 인가 유치원 외에 1일 4시간 이상, 주 5일, 연간 39주 이상 부모와 떨어져 일상을 보내는 아동보육시설 등을 인가 외 보육시설로 정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에 신청만 하면 보육료 무상화 대상이 되는데, ‘법률에 따라 유아교육의 질이 담보된 시설’이란 주석을 달고, 각종학교는 ‘유아교육을 포함한 개별교육의 기준이 없고, 다종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서’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다종다양한 교육’이 ‘제도적으로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 자체가 옹색한 해명이다. 인터내셔널스쿨 가운데 유치원인가를 받지 않은 곳도 인가 외 시설로 신고서를 제출하고, 보육시설로 운영되고 있으면 대상이 된다면서도 각종학교로 인가받은 외국인학교는 ‘교육의 질이 담보 불가능’이라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조선학교 유치반에서는 우리말 교육을 제외하면 일본유치원과 다름없는 보육을 하고 있다. 더욱이 조선학교 유치반은 졸업하면 자연스레 조선초급학교로 진학하는 예도 적지 않다. 2009년 극우 단체인 ‘재특회’의 세 차례에 걸친 과격시위로 학교를 폐쇄, 이전해야 했던 교토의 조선초급학교 유치반 주임교사는 증언했다. “유아교육부터 2개 국어 동시획득이 무리 없이 가능하고, 한 학기면 토대가 만들어진다. 생활용어도 우리말로 체득하고, 우리말로 민족정서를 키울 수 있다.” 조선학교 유치반은 이른바 민족교육의 기본바탕을 취학 전에 배양할 수 있는 중요한 교육시설이다. 다른 외국인학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4월 도쿄 조선학원은 관할 초급학교 두 곳의 유치원을 인가 외 보육시설로서 도쿄도 보건국에 신청해 접수되었다. 그런데 며칠 후 행정착오라며 접수를 취소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지자체에 신청만으로 인가 외 보육시설도 무상화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행정당국의 일방적인 취소로 혜택을 봉쇄한 것이다. 이미 각종학교로 인가받은 조선학교와 외국인학교가 인가 외 유아·보육시설로 지자체에 신고하고 몇 년 전부터 지도감독을 받고 있음에도 혜택을 받는 대상에서는 제외시킨다는 당국의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 특히 각종학교를 특정해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명백한 외국인학교 차별이자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거듭된 경고조치도 무시한 일본정부의 심각한 아동교육권 침해행위다.

일본 정부에게 조선학교 유치원 등의 무상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서명운동.
일본 정부에게 조선학교 유치원 등의 무상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서명운동.ⓒ사이트 캡쳐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차별이 슬프다”

행정당국에 철회요청을 전달하는 자리에서는 부당함을 호소하는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도쿄도 내 조선학교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어머니는 ‘태어나고, 자란 땅 일본에서 부부가 아이들을 키워왔고, 일본사회의 일원으로 납세의무를 다하고 있음에도 아이들을 볼모로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차별이 너무 슬프고 견디기 어렵다’고 했고, 가나가와 현에 사는 6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는 ‘유아들에게까지 가해지는 차별에 침묵하는 것은 차별을 인정하는 것이다, 엄연한 일본사회의 일원으로 보아 줄 것을 주장하며 잘못된 제도를 고쳐나가기 위해 양심 있는 일본인들과 힘을 합쳐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불과 두 달 남짓이면 실질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할 이들을 위해 당사자와 뜻있는 일본인들이 부당한 처사를 알리려고 나섰다. 지난 2일에는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 담당자와 면담을 갖고 아동보육무상화 대상에 각종학교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고, 5일에는 도쿄 중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에도 호소했다. 이와 더불어 ‘유아보육 무상화를 요구하는 조선유치원 보호자 연락회’ 실행위원회가 꾸려져 외국인학교 유치원 무상화에 찬성하는 서명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실행위원회가 정한 1차 모집기간은 8월 31일까지다. (http://hoy.kr/X1y1G)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아베정부가 들어선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사회에 ‘다문화공생’이란 슬로건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각 부처와 지자체가 다문화정책 플랜을 앞 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불과 600여 명인 조선학교 유치원 아이들을 겨냥한 치졸한 보복의 칼날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일 아침이면 부모들은 어김없이 유치원버스에 오르는 아이를 배웅해야 한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 이후 깨어있는 시민들의 나라사랑 운동이 하루가 다르게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저급한 그들의 방식에 동포아이들의 미래가 뿌리째 뽑히지 않도록 하는 것도 우리가 바라는 결과와 거리가 멀지 않을 것이다.

정미영(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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