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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北미사일, 9.19 위반 아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최근 북측의 미사일 발사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냐, 아니냐’를 두고 고성이 오갔다.

운영위에 참석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위반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히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5일 국방위원회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발하면서 고성에 반말까지 나오는 난장판이 됐다.

굳이 정의용 실장과 정경두 장관의 발언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군 당국이 북측의 미사일 발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부가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는 모습에서 애매함을 느낄 수 있다.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끊어지지 않게 하려는 정부의 힘겨운 노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9.19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북측이 밝힌 미사일 발사 배경에서 보다 명백하게 드러난다.

북측은 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당국의 군사적 적대행위들이 위험 계선에 이른 것과 관련하여 이를 준열히 단죄 규탄한다”면서 “우리 역시 국가방위에 필수적인 위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개발, 시험, 배비(배치)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될 것”이라고 미사일 발사 배경을 밝혔다. 남측이 먼저 한미연합훈련으로 적대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남북 군 당국은 지난해 9월 19일 평양에서 합의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2항을 통해 ‘쌍방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하였다’라고 약속했다.

한미연합훈련은 그동안 북측에서 군사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규탄한 행위이다. 북측의 미사일 발사가 남측에 군사적 위협이 되는 9.19 군사합의 위반 행위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남측에서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도 ‘합의 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올해 한미연합훈련은 지난 5일부터 진행된 사전연습을 거쳐 오는 11일 본연습이 시작된다. 과거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중에서 군사지휘소연습(Freedom Guardian)만 따로 떼어내 대폭 축소된 규모이긴 하지만, 북측에 군사적 위협을 줬던 ‘팀 스피릿’ 훈련부터 이어져 왔던 한미연합훈련을 생각하면 북측의 우려가 쉽게 가시진 않을 듯하다.

1976년부터 1993년까지 실시된 ‘팀 스피릿’ 훈련은 최대 참가병력 1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훈련이었으며 B-52 중폭격기, 랜스 미사일 등 핵공격이 가능한 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되면서 북측에 핵공격 위협이 되는 훈련이었다. 이는 한반도 전면전 상황에 대비해 핵추진 항공모함이 동원되는 ‘키 리졸브’ 훈련으로 이어지면서 북측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단으로 유지됐다.

2018년 북측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이후 남북 관계가 풀리면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축소됐다. 하지만 바로 직전인 2017년 12월 진행된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만 하더라도 미군의 스텔스 전투기 F-22, F-35A 편대가 한반도에 들어왔으며, 괌에 있던 B-1B 폭격기도 작전기간 중 한반도 상공에 배치된 바 있다.

이번에는 비록 규모가 축소되었다고는 하나 ‘북측과의 전면전’을 상정한 작전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은 북측에 여전히 위협이 될 수 있다.

9.19 군사합의는 북측에게만 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합의가 아니다. 남북이 서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적대행위 하지 말자고 약속한 것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의미가 있다.

“남조선이 그렇게도 ‘안보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면 차라리 맞을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로 될 것”이라던 북측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은 썩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보수 진영은 6일 운영위에서 정의용 실장이 문재인 정부 초반인 2017년 9월 있었던 북측의 핵실험을 바로 답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있으나, 그것마저 선뜻 기억나지 않을 만큼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선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우리는 지난 남북 관계에서 배웠다. 이제 말과 눈치보기가 아닌 행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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