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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의 청년전태일들] ‘퇴직금 지급’ 판결 나오자 폐업, 억울한 탠디 하청 노동자들
서울 관악구 탠디 본사직영매장 1층 쇼룸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자료사진)
서울 관악구 탠디 본사직영매장 1층 쇼룸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자료사진)ⓒ임화영 기자

퇴직금을 주기 싫어서 폐업한 탠디 ‘하청업체 BY’ 소속 제화노동자들이 두 달째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대법원에서 제화공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이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탠디의 하청업체 BY 사장은 퇴직금 지급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폐업했다. 수십 년간 탠디구두를 만들었던 평균나이 60대 제화공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탠디본사 앞, 백화점, 전경련 앞에서 1인시위 및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탠디 하청노동자들의 폐업 원인은 구두 업계의 근본문제인 40% 가까이 되는 백화점 수수료도 있지만, 실제 구두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탠디 같은 원청브랜드 기업이 제화공들의 임금을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탠디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약 20여 개의 하청기업에 발주를 하고, 하청사장은 원청이 준 납품단가에 기업운영을 맞추면서, 하청업체의 수익을 위해 제화공의 임금을 쥐어짠다. 탠디는 2015년 영업이익 44억, 2016년 89억, 2017년에는 69억을 냈다. 탠디가 100억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때 제화공들은 10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은 7000원의 공임을 받았고, 그나마 2018년 탠디 본사 점거농성과 교섭을 통해 1300원의 공임을 올린 83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30만 원짜리 구두를 만들면 백화점이 12만 원, 브랜드원청이 12만 원, 하청업체가 4~5만 원을 가져가는 동안 제화공이 인건비로 손에 쥐는 것은 저부, 갑피 작업자 모두 합쳐서 1만 6천 원뿐이다. 하청기업과 제화공을 쥐어짜서 나온 마진을 백화점과 탠디같은 브랜드 원청이 나눠 갖는다. 제화공들에게 공임을 올려주거나, 법원의 판결대로 4대보험과 퇴직금을 지급하려면 브랜드원청인 탠디가 그 돈을 줘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탠디 하청업체 BY 노동자들은 폐업을 한 탠디 하청업체 BY 사장하고만 교섭을 할 수 있다. 하청기업을 실질적으로 살리고 죽이는 탠디 본사 정기수 회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야 문제가 풀리지만, 현행법은 제화공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

공임비 인상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 중인 제화 노동자들이 울 관악구 탠디 본사직영매장 3층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공임비 인상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 중인 제화 노동자들이 울 관악구 탠디 본사직영매장 3층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자료사진)ⓒ임화영 기자

탠디 정기수 회장을 나오게 하려면

제화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진보정당 민중당에서는 하청기업 노조가 교섭을 할 때 공동사용자 제도를 도입하여 원청 사업자를 교섭자리에 앉힐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공동사용자 개념’은 근로기준법 44조, 건설노동자의 임금을 여러 사용자가 연대 책임지는 개념을 넓게 해석하거나 미국 폐기물 처리업체 브라우닝-페리스 노동사건(2015)에서 미국 대법원이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원청에 공동사용자 지위를 인정한 사건에서 사용된 개념이다. 노동자들이 일을 하면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기업 ‘원청기업’이 근로조건을 책임지게 하는 취지이다. 슈퍼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한 공동사용자 책임 제도가 도입되면 하청업체도 살고 노동자도 살 수 있다.

1997년 IMF 이후 기업이 노동자에게 들어가는 임금과 사회보험을 아끼기 위해 고용 형태를 다변화시키면서 현행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피해받는 노동자들이 많아졌다. 이런 노동자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공동사용자 개념이다. 하청이 교섭을 할 때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원청이 나와야 한다. 이는 점점 본사에 일부만 남기고 남은 부분을 전부 외주 하청으로 만드는 기업들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개념이다. 하루빨리 입법화돼 탠디노동자들 같이 원청이 하청기업에게 돈을 안 줘서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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