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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0년 전 ‘사노맹’사건 되살리려는 황교안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가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 담았던 사람이 법무부장관 자리에 앉는게 도대체 말이 되나”며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전향하지 않은 국가전복세력”, “무장봉기”, “자살용 독극물 만든 조직”, “폭발물 제조와 무기탈취” 등 섬뜩한 말들을 쏟아내며 조 후보자의 임명이 “헌법과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조 후보자가 1993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겨냥한 발언들인데, 황 대표 말만 들으면 조 후보자가 마치 공산 게릴라라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사실과도 많이 다르고 부분적으로도 공감하기 어렵다.

우선 조 후보자는 사노맹 조직원이 아니었다. 당시 검찰의 기소사실은 사노맹 산하 연구기관인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을 결성한 혐의가 적용됐다. 여기엔 조 후보자처럼 석박사급 학자들이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는 사건 당시에도 “대학선배이자 고향선배의 부탁으로 법학자로서 학문적 조언을 몇 차례 한 점과 자금지원을 했을 뿐 가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가 위험한 인물이었다며 황 대표가 퍼부어댄 ‘폭발물’이나 ‘무장봉기’를 조 후보자에 직접 연결시키는 건 당시 법원이 인정한 사실과도 크게 다르다.

그 시절 이른바 ‘폭력시위’의 대부분은 전대협 산하 대학생들의 몫이었다. 사노맹은 학생운동가들을 노동현장에 진출시키고, 사회주의 학습을 벌이며, 주요 시위 현장에서 ‘사회주의 선전’에 주력했다. ‘폭약’이나 ‘무기탈취’는 시도된 바도, 성공한 바도 없다. 수만 명의 대학생들이 거리에서 화염병과 돌멩이로 군부독재에 항거하던 시기에 사노맹의 활동을 특별히 더 과격하다고 볼 이유도 없다.

백보를 양보해 조 후보자가 사노맹에 연루되었던 것이 사실이라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군화발로 총칼을 휘두르며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권력을 찬탈한 군부독재세력에 맞서 싸운 것은 자랑할 일이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급진적 이념을 갖거나, 이에 동조했다고 해서 이를 문제 삼는 것도 민주주의와는 인연이 없다. 대학교 캠퍼스 안에 툭하면 무장한 경찰을 진입시키던 시절에 운동가들이 지하로 숨어든 것이나, 군부독재를 타도한 뒤에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토론에서 사회주의적 이상을 추구하였던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오히려 문제는 그 때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황 대표의 ‘공안관’이다. 무엇이든 과장하고 마치 국가안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선 양 반대세력을 때려잡는 수법은 황 대표의 말 속에서 그대로 살아났다. 이런 낡은 색깔공세가 대단한 효과라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건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만의 착각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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