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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화를 통해 마주하는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적 진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김복동’과 영화 ‘주전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김복동’과 영화 ‘주전장’ⓒ기타

서울 마포 성산동 한적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나온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전쟁과 여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함 바람을 담고 있다.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내부에 있는 계단 벽에는 할머니들의 유언이 사진과 함께 새겨져 있다.

“그걸 다 기억하고 살았으면 아마 살지 못했을 거예요.”
“내가 살아남은 게 꿈 같아 꿈이라도 너무 험악한 악몽이야.”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또는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할머니들의 지난 시간은 아픔 그 자체였다. 일본군에게 피해를 보았지만 할머니들은 오랫동안 침묵해야만 했다. 돌아온 고향에서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깊은 침묵을 깨고 고 김학순 할머니가 지난 1991년 8월 14일 국내 거주자로서는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증언하면서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서 자신이 겪은 피해를 밝혔다. 고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을 기리기 위해 8월 14일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로 정했다.

영화 ‘주전장’
영화 ‘주전장’ⓒ스틸컷


올해로 일곱 해째를 맞이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앞두고 두 편의 영화가 개봉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바로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3년에 걸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의 ‘주전장’과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고자 투쟁했던 27년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김복동’이다.

‘주전장’은 개봉 2주일 만에 누적 관객 수 2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주전장’은 스크린 수 56개에 불과하고, 주로 독립상영관에서 상영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개봉 2주일 만에 2만 관객을 넘은 것이다. ‘주전장’은 일본군 ‘위안부’ 이슈를 덮기 위해 교과서 검열, 언론 통제, 미국을 향한 선전 활동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그들의 행보를 추적, 그 속에 감춰진 숨은 의도까지 영화는 샅샅이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마치 법정 드라마를 보듯 긴장감 있는 편집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화 ‘주전장’은 용어와 개념과 관련한 논란에 집중했다. ‘성노예’, ‘강제징집’, ‘책임’ 등 그동안 이 문제를 두고 논쟁이 됐던 지점들을 되짚었다. 일본 우익들은 일부 돈을 받은 사실을 강조하며 ‘성노예’가 아니었고, 총칼을 동원해 강제로 끌고 가는 식의 ‘강제징집’은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에선 돈을 받았다 해도 결국 자유로울 수 없는 ‘성노예’였으며, 총칼을 동원해 끌고 가지 않고, 이들을 속여서 데려갔더라도 ‘강제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일본 정부의 ‘책임’과 관련해서도 여성들을 전쟁에 동원하고, 관리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밝힌다. 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논란과 쟁점이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있게 이끌고 있다.

영화 ‘김복동’
영화 ‘김복동’ⓒ스틸컷

영화 ‘김복동’도 5일 만에 3만 명 관객을 넘어서는 등 관심을 모았다. ‘주전장’이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쟁점에 주목했다면, ‘김복동’은 삶에 주목하고 있다. 여성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김복동 할머니는 19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90세가 넘는 고령에도 전 세계를 돌며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고 누구보다 끝까지 싸운 불굴의 의지를 가진 위대한 투사였다. 여전히 사죄하지 않는 아베 정부, 일본군 ‘위안부’는 역사 날조라고 주장하는 일본, 그리고 피해자는 배제한 채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선언한 박근혜 정부에 맞서 김복동 할머니는 끝까지 싸웠다.

그리고, 싸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사죄하지 않고 오히려 종군위안부는 역사 날조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맞선 현재 진행형의 끝나지 않은 싸움 속에서 2019년 7월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1명뿐이다. 끝까지 싸워달라던 김복동 할머니의 당부가 마음에 깊이 박힌다.

아직 두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극장을 찾아봤으면 한다. ‘주전장’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가진 역사적 의미와 일본 우익들이 이를 지우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배우고, ‘김복동’을 통해 피해자들의 삶과 투쟁을 되돌아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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