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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감찬함의 뱃머리는 어디로 향하나

강감찬함이 13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소말리아 아덴만으로 출항했다. 강감찬함은 한 달가량 항해한 뒤 다음 달 초 대조영함과 임무를 교대하고 내년 2월 중순까지 파병 임무를 수행한다. 이번 출항이 주목받는 이유는 강감찬함이 아덴만에서 작전을 펼치다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으로 뱃머리를 돌릴지 여부 때문이다. 국방부는 호르무즈 파병이 새 부대의 파병이 아닌 기존 부대의 작전 지역 변경이므로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강감찬함의 호르무즈 파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파병이 반드시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의 파병 요청이 명분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여기에 반발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 주변에 항공모함 등을 파견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자 미국이 해상로 보호를 이유로 한국 등에 파병을 요청했다. 먼저 원인을 제공해놓고 긴장이 격화됐으니 군함을 파병하라는 것은 합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뻔뻔스러운 일이다. 미국의 대이란 강경책에 우리가 휘말릴 아무런 이유가 없다. 오히려 우리 선박의 안전은 물론 ‘국익’에 위협이 될 뿐이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얼마 전 국회에서 “유사시 우리 국민의 권익 보호 활동을 위해 지시되는 해역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청해부대의 아덴만 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만으로도 호르무즈 파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정경두 국방부장관도 같은 입장이다. 사실과 다른 위험한 주장이다. 청해부대는 소말리아 인근 해적으로부터 우리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파병됐다. 호르무즈해협의 군사적 파병과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 어차피 모든 파병은 ‘유사시’에 ‘국익 보호’를 명분으로 벌이는 군사적 행위다. 이를 근거로 삼는다면, 전 세계 어디든 파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답지 않은 극단적 주장이다.

정부는 아직 호르무즈 파병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강감찬함은 출항 전 무인기 대응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적 소탕과는 무관한 훈련이므로 의구심을 살 만하다. 당사국인 이란도 이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기 위해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훼손하면서까지 파병을 추진해선 안 된다. 국회 동의 절차마저 건너뛴 채 파병을 밀어붙이는 일이 있어서는 더욱 안 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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