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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를 ‘매춘’ 취급한 현직 법관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법농단의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29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법농단의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29ⓒ김철수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은 14일 사법농단 재판에 위안부를 ‘매춘’이라고 표현한 보고서를 작성한 현직 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해당 단어에만 집중하지말고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해보라며 보고서 취지에 대한 설명을 되풀이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속행 공판에는 조인영 대구지법 부장판사(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부장판사는 2015~2016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날 검찰은 조 부장판사가 2016년 1월 작성한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 관련 보고서에서 위안부 동원을 매춘행위라고 표현한 것을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위안부 동원이 주권적 행위인지, 상사적(매춘) 행위인지 여부 등이 아직 명백하지 않은 상태’라고 적혔다.

검찰은 “매춘이라는 일본 제국주의적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 용어는 임종헌 전 차장의 지시로 썼느냐, 직접 판단해서 쓴 것이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조 부장판사는 “일본이 국가적 주권행위가 아니라 제3자적 행위라며 책임을 부인하는데, 주권행위가 되면 재판권이 없어지는 문제가 있다. 재판권 자체를 판단할 때는 상사적(매춘) 행위인지 주권 행위인지 명백하지 않으면 재판권 인정하고 본안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취지의 논문 내용이 있었다. 재판권 없다고 각하할 게 아니라 본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위안부 피해자분들을 상대로 그런 말을 하겠느냐”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에 검찰은 “모든 논문을 다 찾아보고 관련 법률 문헌을 다 봐도 상사적 행위인지, 주권적 행위인지 검토된 부분은 있지만, 매춘이라는 표현은 안했다”며 “굉장히 생경한 표현이라서 임 저 차장의 지시인지 묻는다”고 재차 같은 질문을 했다.

조 부장판사는 “구체적 표현은 지시하지 않으셨다”고 답했다.

검찰은 “1991년 8월 14일 故김학순 할머니께서 위안부 피해를 처음 알린 후 정해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오늘이다. 2017년부터는 관련 법률 통과로 국가기념일로 공식 확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적 합의로 역사적으로 평가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매춘이라는 표현은…”이라며 지적하려 했다.

그러자 양승태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명백히 증언했는데 추가 질문을 장황히 하는 것은 필요없다”며 검찰의 질문을 가로막았다.

재판부는 일단 질문 내용을 들어보자고 상황을 정리했다.

검찰은 질문 기회가 다시 주어지자 “매춘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귀책, 고의가 인정되는 표현인데, 현직 법관인 증인이 이런 용어를 보고서에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안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 부장판사는 “보고서 안에 있는 표현 하나를 집어서 계속 말씀하시니까, 마음이 너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흐렸다.

이어 “보고서의 전체적 방향을 보면, 일본 주장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연구해서 재판권 인정될 방향이 없을까 (검토하는 내용이다). 보고서 전체가 그런 방향”이라며 “전체적인 방향에서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재차 이의를 제기하며 “검사의 질문과 공소사실이 무엇이 연관돼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식으로 묻는 것은 형사소송법 규칙 증인에 대한 모욕적 신문으로 평가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매우 부적절한 이의 신청”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모욕적 신문이라는 것은 증인의 명예나 과거 행적에 대해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것을 질문했을 때를 말한다”며 “증언에 의하면 별 문제 없이 작성했다는데 무엇이 모욕인가”라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작성한 보고서 내 표현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사가 질문한 것”이라며 변호인의 이의를 기각했다.

검찰은 “이 보고서를 임 전 차장의 대외적 공보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작성했다고 했는데, 대외적 공보자료로 상사적(매춘) 행위라고 언론 등에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실언일 수 있고 부적절해보인다”며 “임 전 차장의 대외적 공보활동 목적으로 작성한 게 맞느냐”고 질문했다.

조 부장판사는 “저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기해서 말씀하시니…”라며 재판권 인정을 목적으로 여러 주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매춘’이라는 표현을 쓴 것일 뿐이라는 취지의 앞선 주장을 반복했다.

이어 검찰이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하자 “전체 내용을 안 보고 그 문구 하나만으로 질문하는 것은 굉장한 오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조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당시 임 전 차장은 주권면제, 한일위안부합의, 소멸시효 등 논점을 부정적 언급하며 작성을 지시했고, 이 같은 논점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 전 차장으로부터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제1심의관)이 작성한 강제징용 배상판결 시나리오 보고서 양식을 참고해 각 상황별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조 부장판사는 보고서에 원심 판시를 인용하며 ‘종전 판례나 다수 학설, 국제 관행 의하면 전후 일괄보상 협상 있을 경우 개인청구권은 소멸돼야 한다고 봄이 타당함’이라고 결론지었다.

해당 보고서 작성 이후 임 전 차장은 크게 만족해 다른 심의관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잘 썼다”며 조 부장판사를 칭찬했다는 후문이 전해졌다. 검찰이 이를 언급하자, 조 부장판사는 “수고했다고 하셨다”며 “(잘 썼다는 칭찬은)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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