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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폐기’ 또는 ‘연장’, 가능한 경우의 수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 주최로 열린 ‘지소미아, 폐기인가 연장인가’ 긴급토론회에서 강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 주최로 열린 ‘지소미아, 폐기인가 연장인가’ 긴급토론회에서 강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오는 24일까지 협정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우대국) 배제 등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해 이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소미아는 매년 갱신해야 하는 협정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오는 24일)까지 어느 한쪽이 연장 거부를 통보하면 효력이 종료된다. 당초 정부의 기본 방침은 협정 연장을 긍정 검토하는 것이었지만, 일본이 한국을 사실상 '안보우려국' 취급하면서 경제보복의 수위를 끌어올리자 폐기까지 선택지에 놓고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하되 군사정보 공유의 '일시중단'을 선언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형식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군사정보 공유는 무력화하는 것으로, 미국의 우려를 최소화하고 일본에 추가적인 경제보복의 명분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내년 한반도 평화 오면 지소미아 실효성 없어져"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소미아 폐기인가, 연장인가 토론회 발제에서 "지소미아의 체결 목적은 '정보교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보호'에 있으므로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일본에 민감한 군사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한일관계가 정상화됐을 때 군사정보 공유를 재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의 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지소미아를 유지하되 실질적인 군사정보 공유를 일시 중단함으로써 한미관계의 악화를 막으면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대응조치의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 시나리오를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내년에 남북 간 화해협력이 이뤄지고, (미국과) 비핵화 협상 및 평화협정이 타결되면 (지소미아의) 실효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때 가서 연장을 거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유지? 폐기? 제3의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 정권을 규탄하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 정권을 규탄하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조 연구위원은 이 방안 외에도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로 ▲지소미아 연장 거부에 따른 폐기 ▲지소미아 폐기 및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활용한 간접적인 군사정보 공유 ▲지소미아 연장 등을 제시했다.

그는 지소미아 즉각 폐기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아베 총리가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의 일본 내 7곳의 후방기지 사용 불허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하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도 넘어야 할 벽"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소미아 대신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활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미국을 거쳐야 하는 만큼 한일 간 즉각 2급 이하 정보를 직거래하는 지소미아보다 정보교환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일이 직접 군사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미일이 주도하는 MD(미사일방어체계) 참가 또는 지역 동맹화의 위험성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은 마지막 선택지인 '지소미아 연장' 카드에는 "자칫 미일 주도의 MD 및 인도·태평양 전략 전면 참가의 문을 열어놓을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일본의 (한국에 대한) '안보협력국' 부정에 따른 적절한 대응조치를 내놓지 못함으로써 국내 반일 여론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일 주도 수직적 안보질서에 활용되는 지소미아"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제공 : 뉴시스, AP

그는 현 동북아 질서에서 지소미아가 갖는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미일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이 하위구조로 깔리는 수직적 안보질서 구축에 활용되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일본이 이미 2015년 안보법제를 개정해 집단적자위권 행사의 토대를 마련한 상황에서, 지소미아가 향후 일본으로 하여금 한반도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권은 안보법제 개정을 통해 일본 열도가 직접 공격당하는 '무력공격사태' 외에도 한반도 유사시 군사적 개입을 염두에 둔 '중요영향사태' 및 '존립위기사태' 개념을 신설한 바 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미군을 후방에서 지원하거나, 미국이 공격을 받을 때 '집단자위권'을 내세워 한반도(북한)에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실제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전개됐을 당시 집단적자위권 매뉴얼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자위대의 대응이 검토됐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

이와 관련, 조 연구위원은 2015년 10월 나카타니 방위상이 "한국의 유효 지배영향이 미치는 영역은 휴전선 이남"이라며 자위대의 북한 진입은 한국과 무관하다는 인식을 내비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핵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만이 지소미아를 극복하고 동북아 평화·안정을 가져오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소미아 폐기 '공포' 조성은 왜곡된 여론"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 주최로 열린 ‘지소미아, 폐기인가 연장인가’ 긴급토론회에서 강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 주최로 열린 ‘지소미아, 폐기인가 연장인가’ 긴급토론회에서 강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조 연구위원 외에도 패널들은 장기적으로 지소미아의 폐기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현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인해 지소미아는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소미아 파기를 카드로 내비치는 순간 미국의 개입을 불러와 실효성을 상실해가고 있던 한미일 안보 삼각형의 자장을 되살려놓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는 "지소미아 폐기 카드는 시한인 24일까지 최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연장을 결정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폐기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한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협력 사안의 수십 가지 전략적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며 "지소미아 폐기를 한미동맹 해체나 한미일 안보협력 우려와 동일시하는 과대평가 및 공포분위기 조성은 왜곡된 여론"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군국주의의 실체를 드러내고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 가고 있는 일본과 한반도와 관련된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큰 영향을 주는 도박행위"라며 폐기를 강하게 주장했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도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고 '안보상'의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일본과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것은 상호 모순되는 것"이라며 "일본이 전향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미국이 역할을 하지 않으면 지소미아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강력히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 YMCA, 흥사단 등 전국 680여 개 시민사회단가 모인 ‘아베규탄시민행동’이 주최한 ‘역사 왜곡, 경제 침략, 평화 위협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2019.08.03
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 YMCA, 흥사단 등 전국 680여 개 시민사회단가 모인 ‘아베규탄시민행동’이 주최한 ‘역사 왜곡, 경제 침략, 평화 위협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2019.08.03ⓒ정의철 기자

신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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