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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상징 한·중·필리핀 소녀상 끌어안은 이용수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제막된 동상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동상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 공개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와 한국, 중국, 필리핀 세 명의 소녀 동상 모습으로, 지난 2017년 미국 대도시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린 샌프란시스코의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제작해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2019.08.1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제막된 동상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동상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 공개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와 한국, 중국, 필리핀 세 명의 소녀 동상 모습으로, 지난 2017년 미국 대도시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린 샌프란시스코의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제작해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2019.08.14ⓒ김철수 기자

“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

최고온도 35도의 폭염이 내리쬐는 14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산 옛 조선신궁터. 이용수(92,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2007년 미국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증언했던 그때처럼 영어로 “나는 말할 수 있다”고 외쳤다.

이 할머니의 증언을 듣던 행사 참석자들에게선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1944년 16살 소녀의 몸으로 대만 신주까지 끌려가 일본군들에게 유린당한 아픔을 뚫고, 이제 모든 소녀의, 여성의 인권을 부르짖는 인권운동가가 된 이 할머니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의 박수였다.

이날 이 할머니가 남산에 오른 이유는 멀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교민들이 모금을 통해 제작한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이하, 기림비)가 일본 식민지배의 상징인 옛 조선신궁터 앞에 세워지기 때문이다. 옛 조선신궁터는 남산 중턱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건물이 세워져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그리고 정의기억재단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이곳에서 기림비(이하, 기림비) 건립 및 제막식을 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2019.08.1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2019.08.14ⓒ김철수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2019.08.1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2019.08.14ⓒ김철수 기자

미국 교민의 모금으로 만들어져 남산에 세워진 기림비

이 기림비는 2017년 미국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교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만들어졌다. 교민들은 완성된 기림비를 서울시에 기증했고,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건립부지를 마련해 기림비를 세웠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이 아픈 역사가 잊히는 것’이라는 위안부 생존자의 말로 시작하는 기림비 현판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적혀 있다.

“이 기림비는 1931년부터 1945년까지 ‘위안부’라는 미명 하에 일본제국군의 성노예가 되어야 했던 아시아 태평양 13개국, 수십만 명의 여성과 소녀들의 고통을 증명하기 위해 세워졌다. 이들 여성 대부분은 전시 감금 중에 사망했다. 이 어두운 역사는 생존자들이 침묵을 깨고 나와 용감하게 증언을 시작한 1990년대까지 은폐 돼 있었다. 이들은 ‘전쟁의 전략으로 자행한 성폭력은 가해국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할 반인륜범죄’라는 세계적인 선언을 이끌어냈다. 이 여성들을 기억하고, 전 세계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을 근절하고자 이 기념비를 바친다.”

기림비는 흙 위에 손을 맞잡고 서 있는 세 명의 소녀(한국·중국·필리핀)를 바로 옆 자갈밭 위에 선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지그시 응시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또 관람자가 직접 세 명의 소녀상 옆 빈 공간에 들어가 소녀들과 함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빈자리가 마련 돼 있다.

이날 행사 마지막 순서에 기림비가 공개됐다. 천이 걷히고 기림비가 세상에 드러나자, 이용수 할머니는 소녀상에게 조용히 다가가 꼬옥 끌어안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제막된 동상을 포옹을 하고 있다. 이 동상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 공개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와 한국, 중국, 필리핀 세 명의 소녀 동상 모습으로, 지난 2017년 미국 대도시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린 샌프란시스코의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제작해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2019.08.1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제막된 동상을 포옹을 하고 있다. 이 동상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 공개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와 한국, 중국, 필리핀 세 명의 소녀 동상 모습으로, 지난 2017년 미국 대도시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린 샌프란시스코의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제작해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2019.08.14ⓒ김철수 기자

이날 기념식에 기림비 건립과 관련된 여러 인사들이 참석해 의미를 되새겼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에 기림비를 기증한 김진덕·정경식 재단 관계자들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교민들, 일본계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위해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마이클 혼다(Mike Honda)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하원의원 등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정의는 국제적 연대를 통해 반드시 실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림비의 소녀들처럼) 함께 손을 잡고 정의를 밝히자”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오늘 행사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의 계기인 동시에, 한일 양국이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마주하며 화해하고 평화공존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이 공간에 기념비가 세워졌으니, 전국의 학생들에게 중요한 역사 정의의 학습 공간이 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역사교육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중국계 미국인이자 현 위안부정의연대 공동의장인 릴리안 싱(Lillian Sing)과 줄리 탕(Julie Tang)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판사는 “샌프란시스코 기념비는 용기, 정의, 끈기라는 3가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라며 “이 세 가지 가치를 품고 함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도 2차 세계 대전 당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겁탈을 당하고, 위안부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며 “그래서 우리도 한국과 함께 손을 잡고 이렇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일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기림비 제작 및 걸립 비용을 부단한 김진덕·정경식 재단의 김한일 대표와 김순란 이사장, 기림비 동상을 만든 미국의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Steven Whyte), 일본계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미 하원에서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정과 사죄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의·주도한 혼다 전 하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 그리고 지은희 정의기억연대 이사,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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