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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모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랑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일두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일두ⓒ김일두

음악을 듣는 일은 음악에 자신의 마음이 반사되기를 기다리는 일이다. 반사된 마음이 자신에게 돌아올 때까지 계속 귀 기울이는 일이다. 음악을 듣다보면 생경했던 음악의 사운드와 구조와 가사에 친숙해지면서 음악이 던진 이야기가 서서히 떠오른다. 평론은 그 이야기들을 뜰채로 건지듯 모으고 다듬는 일에 가깝다. 잘 듣고 고스란히 받아 적는 일이 평론의 기본이다.

[곱고 맑은 영혼]과 [달과 별의 영혼]에 이어 [사랑에 영혼]을 발표한 남성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일두의 노래가 던지는 이야기를 받아 적는 일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김일두는 화려한 사운드나 복잡한 구조, 난해한 연주를 앞세운 적이 거의 없다. 김일두의 노래는 대부분 어쿠스틱 기타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간결하게 발화한다. 낮은 목소리, 어눌하게 갈라지는 톤과 은근한 성조, 고해성사하듯 간절한 태도는 김일두가 써낸 노랫말과 멜로디에 어울려 김일두의 노래를 도무지 잊을 수 없게 했다. 들뜨기보다 쓸쓸하고 우울하며 때로 암울한 노랫말처럼 가난한 목소리의 투박함과 정직함은 노래보다 노래에 깃든 삶의 태도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김일두의 노래는 일부러 멋 내지 않는 노래이며, 자신을 전시하지 않는 사람의 노래이다. 묵묵히 견디는 사람의 노래, 견디면서 단단해지는 그러나 여전히 아프고 수줍은 사람의 노래는 세상 어떤 노래보다 뜨겁고 묵직했다.

일부러 멋내지 않는 노래,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일두

그런데 지난 8월 13일에 발표한 새로운 음반 [사랑에 영혼]에 담은 노래들은 조금 다르게 들린다. 김일두의 이번 노래들은 대부분 전작들처럼 고통스럽거나 처연하지 않다. 보컬 스타일이 달라지거나 악기를 바꾸지는 않았다. 그보다 노랫말로 표현한 태도가 변화했다. 김일두는 첫 곡 ‘나는 나를’에서 “나는 나를 아끼지를 않았네”라며 자신을 반성한다. 그리고 “나는 나를 더 사랑해야 해”라고 자각하고, “좋아 무얼 해 볼까”라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의 결론은 “내 여인 찾아가야지”라는 사랑의 갈망이다. 이렇게 시작한 음반은 김일두의 로망스 음반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랑 이야기로 그득하다. ‘301’에서는 “생각, 생각하면 그리워 그리운 그림자”라고 그리움을 노래하고, ‘홀리타임’에서는 “어쩜 그렇게 이쁘게 웃을 수 있니”라고 달콤한 사랑의 경외를 토로한다.

김일두가 실제로 사랑에 빠져있는지는 알 수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 음반의 발화자인 주체가 사랑에 빠졌고, 그 사랑으로 영적인 기쁨을 느낄 만큼 충만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랑마저 계급과 이념으로 갈리고, 서로를 평등하게 바라보지 않는 생각으로 흔들릴 때, “문제없어요”라고 노래했던 김일두는 그 막무가내 같은 우직한 진심으로 노래할 뿐이다. 그렇다고 김일두의 목소리가 팝 뮤지션처럼 달콤해지거나 부드러워지지는 않았다. 김일두의 목소리는 여전히 어눌하고 노랫말 역시 단순하다.

바로 그 어눌함과 단순함이 김일두가 자신의 노래를 다르게 만드는 원동력이며, 김일두의 노래가 진실해지는 이유이다. 이미 숱하게 많은 노래, 숱하게 많은 말들로 좀처럼 새롭지 않고, 이미 상투적으로 변해버린 이야기들을 되살려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아방가르드한 예술 언어의 전복에서만 오지 않는다. 김일두의 노래는 감정의 밑둥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베어내 버림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정직하게 만든다. 그 외의 다른 수사를 용납하거나 견디지 않는 견결한 태도는 설렘과 기쁨과 뜨거움과 분노와 슬픔의 진동과 온도를 앙상할만큼 생생하게 들이밀어 고개를 돌릴 수 없게 한다.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치장해 본질보다 형식에 더 취하게 만들고, 실체보다 과장하고 부풀리게 해 결국 실체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불필요한 아름다움이 김일두의 노래에는 없다. 실체를 아름답게 전달하지 않으면 고개 돌리지 않고 외면하는 미학 과잉의 시대에 염결성이 돋보이는 김일두의 노래는 그렇게 트렌드에서 멀찍하게 자신의 세계를 이룩한다.

음반 '사랑에 영혼' 표지
음반 '사랑에 영혼' 표지ⓒ(주)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

다정하고 부드러워진 음반 ‘사랑에 영혼’

물론 김일두의 노래는 그 단순한 스타일로 쉽게 친숙해지지 못하거나 동어반복처럼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음반에서 김일두의 노래는 퍽 다정하고 부드러워졌음을 감지할 수 있다. 연주곡으로 선보인 ‘평온에서’ 같은 곡의 따스함은 사랑이 변화시킨 김일두 음악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이야기 나누는 곡 ‘더 가까이’에서 “아버지 저는요 사람에 길로 한발 더 갈게요”라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실 비판과 냉소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자신조차 움직일 수 없다. 결국 사랑이 아니면 우리는 서로에게 닿을 수 없으며, 함께 할 수 없다. 모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며, 사랑뿐이다. 사랑만 영혼이 싹 틔우고 꽃 피게 한다. 김일두의 노래는 그 오래된 감정, 아니 오래된 진실을 일깨우고 사랑 쪽으로 돌아가게 한다. 사랑에 도착한 노래는 이제 어떤 노래를 낳을까.

필자의 사정으로 예정보다 늦게 연재됐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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