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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택배 없는 날’ 함께 만든 노동자와 시민

여름휴가도 없이 일하던 택배노동자 1천여명이 16, 17일 이틀간 쉴 수 있게 됐다. 노동자들이 호소한 ‘택배없는 날’ 캠페인에 시민들이 화답한 결과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CJ대한통운 소속 조합원과 비조합원 1천여명이 업무협조를 통해 여름휴가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단발성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택배 없는 날 제도화’를 위해 우선 실시되는 것이다.

‘택배 없는 날’은 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에서 출발했다. 폭우와 폭염이 지속되고 여름휴가가 집중되는 시기에 물량이 줄어들어도 택배노동자들은 쉴 수 없다. 택배노동자들에게는 ‘담당구역’이 있다. 자신이 쉬기 위해서는 이 담당구역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물류회사는 이 담당구역을 조정해 주지 않는다. 택배노동자들이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알아서’ 대책을 마련하고 ‘알아서’ 쉬라는 것이 물류회사들의 입장이다.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이 쉬려면 건당 배송 수수료보다 500원씩 더 지불하는 손해를 감수하며 ‘용차’를 사용해야 한다. 하루 일당의 두 배에 달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휴식이 가능한 구조다.

택배노조는 지난 7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없는 날’ 운동을 제안했다. 택배사와 고객사에 동참을 호소했다. 택배사에는 8월 16~17일 직전에 접수된 물품을 18일부터 배달할 수 있도록 고객사와 사전 협의해달라고 요청했고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등 고객사들에는 홈페이지 안내 등을 통해 고객에게 8월 13~15일 주문을 피해줄 것과 배송지연을 양해해달라는 공지를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택배사와 고객사들은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움직였다. ‘택배 없는 날 국민행동’이 제안되자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인터넷으로 삽시간에 동참하겠다는 의견들이 확산됐다. 시민들은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을 직감적으로 공감했다. 폭염속에서도 비지땀을 흘리며 배달하는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디 감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시민들의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언론들도 앞다퉈 ‘택배 없는 날’ 캠페인을 다뤘다. 노동자들의 호소와 시민들의 호응이 모여 1천여명의 택배노동자들에게 ‘여름휴가’가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이 휴가는 택배회사와 노동자들 간의 단체협약을 통해 이뤄진, 제도의 결과가 아니다. 단체협약을 통해 ‘여름휴가’가 공식화된 회사는 우체국 뿐이다. 택배사들이 이번 ‘택배 없는 날’ 캠페인과 국민들의 호응을 봤다면, 택배노동자들의 여름휴가를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데 나서야 한다. 적어도 택배사들은 ‘국민불편’이라는 허울좋은 핑계 뒤로 숨어선 안 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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