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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모 폐지방안 검토한 판사 “임종헌이 잘했다며 양승태에 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판사들 모임을 압박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판사들 모임을 압박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인사모 폐지 추진이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관련 보고서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작성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공판기일에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이 연구회의 소모임인 ‘인권 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폐지 방안을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하라는 임 전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지시에 따랐다고 밝혔다.

그는 2016년 3월 작성된 ‘전문분야 연구회 개선방안 검토’라는 보고서에 대해 검찰이 “대법원장에게까지 보고될 것을 알았느냐”고 묻자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성했다”고 답했다.

실제 그가 같은해 4월 8일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심의관들의 전적인 도움으로 전반적인 보고를 마쳤다. 차장(임종헌)이 잘됐다며 처장(고영한)과 대법원장(양승태)께 보고했다고 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검찰이 이메일 내용이 사실인지 묻자, “임종헌 전 차장님이 말씀하신 것을 듣고 증인이 그런 느낌을 받아서 저런 이메일을 썼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이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도 같은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해당 보고서에 대해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박상언 심의관에 따르면 차장님(임종헌)이 대법원장(양승태)님께 보고드렸다고 박상언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며 “저만 들은 게 아니고 기획조정실 심의관 전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애초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인사모 폐지 관련 보고서 작성의 최종 편집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검찰이 공개한 보고서에는 작성에 참여한 심의관들의 역할분담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보고서 최종 편집자는 김 부장판사에서 박 부장판사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박 부장판사는 “김민수 심의관이 다른 일로 바빠져 제가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판사는 2015년 8월 임 전 차장이 보고서 작성 지시 당시 건네준 이규진 법원행정처 양형실장이 작성한 ‘국제인권법연구회 사법제도 소모임 관련보고’, ‘상고법원 끝장토론 보고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방향 보고서’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사모 등에 대해 “상급자가 지시하기 전엔 몰랐다”며 “상황 파악이나 팩트 확인을 할 때 상급자가 불러준 것 외엔 알 수 없었다”며 임 전 차장에게 들은 내용을 보고서 작성에 토대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국제인권법 분야와 전혀 무관한, 허가범위를 넘어선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인사모와 국제인권법 연구회는 유사하다고 들었다. 정치적인 성향 내지는 진영에 가까운 분들이 많이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박 부장판사는 2015년 8월 최초 보고서를 작성한 이후 임 전 차장의 지적에 따라 수차례 수정과 보완을 거쳐 2016년 3월 무렵 보고서를 완성했다.

최종 보고서인 ‘전문분야 연구회 개선방안’ 문건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과잉성장 관련 위험 방지를 위한 정무적 대응방안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권의 보편성을 내세운 특정 연구회가 법관 사회의 이슈를 독점하는 현상을 방지해야한다’는 등의 내용이 검토 배경으로 적혔다.

문건에는 ‘연구회 중복가입자를 정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방안은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제재 수단’, ‘(해당 연구회의 소모임인) 인사모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카드’라고 소개됐다.

이어 중복가입자를 정리하는 방안에 대해 ‘정공법을 택할 경우 인사모를 표적으로 한 조치임이 쉽게 드러나고 강한 반발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전산정보국장 선에서 실행 가능하다’는 묘안이 나왔다. 중복가입자를 정리하는 것이 전산 관련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으로 보이게끔 하자는 취지다. ‘압박 수단이 있다고 알아차릴 가능성도 낮음’이라고 설명됐다.

다만 ‘정리 과정에서 다수 법관들이 다른 연구회 탈퇴하고 국제인권법 연구회 가입할 수도 있다’는 부작용도 함께 제시됐다.

이후 실제 2017년 2월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는 전산정보국장 명의로 ‘중복가입 탈퇴 안내말씀’이라는 공지문이 게재됐다.

공지문에는 ‘17년 3월 6일 이후에도 전문분야 연구회 중복 가입일 시 가장 먼저 가입한 연구회를 유지하고, 그 이후 가입한 연구회는 탈퇴로 전산 상 처리할 계획’이라고 적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인이 중복가입자 정리 이후 오히려 국제인권법연구회로 몰릴 가능성을 제기해서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가장 최근 만들어진 것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며 박 부장판사가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박 부장판사는 “의사결정 과정을 정확히 알지 못 한다”고 답했다.

또한 해당 공지글에는 ‘법관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읽고 게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커뮤니티 게시글이 전면 공개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은 이 역시 박 부장판사의 보고서에 인사모 해소 방안으로 제시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커뮤니티 게시글 전면 공개 방안’에 대해 ‘인사모 내부에서 은밀한 논의를 한다는 결속감을 감소해 도발적인 논의 위축될 가능성’ 등의 기대효과가 있다고 적혔다.

또한 ‘커뮤니티 내부 논의 내용이 공개되므로 모니터링이 용이해진다’, ‘심의관이 의심을 감수하고 해당 커뮤니티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박 부장판사는 “차장께서 이너써클 내지 은밀한 논의가 문제가 된다고 하셨다”고 임 전 차장의 언급을 보고서에 옮겼다고 밝혔다.

또한 심의관이 인사모를 감시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윤리감사관실 심의관이 인권법 커뮤니티에 가입했다가 항의받아서 탈퇴했다는 내용을 차장한테 들었다”며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법부 협력사례라던 통합진보당 사건, 청와대 반발사자…

아울러 박 부장판사는 양승태 사법부가 통합진보당 관련 사건을 청와대와의 재판거래에 활용하는 데도 관여했다.

전주지방법원은 2015년 11월 25일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행정소송 결과 지방의원직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결정에 대해 언론에서는 헌재 위헌정당 해산, 국회의원직 상실 등 결정과 배치되는 판결로 향후 다른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관들의 국가관이 투철하지 못하다’고 하는 등 청와대 측으로부터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법원은 같은달 19일 청와대에 상고법원 입법을 요청하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소각하 판결을 내린 것을 협력사례로 제시한 바 있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전주지법 판결에서 다룬 지방의원과 서울행정법원 사건의 국회의원의 정당 귀속성 차이에 따라 부득이한 결과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장판사는 당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등 법원 측 해명을 담은 설명자료를 청와대 측에 이메일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박 부장판사는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이 당시 상황을 묻자, “기억이 안난다”, “당시 인식을 하지 못했다” 는 등 전반적으로 부인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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