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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한당 안 찍어’는 안 되고 ‘자한당 해체해’는 되는 선거법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규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아베를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8.15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규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아베를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8.15ⓒ정의철 기자

"우리 모두 다 같이 자한당(자유한국당) 안 찍어!"

광복절인 지난 15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끝내 부르지 못한 노래의 한 구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날 750여 시민단체로 구성된 아베규탄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탈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 평화 실현을 위한 제5차 범국민 촛불 문화제'에서는 애초 동요 '우리 모두 다 같이'를 이같이 개사한 노래를 집회 참가자가 다 함께 부르는 시간이 예정돼 있었다.

문화제를 준비했던 김지호 연출감독은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선관위 직원이 콘솔(무대 장비가 있는 곳)에 찾아와서 '자한당 안 찍어' 노래를 틀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라며 선거법을 지키기 위해 결국 준비된 노래를 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노래는 지금 (국민들이) 하고 있는 '일본산 불매운동',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안 봐요 운동', '자한당 안 뽑아요 운동'을 소재로 개사한 것"이라며 "3절을 보면 '우리 모두 다 같이 자한당 안 찍어'라는 가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관위는 '안 찍는다, 뽑지 말자' 이런 건 투표 행위와 관련된 것이라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특정 정당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현하거나 규탄하는 것, 그리고 당을 해산하라는 것은 정치적 의사 표현이니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며 "(가사를) '자한당 해체해'로 바꾸면 되지 않겠나. 안 찍는 게 아니라 총선 전에 해체하는 걸로 하면 되겠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아베 규탄 촛불을 밝히고 있다. 한 참가자가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뽑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옷과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아베 규탄 촛불을 밝히고 있다. 한 참가자가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뽑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옷과 피켓을 들고 있다.ⓒ김철수 기자

중선관위에 따르면, '자한당 안 찍어'라는 가사가 담긴 이 노래는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돼 공직선거법 제254조가 적용될 수 있다.

선거법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 법에 규정된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선전시설물·용구 또는 각종 인쇄물, 방송·신문·뉴스통신·잡지, 그 밖의 간행물 ▲정견발표회·좌담회·토론회·향우회·동창회·반상회, 그 밖의 집회 ▲정보통신, 선거운동기구나 사조직의 설치, 호별방문,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인터넷 이용을 제외한 모든 사전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법을 두고 오래전부터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터넷 선거운동도 2012년부터 가까스로 허용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 외 방법으로 하는 선거운동은 법으로 가로막혀 있는 실정이다. 또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선거운동으로 규정할지도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법이라는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아베 규탄 손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아베 규탄 손피켓을 들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로 인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당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사전 선거운동 제한 자체가 위헌적인 성향이 강하다. 물론 선거의 공정성과 돈 안 드는 선거 마련을 위해 그런 제도를 둔 것이지만, 실제 그런 조항들 자체가 정치적 표현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라며 해당 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선관위는 그런 규정들을 좁게 해석해서 적용하지 말아야 하는데, (반대로) 자꾸 규제의 폭만 넓히고 정치적 발언을 할 가능성을 좁혀나가고 있다"라며 "그러다 보니 사회적인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 자체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정당의 후보를 '안 찍어'라고 하는 건 유권자, 시민들로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이건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인데, 그런 것들을 두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이야기하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민주사회라고 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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