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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과의 군사 현안은 북미 협상과 분리 대응해야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사실상 시작됐다. 20일 외교부 장원삼 대표와 미 국무부 티모시 베츠 대표는 서울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번 분담금 협상의 수석 대표였다. 미국은 그 동안 우리의 분담금이 최대 6조원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흘려왔다. 우리 국방 예산의 1/5이나 되는 수치다. 이미 1조원이 넘어선 방위비분담금이 또다시 사상 최대로 인상될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의 군사 현안은 또 있다. 미국은 지난 18일 태평양 연안에서 중거리미사일 실험을 감행했다. 러시아와의 INF 조약을 탈퇴한 후 본격적인 군비 강황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그 대상지역으로 일본과 우리를 거론한 바 있다.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중거리미사일 배치가 한국 땅에서 추진된다면 중국의 반발은 사드 배치 당시를 뛰어넘을 것이다.

이외에도 호르무즈 호위 연합 참여나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유지 문제도 있다. 사안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미국과 다뤄야 할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이런 문제들의 앞순위에 두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을 성과적으로 진행하고 나아가 역내의 평화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런 현안들이 지닌 압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가장 큰 현안이 북미간의 협상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우리가 미국에 무조건 저자세로 나가야 한다는 건 맞지 않다. 한미간의 군사적 현안과 남북, 북미 관계는 직접적 인과가 없다. 우리가 트럼프 행정부와 몇몇 현안에서 불화하면, 미국이 이를 이유로 갑작스레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펼 수도 있다는 걱정은 아무 논리적 근거가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미관계와 북미관계는 별도의 트랙이다. 북미 관계에서 우리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혹은 촉진자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를 잘 하기 위해 다른 문제에서까지 미국의 눈치를 볼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우리가 확고한 ‘평화’의 입장에 설 때 한반도비핵화 협상도 더 잘 될 수 있다. 북에게는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설득하면서 한미동맹 강화나 첨단 무기 배치에 열을 올린다면 그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이라크 전쟁 당시 우리는 수천 명의 파병을 강행했지만, 미국이 이를 이유로 한반도 정책을 유화모드로 바꾼 것도 아니었다. 미국과의 군사 현안을 북미 협상과 뒤섞어 무원칙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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