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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국 논란 뒤에 웅크린 계급적 울분을 직시해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 조 후보자의 ‘사노맹’ 관련성은 별다른 것이 없었다. 조 후보자의 청년 시절 활동이 비록 다수의 생각과 달랐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용인될 수 있었고, 나아가 존경받을 만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불거진 조 후보자의 딸과 관련된 문제는 다르다.

조 후보자의 자녀는 고교 시절 외국 유학을 거쳐 한영외국어고, 고려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조 후보자의 자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2주 동안 단국대 의학연구소 인턴을 거쳐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논문에서 제1저자의 위치를 차지했다고 한다. 또 3학년 시절엔 공주대 생명과학과에서 3주가량 인턴을 한 뒤 국제조류학회 발표 초록에 제3저자로 등재됐고, 서울대 교수의 지도로 한국물리학회에서 주는 물리캠프 장려상도 받았다.

전후 사정을 살피면 이 과정에서 규정을 어기고 탈법, 불법적으로 조 후보자의 자녀를 우대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 후보자나 조 후보자의 배우자가 직접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 그러니 조 후보자가 “부정 입학”이 아니라고 지적한 것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문제는 이 뒤에 웅크린 계급적 울분이다. 당시 특목고 학생들이 이런저런 소개를 통해 ‘스펙’을 쌓고 이를 입시에 활용한 것은 조 후보자 가족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 그것이 불법이거나 부모의 부당한 영향력이라는 걸 밝히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교 2년생이 전문적 논문을 작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거나, 단지 학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학금을 받는 건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이를 바라보는 민중이 이걸 ‘그들만의 리그’로 간주하고 박탈감과 분노를 느끼는 것 역시 당연하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조 후보자의 불법 행위를 따지는 건 해볼 만 하다. 도덕성을 비난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마 사람에 따라 다양한 입장이 있을 것이다. 당장 조 후보자도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울분, 즉 계급적 좌절감을 직시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임은 분명하다. 다시 반복하자면 이 문제는 법리의 문제도, 도덕성의 문제도 아닌, 계급의 문제다.

선택은 여러가지다. 조 후보자가 자진 사퇴할 수도 있다. 임명권자가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다. 어쩌면 조 후보자가 임명된 이후 누구보다 뛰어나게 공직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선택이건 조 후보자 논란 뒤에 웅크린 계급적 울분을 모른척한다면 문제는 잠시 잠복한 후에 더 크게 터져나올 것이다. 민중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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