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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소미아 종료 선언해 민족적 자존심 회복 계기 삼아야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마주 앉았다. 3주 만에 다시 열린 장관 회담이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강 장관은 일본 아베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와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철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고노 외무상은 강제동원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임을 거듭 주장하며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라는 무례한 요구를 반복할 뿐이었다. 예상대로 아베 정부는 식민지배 역사와 경제도발에 대한 반성과 참회의 기미가 없다.

외교장관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마당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청와대가 이르면 22일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파기와 연장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철회도 없고, 사과 한마디 없는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해야할 명분이 없다. 우리를 ‘믿을 수 없는 나라’로 규정하며 팽팽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게 민감한 군사정보를 준다니 이건 누가 봐도 옳지 않다. 더욱이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을 통해 한반도 재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 그들과 군사협력을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명분도, 실익도 없는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주저하는 이유가 뭔가. “지소미아를 흔들지 말라”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요구 때문일 것이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 협력에 상당히 기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외에도 최근 트럼프 정부 인사들은 ‘지소미아 유지’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혔으며, 우리 정부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치권에서 ‘지소미아 연장’ 목소리가 커지고, 여권 내에서 ‘지소미아 종료’ 주장이 ‘톤다운’ 된 배경이다. 관심이 쏠렸던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이 차분해진 까닭도 미국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에게 여전히 ‘상전’ 노릇하려는 미국의 의사가 확인됐다고 신앙처럼 ‘한미동맹’을 부르짖는 정치권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금이야말로 지소미아를 종료함으로써 아베 정부와 트럼프 정부를 향해 주권 침해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해줘야 할 때다.

민중당과 시민사회단체는 24일까지 정부의 결단을 요구하는 긴급행동에 돌입했다.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것은 아베의 도발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며, 범국민적 불매운동과 광복절 10만 촛불집회 등으로 표출된 민의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긴급행동에 들어가는 이유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는 유지하면서 일본에게 군사정보를 넘기지 않는 ‘조건부 유지’를 선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이는 이도저도 아닌 줄타기일 뿐이다. 미국 눈치 보며 좌고우면할 것 없이 “지소미아를 종료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 지소미아 종료의 책임은 아베 정부에 있다는 것을 우리 국민 모두 잘 알고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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