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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소미아 종료, 의미 있는 한걸음이다

이제 겨우 한걸음 나아갔다. 22일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인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이유로서 이치에 맞는 말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있었던 지난 2일 이후 한일관계는 과거와 달라졌다. 일본은 무엇 때문이라는 제대로 된 설명 한줄 없이 ‘신뢰 훼손으로 안보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하며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시켰다. 그런데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협정인 지소미아는 안보상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적어도 외교적 굴욕으로 이어지는 길을 단호히 거부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 하다.

사실 지소미아 연장 거부는 어느 때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일 뿐 그것 하나로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만한 일이 아니다. 미국이 주도해온 한미일 동맹의 역사는 수십 년인 데 비해서 지소미아는 2016년 체결돼서 겨우 3년이 지났을 뿐이다. 과거 수십 년 그러했듯이 지소미아가 없다고 해서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리도 없다.

지소미아 자체가 매년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는 협정이다. 어느 쪽이든 연장을 원하지 않을 경우 단순히 통보하는 것만으로 협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애초에 그럴 만한 협정이고, 협정이 규정하고 있는 선택권을 국익에 따라 행사할 뿐이다.

우리 안보의 근간도 아니고 절차적으로도 무리가 있는 일이 아니다. 이번 결정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이렇게까지 첨예했던 이유는 오히려 우리 정부가 외교 무대에서 국익에 따른 자주적인 결단력을 보여준 일이 그만큼 드물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일본과의 협정 연장 문제인데,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미국의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일본 측은 외교 채널을 통해 즉각 항의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지소미아가 연장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당혹감이 일본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이 먼저 안보상의 이유를 내걸고 부당한 조치를 취해놓고서 한국은 지소미아를 고분고분 연장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니 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의문이다. 아마 그 또한 이유는 같을 것이다.

민심은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과는 별개로 안보 측면에서 한일 간의 협정에 대해 파기 여론이 높아져 온 과정은 과거에 흔히 볼 수 있는 양상이 아니었다. 국민은 자존을 내팽개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대일외교가 초래한 결과를 이미 경험했고, 이제 그 적폐를 치울 것을 명령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한일관계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다.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반면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서 당장은 여러 외교적 도전을 헤쳐가야 한다. 하지만 분명히 한걸음 나아갔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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