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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CJ 이선호 씨의 일탈, 4세 승계 포기할 때 됐다

지난 1일 새벽, CJ 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선호씨가 마약 반입을 시도하다 세관에 적발되었다. 이 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귀국하는 과정에서 배낭과 캐리어에 액상 대마 카트리지, 대마 사탕과 젤리 등 변종 마약을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간이 소변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으며, 검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4일 이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씨와 같은 재벌 집안 자제들의 마약 투약 혐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4월 마약 투여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던 SK그룹과 현대그룹의 창업주 손자들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의 아버지 대에서도 황당한 범죄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왜 이렇게 재벌가 3, 4세 후손들에게 마약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흔히 두 가지가 지적된다. 마약이 합법화된 외국에서 유학을 하거나 체류한 기간이 길다는 점과 이들의 경제적 여건상 마약을 구하는 일이 평범한 서민들에 비해 전혀 어렵지 않은 점이 그것이다.

이런 정도에 그친다면 문제가 된 개인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면 된다. 진정한 문제는 이들이 이런 잘못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노동자와 소비자, 주주의 이해가 걸린 대기업의 경영자로 복귀한다는 점이다. 이 씨만 해도 이재현 회장의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사실상의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 그가 CJ제일제당에 입사한 것이나, 여러 핵심 팀을 돌면서 경험을 쌓고, 고속승진을 하는 건 그 자체로 ‘매우 특별한’ 일이다.

아버지가 재산이 많아서 정상적인 세금을 낸 후 자녀들에게 이를 물려주는 건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이 회장 정도의 재산이라면 자녀들이 유족한 삶을 누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을 승계하는 문제는 전혀 다르다. 역량이 검증되지도 않고, 심지어 마약 범죄를 일으킬만큼 준비되지 않은 이가 단지 ‘장자’라는 이유로 기업의 최고경영자에 오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재벌의 2세 경영승계, 3세 경영승계 과정에서 홍역을 치러왔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배권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이 저질러졌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에서처럼 아직도 그 여진이 남아있다. 그런데도 이제 20대의 청년에게 4세 경영을 준비시킨다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하물며 그가 마약 밀반입같은 중대범죄를 저지른 마당에 말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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