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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돼지열병,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폐사율 최대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첫 발병 확진이다. 정부 당국은 대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발생 농장 등 돼지 3천950마리를 살처분했다. 또 48시간 동안 전국에 가축 등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남은 음식물의 양돈 농가 반입도 전면 금지했다. 환경부 등과 협력해 접경 지역의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에 나섰다. 전국 양돈 농가 6천300호를 대상으로 일제 소독과 예찰도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도 돼지열병 상황실과 대책본부를 일제히 가동하고 24시간 비상관리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잠복기간을 고려할 때 일주일 정도가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말했다. 돼지열병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하면 축산농가와 소비자 모두 큰 피해가 우려된다. 과거 구제역 발병 초기와 마찬가지로 돼지고기 소비 기피가 벌어져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해 많은 돼지가 살처분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 급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돼지열병이 발생한 중국은 전체 돼지의 20% 이상을 살처분하고, 돼지고깃값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지난해 한 민간연구소는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입될 경우 약 1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며, 최소 100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고, 상황이 마무리되기까지 적어도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정부는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돼지열병은 사람에게 감염되지는 않지만 돼지에게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할 정도다. 아직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는 위험한 질병이다. 결국 이번에도 수많은 돼지를 살처분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긴급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생명을 가진 동물을 언제까지나 이렇게 대해야 하는지도 따져볼 때가 됐다. 그동안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가 퍼질 때마다 살처분은 당연한 조치로 여겨졌다. 이렇게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기간 동안 살처분된 동물이 7천만 마리라고 한다. 아무리 가축이라도 생명은 생명이다. 또 살처분한 수의사나 공무원 등의 70% 이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조사도 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못할 일이다. 지금과 같은 축산물의 공급과 소비 체제가 과연 지속 가능하고 도덕적으로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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